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39계단'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006년 초연된 것으로, 히치콕의 동명영화로도 알려진 작품이다.

상상력에 기반 한 작품으로 절묘하게 짜여 진 각본과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있어야할 곳에 없는 소품 때문에 배우가 당황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이어 소품은 천연덕스럽게 라이브로 옮겨진다. 또한 문짝 하나로 표현하는 대저택의 풍경을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나무 상자는 기차로 변하고, 의자는 자동차로 변신한다.

이 모든 것들은 관객들이 얼마만큼 상상하느냐에 따라서 그 재미가 가미된다. 또 단 4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이 작품은 남자주인공 해니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배우들은 기본 세 가지 이상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 낸다.

남자가 여자로 변하는 건 기본이고, 눈앞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한다. 옷을 바꿔 입는 시간은 단 10초, 소품을 옮기는 일도 배우들의 몫이며 그러기에 어느 것 하나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긴박감 넘치는 100분을 선사한다. <썸걸즈>와 <헤드윅>의 이석준과 <사춘기>에서 보여준 연기로 기대주로 꼽히는 박해수가 극을 이끌어가는 남주인공 리차드 해니 역에 더블 캐스팅되었다. 또 3명의 색다른 여인으로 변신할 역에는 <시련><썸걸즈><미친키스>의 정수영이, 100여 가지의 역할 변신을 보여주는 멀티맨 역에는 홍태선, 임철수가 캐스팅되었다.

2월 21일부터 3월 2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41-339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