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용의 대가 삶과 예술세계 담은 영상·이론 재조명

근대 신무용의 대가 조택원의 삶과 예술세계가 영화를 통해 재조명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조택원기념회와 춤자료관 연낙재가 18일 연낙재 세미나실에서 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과 함께 이론적 조망을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조택원 영상 다큐멘터리 <무상(舞想)>의 감상회와 조택원 연구 발표 등 총2부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초점은 역시 1부의 <무상>에 맞춰져 있다.

‘춤의 거장 조택원, 영상으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조택원 춤영상 포럼’은 2년에 걸친 <무상>의 제작 과정과 함께 한국춤의 문화적 우수성을 세계무대에 널리 알린 조택원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만난다.

이번 영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최승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조택원의 삶의 단편들이 그를 알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직접 서술되는 생생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조택원의 오랜 연인이자 춤 파트너였던 일본무용가 오자와 준코(少澤洵子)를 비롯해 프랑스에서의 활동을 지켜본 박고영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조택원의 <소고춤>을 작곡한 원로작곡가 김성태 선생이 조택원의 모습을 회고한다.

현재 춤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증언은 조택원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태평무 인간문화재 강선영, 조동화 월간 <춤> 발행인, 조택원의 부인이자 미망인인 원로무용가 김문숙, 차녀 조병현 여사 등이 어느 연구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조택원의 일상사들을 세밀하게 증언한다.

1- 조택원-1927년 동경 유학시절 조택원(맨 오른쪽)과 최승희(맨 왼쪽)
2- 조택원-춘향조곡(1940)

김종원 영화평론가, 유민영 연극평론가, 성기숙 무용평론가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존재론적 의미와 예술적 업적을 평가하는 모습은 조택원의 예술활동이 미친 문화적 파급력을 가늠하게 한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필름인 양주남 감독의 영화 <미몽>(1936)도 여기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잘 알려졌듯이 <미몽>은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춤 영화이며, 서양 모던댄스를 받아들인 근대 초기의 공연미학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다른 영상에서도 조택원은 끊임없이 춤을 춘다. 최근 일본에서 발굴된 1956년 9월 동경에서의 공연실황은 <춘향조곡>(1940), <신노심불로>(1949년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초연), <소고춤>(1956) 등 공연예술적 가치가 높은 신무용 명작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영상은 춤 선구자로서의 조택원뿐만 아니라 근대의 문화지성이자 대중스타로서의 조택원의 위치도 재확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상 감상에 이어질 제2부 조택원 담론 발표에서는 유민영 단국대 명예교수의 <근대 한국공연예술과 조택원>, 김태원 한국춤평론가회장의 <조택원의 해외에서의 춤 활동과 그 의의>,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세계인’을 표방한 춤의 거장 조택원> 등이 발표되며 조택원의 삶에 대한 이론적 조망을 거치게 된다.

연낙재는 지난해 조택원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이어 이번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무용사뿐만 아니라 공연예술사에 있어서 ‘거인’이었던 조택원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02)741-280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