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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환골탈태 '정명훈의 힘'
다양한 시도로 수익구조 개선등확고한 위상 정립 이끌어 3년 재계약
해외 투어 박차 음악의 사회·공익성 강화, 티켓 가격인하 등 추진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1-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유엔 데이 콘서트'
2- 지휘자겸 에술감독 정명훈
3- 상임작곡가 진은숙




2006년 1월 16일은 실내 클래식 공연사상 최다 관객이 모인 날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열린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몰려든 시민들로 가득 차 2만 여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수많은 이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인, 서울시향의 정명훈 예술감독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향과 3년간 재계약을 맺었다. 2005년 음악감독 취임 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예술감독으로 활동해온 그다.

세계적인 지휘자가 지휘봉을 쥐면서 서울시향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눈에 보이는 수익구조의 개선과 정기연주회의 전석매진 이외에도 국내 오케스트라에서는 없던 시도들이 이어졌다. 정명훈과 함께 해온 서울시향의 지난 3년의 성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전문가의 기대와 조언을 담아봤다.

◇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달려온 3년

오케스트라의 성공을 돈으로만 환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61년 역사의 서울시향은 최근 3년간의 변화로 오케스트라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다짐과 동시에 사업적인 성공까지 거둔 드문 케이스다.

2006년 전까지만 해도 연 수입 1억 원의 만성적자를 면치 못했던 서울시향은 2005년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했다. 그 기반엔 경영 총책임자 이팔성 회장(현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과 2006년 1월 예술감독으로 정명훈 지휘자가 있다. 그들과 만난 이후 서울시향은 예술, 공익, 수익적 측면 모두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2006), 브람스 스페셜 관현악, 실내악 시리즈(2007), 마스터피스 시리즈(2008)로 서울시향은 오케스트라 소리를 정련하고 관현악과 실내악 레퍼토리를 구축해왔다.

러시아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러시아 명곡 시리즈’와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주의 협주곡으로 구성된 ‘고전협주곡 시리즈’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지휘자의 스타일을 만끽하는 기회였다.

특히, 고전협주곡 시리즈 두 번째 무대는 보스턴 심포니 부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여성 지휘자 성시연의 한국 데뷔 무대가 되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2006년 취임 뒤, 단원에 대한 전면적인 오디션과 매년 지속적인 오디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영입을 시작으로, 부악장 웨인 린, 첼로수석 주연선, 트럼펫 수석 가레스 플라워스, 오보에 부수석 제임스 버튼 등 세계적 수준의 단원을 충원하고 로테르담 심포니 호른 수석을 초빙한 금관 집중훈련 프로그램으로 오케스트라 기량향상에 힘썼다.

세계적인 작곡가인 진은숙의 상임작곡가 위촉으로 시작된 현대음악 프로젝트 ‘아르스 노바’는 세계적인 현대음악 소개와 초연의 거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08년 하반기에는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메시앙 스페셜’이 기획되어 메시앙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디지털 아티스트 위고 베를랭드의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마스터클래스, 신진 작곡가 작품 위촉, 공개강좌, 프리(Pre)콘서트 토크 등 현대음악이 토양을 내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구민회관, 대학교, 병원 등에 직접 찾아가 연주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는 서울시가 그동안 해온 문화사업 중 시민들에게 가장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교육프로그램에도 무게를 실어왔는데, ‘오케스트라와 놀자’(‘피터와 늑대’ 연주로 변경), 저소득층 음악전공학생들에게 교육을 후원하는 ‘구세군 브라스 아카데미’, 목관주자 육성 프로그램 ‘우드윈드 아카데미’ 등이 모두 무료로, 시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진행되었다. 시민들 곁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지난해부터 고궁음악회도 개막했다.

2007년부터는 태국, 중국,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활동 반경을 국제무대로도 넓혀가고 있다. 뉴욕의 UN본부와 카네기 홀에서의 연주는 특히 한국 오케스트라의 위상을 국제무대에서 펼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3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서울시향은 이제 국내 교향악단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만성적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연 수입은 30억원에 달한다. 경영 귀재로 불리던 이팔성 대표이사가 지난해 5월을 끝으로 서울시향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정명훈 예술감독은 남았다. 앞으로의 3년, 서울시향과 정명훈 예술감독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 정명훈, 서울시향이 걸어갈 3년의 첫 해

정명훈 감독을 비롯해 진은숙 상임작곡가와 공연기획 자문인 마이클 파인(공연기획자이자 음반프로듀서로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 부사장 역임)이 재선임 되었다.

연주회 프로그램의 성격은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해져 4개 시리즈로 나뉘었고 우수단원 영입과 오케스트라의 기량향상을 위한 트레이닝, 진은숙 작곡가의 ‘아르스 노바’는 변함없이 진행된다. 해외 투어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음악의 사회적, 공공적 기능’을 강화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티켓가격 인하 등이 눈에 띈다.

정 감독이 직접 지휘봉을 잡는 ‘마스터피스 시리즈’는 그가 그동안 실연과 레코딩을 통해 극찬을 받아온 레퍼토리 위주로 짜여졌다. 브루크너 후기 교향곡과 베를리오즈, 림스키 코르사코프, 스트라빈스키 등 대편성 관현악 작품으로 라르스 포그트(피아노), 알렉산다르 마자르(피아노) 등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솔리스트가 협연한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지휘자들의 ‘뉴웨이브 시리즈’, 현재 최고의 연주자와의 협연이 이루어지는 ‘비르투오조 시리즈’, 모차르트, 그리그, 엘가 등 대중적인 관현악을 만날 수 있는 ‘명 협주곡 시리즈’가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올해 ‘아르스 노바’는 4월과 10월 관현악과 실내악으로 각각 1회 연주되며, 지난해 미국 카네기홀에서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켄트 나가노)가 초연했던 진은숙 상임작곡가의 관현악작품 ‘로카나’(‘빛의 방’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로, 설치 예술가 올라푸어 엘리아손의 작품에서 착상했다)도 ‘아르스 노바’를 통해 한국 초연할 예정이다.

총 62회 공연되는 ‘찾아가는 음악회’와 더불어 ‘희망콘서트’로 새롭게 태어난 자선 음악회는 4번쯤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교육프로그램은 보다 세분화, 전문화 되었다.

전공생을 대상으로 한 ‘우드윈드 아카데미’, 어린이 대상의 ‘오케스트라와 놀자’와 ‘정명훈과 함께 하는 음악이야기’를 신설 검토 중이며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교육후원 프로그램 ‘구세군 브라스 아카데미’와 음악칼럼니스트 진회숙 진행의 ‘콘서트 미리보기’는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야외 음악회는 계절별로 나뉘어 봄에는 ‘서울 오픈 에어’, 여름에는 ‘광복기념 음악회’, 가을에는 ‘고궁음악회’로 공연된다. 올해 목표수입을 30억원으로 설정한 서울시향은 티켓가격을 낮추고 5월부터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투어, 해외투어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존 정명훈 예술감독의 티켓 가격은 10-7-5-3-1만원에서 7-5-3-2-1만원, 일부 연주회의 6만원, 4만원 권은 5만원 3만원으로 하향 조정해 문턱을 낮췄다. 참고로 올해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횟수는 23회이다.

◇ 정명훈과 서울시향에 바란다

대개의 음악관계자들은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행보에 긍정적이다. 해외 연주자 영입 혹은 솔리스트 초청에 지나친 비용을 들인다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정명훈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 감독 취임 이후, 기존의 단원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함께 무대에 섰던 단원들은 그의 카리스마와 열정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음악계는 정 감독과 서울시향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

정명훈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에 깊은 관심으로 지난 3년의 변화를 지켜본 ‘월간 객석’의 류태형 편집장은 본지를 통해 세 가지의 제언을 제시했다.

서울시향에 정명훈 예술감독 색깔의 완전한 투영, 위상에 걸맞는 레코딩을 통한 아카이브를 구축, 드라마나 영화OST 참여를 통해 대중과 가까워지는 노력 등이다. “모든 레퍼토리를 잘 소화하는 오케스트라는 없다. 심지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휘자 정명훈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레퍼토리를 위주로 서울시향의 색깔이 잡혀갔으면 한다. 끓는 피로 이글거리는 라틴, 프랑스, 이탈리아, 색채감이 있는 러시아 레퍼토리는 정 감독의 해석력이 돋보인다.

특히 그의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이라던가, 탱고, 그리고 예술적 심미안이 살아있는 올리비에 메시앙에 대한 해석은 일가를 이루었다. 이런 정 감독의 장점을 잘 활용해 서울시향하면 분명한 색채감이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한 류 편집장은 “ ‘정명훈’이라는 전무후무한 마에스트로와 함께 한다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서울시향이 이 기회를 십분 활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서울시향 지휘자 겸 예술감독 정명훈
"훌륭한 오케스트라로 2단계 도약"




최근 서울시향과 재계약을 발표한 정명훈 예술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지난 14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렸다.

3년 전에 온 서울시향이 ‘자신에게 보금자리 같은 곳’이라며 소회를 밝힌 그는 잠깐씩 해외에 머무는 동안에도 ‘시향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 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지난 3년간 서울시향에 대해 “예전에 비해 껑충 뛰어올랐다. 잘 따라와 준 단원들에게 A학점을 주고 싶다. 이제 2단계(second stage)에 접어들 차례”라며 만족한 모습이었다.

서울시향에 대해 ‘자식 같은 책임감을 느낀다’는 정 감독은 첫째가 ‘이들을 훌륭한 오케스트라로 키워내는 것’이라면 그 다음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음악의 사회적, 공익적 가치’를 강조했다.

올해부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아서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 그는 올해부터 자선음악회의 횟수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올해 서울시향에 생겨난 ‘희망콘서트’가 그 일환이며, 1월 1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북한 어린이 돕기’ 유니세프 자선음악회가 그 첫 걸음이다.

최근 클래식의 핫 이슈였던 저소득층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가 길러낸 ‘두다멜&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에 대해 ‘아브레우 박사가 30여 년간을 모든 정신을 쏟아온 산물’이라면서 ‘혼자는 힘들어도 누군가 지금이라도 같이 하자고 하면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한편 정 감독은 기자 인터뷰에 인색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말을 잘 못해서 잘 안할 뿐’이라며 ‘길거리에서 성악도가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기를 청하면 항상 응한다’며 인간성이 팍팍한 사람이 아님을 해명해 좌중에 웃음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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