부틀렉 시리즈 8번째 앨범

‘9.11사태가 발생한 몇 주 뒤 열린 한 콘서트 장. 수많은 청중들의 환호 속에 밥 딜런이 등장했다. 그는 말없이 ‘전쟁의 지배자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순간 객석 어딘가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빈 라덴에게 죽음을!”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함께 외쳤다. 노래는 잠시 중단되었다. 늘 그랬듯 그는 침묵했다.

1대 부시 대통령이 걸프전을 치를 때 열렸던 1991년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2004년 대통령 선거 전야제에서도 그 노래를 불렀지만...’(마이크 마퀴스 저, 밥 딜런 평전 中)

1960년대 반문화의 상징인 밥 딜런. 그의 노래 ‘시대는 변하리라’가 미국의 대형회계법인의 광고음악으로 채택됐던 예는 쿠바혁명가 체 게바라가 소비주의의 집약체인 스타벅스의 일회용 컵에 그려져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흔들 수 없는 아성과 같던 그들의 존재적 의미는 거대 자본주의 앞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퇴색되고 말았다. 그러나 여기, 소리 없이 변질된 신화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의 아티스트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앨범이 나왔다.

밥 딜런이 지난 20여 년간 발표했던 정규앨범에 담기지 않은 음원과 얼터너티브 테이크, 영화 OST에만 담겼던 음원, 그리고 라이브 트랙 등이 있는 오피셜 부틀렉(공식 해적판) 시리즈 8번째 앨범이다.

지난 2005년까지 발매된 7장의 부틀렉 시리즈 앨범이 1960년대 라이브 공연의 음원을 담아내는 ‘역사적 밥 딜런’의 작업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1989년부터 2006년까지 발표한 ,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