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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 문학시장 '쥐락펴락'
소설 선택기준 재미와 오락, 칙릿소설 인기 대표적… 새트렌드 만들어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지난 2008년 출판계를 정리하며 전문가들은 일제히 '문학의 부활'을 외쳤다. 이외수 작가의 <하악하악>이 베스트셀러였던 <시크릿>을 밀어내고 각종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위를 차지했고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과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등 소설이 종합베스트셀러 상위를 휩쓸었다.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를 비롯해 박현욱 작가의 <아내가 결혼했다> 등 드라마, 영화의 원작이 된 문학작품도 다수다.

그렇다면 문학의 주 독자층은 누구일까?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와 온라인 서점 예스 24에 의뢰해 지난 한 해 문학 독자층을 분석했다. 20~30대 여성이 문학 시장의 과반을 차지했고 작가와 출판사들이 이에 대처하면서 한국 문학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30대 여성이 과반수 차지


먼저 온라인 서점 예스 24의 지난 한해 통계를 살펴보자. 판매권수로 순위를 매기면 30대 여성, 40대 여성, 30대 남성 순으로 책을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학'으로 범위를 좁히면 말이 달라진다. 지난 한 해 한국문학 서적 구매자 중 20대 여성이 15.28%, 30대 여성이 25.16%로 전체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대 남성 6.21%, 30대 남성 12.4%와 대조를 보인다.

이는 선택하는 책의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베스트 30위권을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남성은 자기계발서에 치중한 반면 여성은 자기계발서와 소설의 비중이 비슷하다.

남성 독자의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살펴보면 이외수의 <하악하악>이 4위로 문학작품으로 유일한데 반해, 여성 독자들의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는 2위를 차지한 기욤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비롯해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3위) 이외수의 <하악하악>(7위) 등 6권의 책이 종합베스트 10위 권에 올랐다.

오프라인 문학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교보문고에서 문학 서적을 구매한 독자들의 연령과 성별을 분석해 보면 20~30대 여성이 전체 문학작품 구매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30~40대 여성이 약 17%, 40~50대 여성이 약 11%를 차지한다. (도표 참조)

박경리 선생 문학캠프. 인터넷 서점 '예스 24'의 문학캠프 응모자 분석결과, 성별로 여성이 68.72%, 연령대는 20대 40.93%, 30대 32.03%로 나타나 20~30대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문학을 테마로 한 출판사와 대형서점의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층도 20~30대 여성이 압도적이다. 일례로 지난 2일 에세이집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낸 드라마 작가 노희경 씨의 '저자와의 대화' 이벤트(예스 24 북살롱)의 응모자 93%가 여성이었고 20대와 30대는 각각 40.19%, 48.43%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예스 24에서 지난 2007년과 2008년 실시한 '문학캠프'에 응모자를 분석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성별로 여성이 68.72%, 연령대는 20대 40.93%, 30대 32.03%로 나타나 20~30대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20~30대 여성이 문학 시장의 주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국문학의 위기'로 불려진 2000년대 초반과 차이를 보인다. 자기계발서 열풍이 한창이던 당시 출판 전문가들은 한국문학의 고전에 대해 인터넷과 영상매체의 영향으로 예전 주 독자층이던 젊은 세대가 대거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활자매체 영향력이 떨어진데다 독서훈련이 돼있지 않아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계간 <세계의 문학>의 2007년 봄호 특집 '누가 문학을 읽는가'에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은 국민독서실태조사를 토대로 2000년대 표준 문학 독자의 초상을 '서울 거주 22세 여대생'으로 뽑아낸 바 있다. 연구는 문학 주 독자층이 20~30대 여성이란 점에서 본지 이번 분석과 일치한다.

20~30대 여성이 꼽은 문학 서적이 문학 시장 중심에 서는 것도 눈 여겨 볼 점이다. 예스 24의 지난 한 해 한국문학 판매량 순위와 20~30대 여성의 한국문학 구매 순위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한국문학 서적 인기의 방향타 구실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표 참조)

백원근 연구원은 "이들에게는 60~70년대 엘리트 독자들처럼 한국문학 작품을 읽거나 최소한 알아야 한다는 충성심이 없다. 일본 소설이나 영미권 칙릿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읽으며 소설의 선택기준은 재미와 오락이다"이라고 특징을 설명했다.

독자에 대처하는 문학의 자세


20~30대 여성 문학 독자층은 국내 문학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칙릿소설이다. 젊은 여성을 뜻하는 칙(chick)과 문학(Literature)의 합성어인 칙릿은 전문직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젊은 도시인의 삶을 그려낸다는 특징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영국, 미국 등 해외 칙릿 소설이 인기를 모은데 이어 몇 년 사이 한국의 20~30대 독신여성들의 패션과 소비, 연애에 대한 욕망을 그린 '한국형 칙릿'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정이현, 백영옥, 고예나 등 문단에 호평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20~30대 젊은 여성의 도시생활을 모티프로 한 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며 칙릿 소설을 본격문학 장르 안으로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20~30대 여성들이 사회 문제나 역사적 의미를 찾는 작품보다 자신의 삶과 밀접한 작품들을 고른다는 점에서 칙릿 소설의 인기를 한 동안 계속될듯하다.

20~30대가 문학 독자층을 형성하면서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게임 등을 모티프로 한 장르문학도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됐다. 장르문학은 순수문학과 비교해 과거 하위문학으로 대우받았지만, 최근 독자층의 세대교체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환경 변화로 국내 문학 활성화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가 됐다는 평가다.

특히 김영사와 웅진 등 자본력은 있지만, 순수문학시장에서 소외됐던 대형출판사들이 장르문학 시장에 뛰어들었고, 문학동네가 발빠르게 장르문학에 대처하고 있다. 이상용 문학평론가는 지난해 작가세계 봄호에서 "게임과 인터넷이 넘쳐 나는 이 시대 젊은 독자들은 사이버 세계의 장르를 통해 장르 수용을 익혀온 독자에 가깝다"며 국내 장르문학 활성화에 대해 분석했다.

문학은 사회를 반영한다. 과거 1960년대 4.19세대와 1980년대 운동권 등 지식인을 중심으로 사회와 대결하는 문학작품이 각광받았던 것처럼, 최근 형성된 새로운 독자층과 이들의 취향이 한국문학의 소재와 표현, 장르 구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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