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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아닌 인간을 예술 중심에 세우다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 보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 '미켈란젤로와 조스캥 데 프레'
조각·그림·음악 안에서 인본주의 정신 천재적 감각으로 표현





노엘라 /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칼럼니스트 violinoella@hotmail.com



일반적으로 음악은 귀로 듣고, 그림은 눈으로 본다. 하지만 음악을 보고 그림을 들을 수는 없을까? 예술에선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비슷한 말을 하는 음악과 미술을 접하게 된다. 어? 이번엔 말을 한다고? 그렇다. 음악과 미술은 언어가 아닌 다른 표현의 수단으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동시대를 산 서로 비슷한 메시지를 전한 화가와 작곡가를 찾아 그들이 그 시대를 살면서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들려준다.

1-미켈란젤로
2-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내부
3-다비드 상


중세시대를 지나 르네상스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신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가치, 존재감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당시 유럽은 십자군 전쟁의 잇따른 패배를 겪으며 기독교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고 교황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따라서 사람들은 크리스트 교회 이전의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인간중심 문화를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예술에서도 고스란히 표현됐다.

이같은 인본주의와 더불어 르네상스는 창조의 시대였다. 새로운 발상, 시도들이 일어나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분석하고 실현했다.

이 시기 인쇄술, 나침반 등을 포함한 과학기술이 발달하였고 화약이 발명되었으며 지도제작 기술의 발달로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했다. 예술가들은 더이상 엄격한 규율과 과거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키워나가며 인간중심의 예술을 만들어나갔다.

이 시기 예술의 중심에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1475-1564)와 작곡가 조스캥 데 프레(1440-1521)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미술사에서 다빈치에 이어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며 조스캥 데 프레는 르네상스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들의 인간에 대한 천재적인 묘사에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과 그림에서 그리고 조스캥 데 프레는 음악 안에서 인본주의 정신을 천재적인 감각과 노력으로 표현해 냈다. 또한 그들은 그들 생전에 이미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받았고 당시 미술가와 음악가들의 사회적 지휘를 한 단계 올려놓은 장본이기도 하다.

인본주의의 거장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는 '조각이란 돌을 깎아내어 형상을 만드는 작업이 아닌 미리 숨겨진 형상을 조각을 통해 해방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조각은 단순히 형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이 흙에서 인간을 창조했듯이 돌에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과 같았던 것이다.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회화보다 더 고귀한 작업이라 생각했다. 보다 인간다운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미켈란젤로는 다빈치와 같이 인체에 대해 깊이 탐구했다.

하지만 그의 탐구는 다빈치와 같이 자연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한층 더 깊고 세심하며 집착에 가까운 연구였다. 그 결과 그는 기존 화가들이 그리기를 꺼려했던 여러 가지 자세와 근육의 움직임을 생동감있게 표현하는데 성공한다.

그의 조각에는 거부할 수 없는 생명력이 숨어져 있다. 그의 다비드 상은 기존의 조각들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며 그 위대함을 인정받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기존의 작가들의 다비드와는 다르게 나체로 서있다.

르네상스 바로 이전인 중세시대에서는 신체를 노출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에 이 같은 나체 작품은 그 당시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의 발은 그가 신은 신발보다 더 고귀하고, 인간의 살은 그가 걸친 양 가죽보다 더 고상하다" 라고 말한 그는 신이 인간을 창조한 그 모습 그대로를 부활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그의 모든 작품은 인간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1508-1512)에는 340여 개의 인물이 나타나는데, 모두 구약성서를 배경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모두 그의 상상력에 의해 성서의 내용이 그려졌는데 기존의 그림과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인물중심 그림이란 점이며 특히 인물들이 대부분 나체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 이전 시대의 그림들은 인물중심보다는 신을 중심으로 한 성스럽고 경건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게다가 중세시대의 그림들은 사람의 인격이라든지 감정을 나타낸 표정은 최대한 배제했고 오로지 신앙심을 표현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인물들은 다양한 표정에 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다.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력을 가진 천장화의 인물들은 마치 그의 조각과 같은 입체감을 준다.

이 프레스코화에 숨겨진 의미가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많은 설과 논쟁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미켈란젤로는 당시 성서에 나오는 장면에서 인간들이 실제 느꼈을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성경의 고귀함이나 꾸며진 성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예배당 안에 그려져 있는 최후의 심판(1534-1541)은 미켈란젤로의 말기 작품으로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참혹함과 무시무시함을 감출 수 없는 그림이다.

이 벽화는 미켈란젤로가 생각하는 신은 신약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 아닌 구약에 나오는 "심판의 신"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당시 유럽은 1517년 마틴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신교와 구교로 나뉘면서 혼란스럽고 암울한 시대였다. 교황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고 종교적 혼란은 온 사회에 혼란을 가져왔다.

미켈란젤로는 이러한 혼란과 격동의 시대에 최후의 심판 벽화를 그렸다. 그림의 모든 인간은 신을 중심으로 구원의 손길을 찾아 모여든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인간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인체와 조각에 대한 열정,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과 영혼의 구원을 갈구하며 쓴 그의 시,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400개 이상의 방대한 인물화 등을 보고 있으면 미켈란젤로가 얼마나 인간이란 존재와 본질에 대해 고뇌하고 탐구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생명력 넘치는 작품은 그가 인간의 육체라는 고정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을 꿈꿨는지를 보여준다.

1-조스캥 데 프레
2-조스캥 데 프레의 악보
3-조스캥 데 프레의 앨범


르네상스의 모차르트, 조스캥

조스캥은 당시의 미켈란젤로처럼 생전에 최고의 음악가로 인정받으며 후세에는 음악계의 미켈란젤로 또는 르네상스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천재 작곡가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그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며 마틴 루터로부터 "음표의 주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토록 조스캥이 추앙을 받았던 이유는 미켈란젤로와 마찬가지로 인본주의의 바탕을 둔 음악과 이를 통한 인간의 감정 묘사에 있었다.

조스캥 이전 시대인 중세의 음악에서는 음악은 신을 찬양하는 기능 이외의 다른 기능은 가질 수 없었다. 당시의 음악은 인간의 음악이 아닌 단지 신을 위한 음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스캥은 기존 음악에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가사에 감정을 불어넣어 한층 더 풍부하고 감성적으로 음악을 그려냈다.

이런 표현 기법은 가사를 그림을 그리듯 표현했다고 하여 '워드 페인팅(word painting)', 또는 볼 수 있는 음악이란 뜻으로 '아이 뮤직(eye music)' 이라고도 불리는데 조스캥은 이런 기법을 가장 잘 사용해 가사의 감정을 살려낸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다.

조스캥은 가사의 악센트가 있는 부분에 음악의 악센트를 주고 가사의 문장이 끝나면 음악의 문장 또한 끝나도록 작곡했으며 가사가 "내려간다" 또는 "높이"라고 표현될 때 음표 역시 따라서 내려가거나 올라가도록 작곡하였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조스캥은 가사가 갖는 의미를 한층 더 감정적으로 살려주어 인간의 표현의 한계를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다.

조스캥은 또한 멜로디를 제외한 나머지 성부는 반주 정도의 기능만을 갖추게 했던 기존의 음악과는 달리 4성부 모두에게 중요한 멜로디를 주는 캐논을 만들었다.

이는 마치 미켈란젤로의 그림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의 표정과 감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모든 성부에게 비슷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감정표현을 더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교회의 권위아래 만들어졌던 중세시대의 음악과는 달리 4성부 모두가 동등하다는 점에서 인본주의를 표방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조스캥은 마치 미켈란젤로가 인간의 감정을 그의 조각과 그림의 표정과 동작을 통해 보여주듯 음악으로 한장면 한장면의 감정을 그려냈다.

다윗왕의 아들 압살롬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경 구절(사무엘 하 18장 33절)을 음악으로 표현한 'Alsalon fili mi' 라는 노래는 "울면서 무덤으로 내려간다" 라는 구절에서 음들이 낮은 Bb까지 하강하면서 실제로 내려가는 모습을 표현하며 인간의 슬픈 감정을 그려내듯 표현한다.

이렇듯 조스캥은 그동안 표현할 수 없었던 인간의 감정들을 한층 더 풍부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하여 내면을 밖으로 표출하고 억눌린 영혼을 자유롭게 했다.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던 이 두 예술가는 생전에 추앙 받는 예술가로, 또 후세에도 길이 남아 감동을 전하는 작품을 남기고 떠났다.

미켈란젤로와 조스캥 데 프레, 이 둘 모두 기존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새로운 시각,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탐구 등을 통해 삶의 고통과 희망 등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들은 그토록 고뇌했던 인간의 한계를 그들의 뛰어난 천재성을 통해 뛰어넘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그들 역시 작품 속에서 영혼의 영원함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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