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며, 사진과 미술의 영역을 아울러 주목받고 있는 작가 씨진(정혜진)의 14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사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씨진(정혜진)의 작품들 중 사진에 기반 한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다양한 매체가 하나의 화면 안에 공존하는 혼성적인 작품들을 왕성하게 제작하고 있는 작가는, '보이지 않는 현실'과 '인간의 잠재성', '유토피아'라는 화두에 주목한다. 그녀의 작품에는 '보이지 않는 현실', 즉 현대사회에서 간과 또는 묵인되는 여러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 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에 대한 염원 또한 드러나 있다.

그녀의 작품을 특징짓는 오색찬란하고 화려한 색감은 바로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상적 세상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질적으로 배치된 사물, 기괴하면서 눈을 끄는 화려한 색감의 오브제, 생명의 한 부분을 분절하고 꿰매고 가학하는 잔인한 설정, 그 위에 반짝이는 보석으로 치장하고 포장하면서 즐기는 위선의 눈길, 어떤 요소하나 조화롭게 보이지 않지만 생명과 죽음이, 천진난만함과 기괴함이, 화려함과 처절함이 곡예사의 줄타기처럼 위태롭게 공존한다. 씨진(정혜진)의 개인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갤러리나우에서 2월 17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02)725-2930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