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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공연? 연극의 참맛이 먼저!
서울 퍼스트 플레이 페스티벌
'스탑키스'등 국내 초 연작 5편 4월까지 릴레이 무대… 참신함으로 승부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1,2,3-SFPF 참가작 '스탑 키스'
4-SFPF 참가작 '달빛 트렁크'


지난해 연극계는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와 기획공연으로 '100살의 쇼'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뿐인가. 고질병과도 같았던 관객 부족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인터파크 집계 결과 지난해 티켓 판매액은 전년대비 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연극의 중흥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영화가 모든 개봉관을 점령해 작지만 좋은 영화들이 스크린에 걸릴 기회조차 박탈당하듯이, 연극도 '잘 되는' 공연에만 몰리며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학로에서는 인기작의 반복 공연과 스타 캐스팅 작품을 제외하면 새로운 창작 공연이 시도되거나 성공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때문에 기획 제작자 입장에서도 돈 되는 공연을 만들지 정통 연극으로서의 내실을 기할지 판단하는 것은 골치 아픈 고민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막을 올린 '2009 서울 퍼스트 플레이 페스티벌'(Seoul First Play Festival, 이하 SFPF)은 그래서 용감하다. 지금 같은 시대에 연극의 '순수', '열정'과 같은 키워드를 내세워 초연작들로만 구성된 연극 축제를 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되는 행사 기간은 공연계의 비수기인데다, 상업적 검증도 안 됐고 스타가 출연하지도 않는다. 대신 SFPF가 꺼내든 무기는 초연작의 새로움이다. 맛있는 반찬도 여러 번 먹으면 질리듯, 지금의 '밥상'에 물려 있는 관객들이 SFPF가 제공하는 '새로운 반찬'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국 관객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이번 축제의 참가작은 <스탑 키스>(연출 김준삼), <달빛 트렁크>(작,연출 박장렬), <고아 뮤즈들>(연출 카티 라팽), <태양은 하나다>(작,연출 김민정), <영국 왕 엘리자베스>(연출 오경숙)의 다섯 편이다. 릴레이식으로 이어지는 일정에서 첫 번째 주자로 공연을 마친 <스탑 키스>는 관계자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반응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번 페스티벌을 주관하고 있는 공연기획사 문화아이콘의 이상훈 대리는 "이번이 첫 행사고 첫 공연이다보니 솔직히 저희도 많은 관객들을 기대하진 않았는데 공연 첫 날 100석 가까운 좌석이 꽉 차서 놀랐다. 예매현황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첫 작품 반응이 좋아서 이후 전(全) 작품을 보겠다고 게시판에 후기를 올린 관객도 있어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처럼 관객들이 SFPF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최 측의 의도대로 '새로움'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훈 대리는 "그동안 관객들은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기 때문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연극들을 이제 조금이나마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해석하며 "이제 시작하는 페스티벌이지만, 이런 반응에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SFPF는 공연 형식과 내용의 양면에서도 새로운 점을 제시하는 것들이 많다. 가령 <고아 뮤즈들>은 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그리며 전통적 모성애의 금기를 과감히 넘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태양은 하나다>의 경우 대본이 없이 상황에 따라 진행되는 즉흥극 형식이다. 배우 자신도 순간순간 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는가 지켜보는 것은 온전히 관객들을 위한 즐거운 반찬이다.

하지만 SFPF가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말 그대로 실험적 성격이 짙은 페스티벌인 만큼 모든 실험에 이 같은 반응을 보이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2번 주자로 <달빛 트렁크>가 바통을 넘겨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그래서 SFPF는 '반찬'의 신선도 유지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경숙 SFPF 예술감독 인터뷰

"수익보다 순수성으로 어필"



-초연작 페스티벌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프랑스, 미국 등 주로 외국에서 공부한 연출가, 평론가, 번역자들이 모여서 번역, 창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문화아이콘과 만나면서 구체적으로 행사 콘셉트에 대한 논의가 오갔고, 오랜 고민 끝에 초연작들만을 선별해 무대에 올리는 축제로 탄생하게 됐다. 또 비성수기에 하는 축제이니만큼 수익성보다는 순수성을 가지고 하는 연극이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있었다.

- 작품의 선정 기준은

어떤 보편적 특징보다는 각자의 개성이 빛나는 작품들을 골랐다. 올해는 젠더나 성 정체성의 문제에 관한 소재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아직 페스티벌 자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연출자들의 공통의 관심사가 투영된 결과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우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작품은 고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수 연극을 지향하는 만큼 상업성만을 추구하는 작품보다는 연극 본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그래서 다른 연극인들이 (상업성이 보장되지 않기에) 미처 시도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위주로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 기존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도들이 눈에 띈다

가장 중심이 되는 행사가 바로 공연 마지막 날의 '연출가 무대서기'다. 그날의 관객과 그 전에 공연을 봤던 관객들이 미리 신청을 하면 이날 행사에 참여해 배우들이 아닌 무대 위의 세계를 창조한 연출가들과 만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연출가들과 대화하면서 연극 자체에 대한 애정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인터미션을 도입해 중간에 쉬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관람 문화도 만들려고 한다. 연극을 보러온다는 것이 심각하고 거창한 문화생활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즐기는 이벤트 같은 느낌을 주도록 하고 싶다.

- 앞으로 SFPF가 연극계와 관객에 어떻게 기여하리라 전망하나

사실 우리 같은 비주류 연극인들과 연극 작품들이 있기에 주류 작품들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러 가지 성격의 연극들이 토양이 되어서 그 가운데 좋은 작품이 등장하듯이 말이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서 다소 편중되어 있는 지금의 연극에 다양성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을 거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또 우리뿐만 아니라 독립군처럼 고군분투하는 많은 연극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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