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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동행 展, 예술의 꽃과 정신의 열매가 만나다
미술계 대표작가 작품과 내로라 하는 현대시 50여편의 어우러짐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1- 박두진 선생의 시 <해>와 함께 선보이는 전준엽 작가의 <내일의 희망>
2- 박두진 시인의 <해>
3- 박인환 선생의 시 <세월이 가면>과 동일한 제목으로 임종두 작가의 작품




예술의 꽃과 정신의 열매가 만났다. 우리나라 현대시 탄생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내로라 하는 현대시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본화랑에서 2008년 12월 29일부터 오는 1월 23일까지 개최하는 <아름다운 동행전>은 예술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림과 정신의 열매인 시가 함께 어우러진 전시다. 기존의 시화전들은 주로 시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된 작품들을 다뤄온 반면 <아름다운 동행전>은 작품 자체에서 시상이 느껴지는 그림들을 선별해 시와 함께 선보인다.

권옥연, 문신, 박돈 등의 원로 작가들과 더불어 김종학, 이석주, 이만익, 전준엽, 임종두 등 중진 작가들의 작품을 ‘진달래꽃’, ‘님의 침묵’, ‘서시’, ‘국화 옆에서’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이미지가 떠오르는 주옥 같은 현대시 50여 편의 시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눈에 익은 유명 작품들을 시를 통해 새롭게 재해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본화랑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빛의 작가’ 전준엽의 작품 <내일의 희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청록파 박두진 선생의 시 <해>와 함께 보는 이들에게 생명력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80년대 민중미술을 선도하기도 했던 전준엽 작가는 밝은 빛을 통해 미래를 향한 희망을 그리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미술 평론가들은 따뜻하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이 평화와 광명을 노래한 <해>의 시상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해석했다.

<내일의 희망>과 더불어 박돈 작가의 유화 <해 돋는 강 언덕>역시 <해>에서 느껴지는 희망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박돈 작가는 한복 입은 소녀, 소 위에서 피리부는 소년 등 한국적 이미지를 많이 그려왔다.

단아하면서도 간결한 정중동의 생명력을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붉은 해가 떠오르는 언덕을 배경으로 댕기머리를 한 소녀가 머리에 목화송이를 이고 가는 풍경은 동양의 미를 물씬 풍기면서 평안한 느낌을 준다.

한편 생전에 수석 애호가였던 박두진 선생의 삶을 기리기 위해 연재시 <태초 그 때 그날부터> 옆에는 김만근 작가의 석채화 작품 <마음 비우기>가 배치됐다. <마음 비우기>는 돌을 갈아 색을 입히고 이 돌가루를 다시 평면에 붙이는 까다로운 작업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돌을 사랑했던 박두진 선생의 유작과 돌을 재료로 한 석채화의 조화가 흥미롭다. 김만근 작가의 또 다른 석채화 작품 <춤추는 아침>은 박두진 선생과 같은 청록파 시인 박목월 선생의 시 <산이 날 에워싸고>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청회색 톤 배경에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녀를 화폭에 주로 담아온 권옥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용운 선생의 시 <님의 침묵>, <사랑하는 까닭>과 동행한다. 권옥연 작가가 선보이는 두 점의 작품은 <아름다운 동행전>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4- 한용운 선생의 시 <사랑하는 까닭>
5- 한용운 선생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권옥연 작가의 유화 <작은 소녀>
6- 박두진 선생의 시 <해>와 함께 전시되는 박돈 작가의 <해돋는 강(江) 언덕>


작가의 작품 <작은 소녀>에서 느껴지는 짙은 서정은 한용운 선생의 시 <사랑하는 까닭>이 전하는 고즈넉한 그리움과 조화를 이룬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심연의 고독이 느껴진다. 또한 <님의 침묵>이 노래하는 결연한 슬픔은 어둡고 짙은 배경을 뒤로한 채 피어있는 꽃을 표현한 유화작품 <꽃>의 이미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본화랑의 이승훈 실장은 “권옥연 작가의 서정성 깊고, 관념적인 작품이 고도의 은유법 구사가 돋보이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두 작품의 구성을 맞춰봤다”고 설명했다.

미당 서정주 선생의 <국화 옆에서>는 육필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선생의 창작혼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미당의 시는 원로 작가 김형근의 대표 작품 <꽃과 여인>과 동반 전시 중이다.

김형근 작가는 은백색 배경에 독특한 정물 배치법으로 사물을 실제보다 투명하고 선명하게 묘사하는데 탁월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꽃과 미인을 통해 극적인 순수미를 창조한다.

그는 <꽃과 여인>에 대해 “여인이 세상을 떠나면 꽃으로 환생하고 세상에 향기를 풍기며 자라난 꽃이 지면서 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결국 내게 있어서 꽃이 여인이고, 여인이 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이 같은 내면 의식이 투영돼 있다”고 전했다.

은색 여백이라는 이상적인 풍경과 정밀하게 묘사된 꽃바구니를 머리에 인 여인의 이미지가 여유롭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며 미당 선생의 시상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밖에도 이만익 작가는 맹수의 왕으로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미완의 존재 소년이 등장하는 작품 <소년과 호랑이>를 소개한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소년이 곧 일제시대 권력을 제압하는 우리 민초들을 상징하면서 심훈 선생의 <그날이 오면>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또한 전준엽 작가가 <해> 시리즈와 함께 선보이는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I, II>은 동일한 제목의 유자효 시인의 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첫 번째 반가사유상에는 우주의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별자리를 담았고, 두 번째 작품에는 민족의 얼을 뜻하는 태극문양을 표현해 작품 전체적으로 동양의 전통미를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본화랑의 권옥귀 대표는 “미술계가 어려운 만큼 전시에도 변화바람이 불고 있다”며 “한국의 대표 현대시와 함께 시상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해 대중과의 친밀감을 높이면서 기존 전시와도 차별화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시화전인만큼 다양한 관람객들이 찾는다”며 “학생이나 가족 단위는 말할 것도 없고 50~60대 관람객들은 시인들의 육필 원고나 초판 시집 원고를 보고 추억을 회상하며 시를 낭독하거나 메모해 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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