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각색․연출의 창작초연작 '삼도봉 美스토리'는 경상, 전라, 충청도가 만나는 지점 삼도봉의 미국산 양곡창고에서 일어난 방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4명의 순박한 농부들이 주인공으로 그들의 포복절도 사투리 진술 속에 우리네 농민들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농촌의 현실을 웃음이라는 코드로 녹여내 주목받는 이 작품은, 농민의 고단한 삶을 그 제재로 하여 쓰여 졌지만 다분히 우화적인 작품이다.

삼도봉 창고라는 사실적이면서도 비사실적인 공간에서 각도의 농민들이 모여 그네들만의 숨은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풀어가는 극중 극 형식을 띠며, 교묘한 얼개로 얽히고설켜 극적 상황의 매력을 더해간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슬픈 그네들의 이야기는 오늘의 농촌사회가 안고 있는 적나라한 속살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지만 결코 신파적이거나 계몽적이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미국 쌀 수입반대, 농촌 총각 국제 사기 결혼, 태풍 피해보상, 농어민 융자 등 최신 시사 이슈를 둘러싼 풍자도 웃음을 자아낸다. 2월 10일부터 오픈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41-339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