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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와 드뷔시, 자연의 생생함 그 느낌 그대로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모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
신비한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보이는 인상 화폭과 선율에 담아





노엘라 /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칼럼니스트 violinoella@hotmail.com

1- 화가 클로드 모네
2-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
3- 드뷔시 앨범 자켓 - 드뷔시의'바다'가 리옹 국립 오케스트라 연주로 담긴앨범(사진=낙소스 제공)
4- 모네 '푸르빌의 바다풍경 Marine, Pourville' 1881




일반적으로 음악은 귀로 듣고, 그림은 눈으로 본다. 하지만 음악을 보고 그림을 들을 수는 없을까? 예술에선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비슷한 말을 하는 음악과 미술을 접하게 된다. 어? 이번엔 말을 한다고? 그렇다.

음악과 미술은 언어가 아닌 다른 표현의 수단으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동시대를 산 서로 비슷한 메시지를 전한 화가와 작곡가를 찾아 그들이 그 시대를 살면서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클로드 모네가 (Claude Monet,1840-1926) 1840년 태어났을 당시에는 그림은 지식에 의해 그려졌다. 하늘은 파란색, 나무는 녹색, 흙은 갈색처럼 사람들이 지식으로 알고 있는 물체 본래의 색을 아는 그대로 그렸던 것이다.

하지만 사물의 색은 빛에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당시의 그림은 그런 생각을 반영하지 않았다. 모네가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빛에 의해 변하는 색을 과감하게 화폭에 담았기 때문이다. 모네는 빛을 따라 화실을 실내에서 야외로 옮겼다. 그리고는 모네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녘에서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빠르게 캔버스에 그려나갔다. 모네는 밝은 빛에 의해 사물이 몽롱하게 보이면 몽롱하게, 비가 내리거나 안개에 덮여 희미하게 보이면 희미하게 보이는 그대로를 그렸다.

하지만 태양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시적인 순간을 화폭에 담기 위해서 모네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였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네는 빠른 붓 놀림으로 그림을 단숨에 그려나갔다.

또한 물감을 빠레트에서 섞어 캔버스에 옮기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캔버스 상에서 자연스럽게 색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러한 기법은 그림에 생동감을 주었고 물감 고유의 색을 살려 더욱 선명하고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그는 34세가 되는 해인 1874년에 파리에서 열리는 한 전시회에 ‘해돋이 인상 (Impression, Sunrise)’ 라는 작품을 출품하게 된다. 지금은 너무나 사랑을 받는 작품이지만 당시의 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보고 형태를 구분할 수 없는 무질서한 그림, 정신병자의 그림 이라고 크게 비난했다.

인상주의 (Impressionism) 라는 말은 이 작품의 제목에서 비롯된 말로서 모네를 비롯한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화가들을 통틀어 비아냥거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네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의지를 캔버스에 그려나갔다.

5- 모네 '루앙 대 성당 La Cathedrale de Rouen' 1894
6- 드뷔시 악보
7- 모네 '수련 Water Lilies'


모네는 같은 대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리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바로 빛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같은 대상을 여러 번 그린다 하여 연작이라고 불리는 모네의 작품 중 ‘루앙 대 성당 (La Cathedrale de Rouen)’ 은 27번이나 그려졌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모네는 오전, 오후, 해질녘까지 햇볕 양의 변화를 끊임없이 관찰하며 그 순간 순간을 포착하였다고 한다.

같은 모습의 루앙 대 성당은 한번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없으며 모두 다른 느낌과 표정을 보여주고 다양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모네는 평생 사랑했던 아내 카미유가 죽는 순간까지도 아내의 안색이 변화되는 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고백한다.

바로 모네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이렇듯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 한 점 거짓없이 보여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 바로 ‘진실’이 아니었을까.

모네와 동시대를 살았던 음악가중 모네와 같이 보이는 인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던 작곡가가 있었다. 바로 모네와 이름이 같은 클로드 드뷔시 (Claude Debussy, 1862-1918) 이다.

드뷔시는 모네처럼 신비로운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과 그에 따른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었던 작곡가이다. 모네와 마찬가지로 드뷔시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형식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드뷔시의 이러한 성향은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예술가들은 상징파 시인 말라르메의 집에 모여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이곳에서 드뷔시는 피사로, 모네, 드가, 르누아르 등과 교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들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드뷔시의 음악을 인상파 음악이라 칭하는 것도 여기서 유래된 것.

드뷔시는 당시에 금기 시 되어있던 병행화음 이라던지 으뜸화음과 딸림화음, 버금딸림화음 등의 주종 관계 등을 무시하고 화음과 멜로디를 오로지 음악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하였다.

그러한 이유로 드뷔시는 학창시절에도 화성학에서 낙제를 하곤 했는데 사실은 교과서가 정해놓은 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기존의 이론을 무시하고 1887년 그가 25세가 되던 해에 발표한 ‘봄’ 이란 작품은 당시의 전문가들에게서 형식을 무하고 색체 성만을 강조한 말도 안되는 작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의 고집대로 그의 음악을 그려나갔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이란 작품이 있다.

이 곡은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목신, 요정, 여신, 꿈, 환상 등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드뷔시는 몽롱하고 꿈을 꾸는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신비롭고 몽환적인 음색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하며 그만의 독특한 Colorful 한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화려한 색채로 꾸며진 환상의 세계에 들어와 요정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들게 된다.

드뷔시의 또 다른 대표작인 ‘바다 (La Mer)’ 에서는 모네가 시시각각 변하는 루앙 대성당을 그렸듯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이 곡은 모두 3악장으로서 제 1악장은 ‘바다의 새벽부터 정오까지’, 제 2악장은 ‘물결의 장난’, 그리고 제 3악장은 ‘바람과 바다의 대화’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바다의 잔잔하고 고요한 새벽에서부터 해가 떠오르고 점점 활동적으로 변해가는 바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또한 작은 물결에서부터 큰 파도를 비롯해 광풍이 몰아치는 바다까지 마치 전람회에서 여러 편의 바다 그림을 감상한 것 같은 느낌을 주게 하는데 하루 동안의 빛의 변화를 그린 모네의 연작과 연관짓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또한 드뷔시의 음악은 마디 마디를 띄어놓고 듣는다면 특정 음정 이외에는 들리는 멜로디가 없다.

하지만 전체의 음악이 흐르게 되면 그 음정들은 바로 느낌이 되고 의미가 되어 우리에게 드뷔시가 보고 있는 자연을, 풍경을 들려준다. 모네의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면 그저 물감덩어리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지만 멀리서 보면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가 드러나는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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