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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고개에 문화의 꽃이 피었습니다
성북구, 아리랑아트홀 리모델링 전문예술극장으로 재탄생 한예종과 공연장 공동운영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콘서트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
조그마한 무대엔 여섯 명의 배우들이 꽉 차있다. 100석 남짓한 좌석도 관객들로 꽉 차있다. 언뜻 비좁아보이는 공연장이지만 그 숨막힘은 비단 공간 때문만은 아니다. 배우들의 순수한 열정이 담긴 노래와 연기가 그것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시선과 맞닿아 일어나는 무형의 에너지 때문이기도 하다.

'가내수공 핸드메이드 뮤지컬 프로젝트'라는 다소 불쌍한(?) 부제를 달고 있는 이 공연의 이름은 <피크를 던져라>. 스무살 소녀 지아가 기타리스트 지우에게 반해 락밴드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과 이상향을 찾으며 멤버들이 화합하는 과정을 콘서트 뮤지컬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이 공연의 티켓 가격은 단돈 1만 원. 그래서 공연의 '불쌍한' 부제는 이곳을 찾는 어떤 관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의도된 콘셉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열기의 현장은 대학로가 아니다. 젊음의 거리 홍대는 더더욱 아니다. 문화 예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성북구 미아리고개의 한 작은 공연장 무대이다. '아리랑아트홀'이라는 이름의 이 공연장은 작년 11월 리모델링 후 새롭게 문을 열어 그 첫 작품으로 대학로에서 검증된 이 뮤지컬 작품을 주 관객인 성북구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현재의 아리랑아트홀의 모습은 대변신이라고 할 만하다. 미아리고개 구름다리 교각을 활용해 만들어진 이곳은 처음엔 한(恨) 많은 미아리고개를 기념하기 위한 '미아리 사랑방'으로 출발했지만, 강북 지역의 부족한 공연시설을 감안해 1999년에 예술 공연을 위한 소극장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 부족과 점점 더 노후화되는 공연시설은 자연스레 주민들의 관심을 잃게 했고 2003년 아리랑아트홀로 개명한 이후에도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

버려져가는 아리랑아트홀이 회생의 희망을 갖게 된 것은 성북구 의회와 인근 석관동에 위치한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이 공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우선 성북구는 아리랑아트홀이 제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공연 시설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그 결과 아리랑아트홀은 그간의 이미지를 벗고 첨단 조명과 음향시설까지 갖춘 전문예술극장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였던 양질의 공연콘텐츠 수급은 성북구 내에 위치한 한예종이 그 유일하고도 최상의 해결책이 됐다. 한예종으로서도 젊은 예술가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늘어나고 실험작들을 미리 검증할 수 있는 장이 생긴다는 면에서 아리랑아트홀은 좋은 무대였다. 무엇보다 한예종은 이미 교내에서 인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무료공연들을 해오던 터였다. 이에 따라 한예종은 국립예술교육기관으로서 받은 혜택을 우수한 공연콘텐츠로 지역에 환원하는 의미에서 성북구와 손을 잡고 아리랑아트홀을 공동운영하기로 했다.

한예종 측은 "학교와 지자체가 함께 공연장을 운영하며 지역 문화예술 저변을 확대하려는 이 같은 시도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아리랑아트홀은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이를 통해 한예종도 창작콘텐츠 생산기지로 만들 것"이라며 새로운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무대에 올랐던 콘서트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는 보다 좋은 공연 제공을 위한 한예종의 '전략기지'인 공연전시지원센터가 주최한 첫 번째 작품. 2개월간의 준비 끝에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은 연극원 졸업생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창작 그룹이 주축이 된 만큼 더욱 의미가 있었던 공연이었다.

공연전시지원센터는 3월 2일부터는 극단 간다의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를 공연하는 등 앞으로 33개 작품 70회의 무료공연과 210회의 유료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아리고개는 슬픔과 절망의 장소로 기억됐다. 반야월 작사가의 아픔이 담긴 '단장(斷腸)의 미아리고개'의 고착된 이미지는 그대로 미아리고개에 지박령(地縛靈)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변신한 아리랑아트홀에 울려퍼지는 젊은 예술혼이 미아리고개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며 주민들과 함께 즐거운 살풀이를 시작하고 있다.

■ 이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공연전시지원센터 예술감독
"젊은층·중장년 아우르는 공연으로 생명력 불어넣을 것"

성북구 구 의회에서 내부적으로 성북구에 제2의 대학로를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고, 재작년부터 학교가 구 내에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회의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로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공연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됐다.

- 공연전시지원센터의 역할이 클 것 같다

당분간은 주로 연극원 졸업생들이 추동 인원이 될 듯하다. 현재 센터 구성원도 연극원 연출과 졸업생과 협동과정 예술경영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연출과 출신은 공연 프로그래밍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 내실있는 기획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 앞으로의 작품 선정기준은

최근 졸업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와 연관된 극단이나 배우들 위주로 갈 예정이다. 아직은 밖에서 공모할 만한 환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2년간의 목표는 우선 극장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그래서 가급적 젊은 층이 볼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공연과 중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공연도 같이 염두에 두고 있다.

- 현재 지역 주민의 반응은 어떤가

원래 이 공간이 버려진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사람들이 잘 안 찾아올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주민들이 공연장을 찾아주고 있다. 객석의 80% 이상이 차고 있다. 20%가 초대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만석에 가깝다.

- 앞으로 이 공연들이 지역문화에 어떤 역할을 할까

지금까지 으레 있어왔던 형식적인 주민행사가 아니라 주민들이 수준높은 작품들을 보며 즐길 수 있는 향유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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