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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한국 디자인 뉴욕을 사로잡다
<데스티네이션:서울>展
젊은 디자이너들의 재기발랄한 작품 75점
뉴욕 현대미술관 디자인 스토어 장식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한국의 젊은 디자인 감성이 뉴요커들을 사로잡았다. 현대미술의 산실이라고 일컬어지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모마)'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뉴요커들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응모와 심사를 거쳐 선발된 디자이너들의 재기 발랄한 작품 75점이 모마의 디자인스토어(Design store)를 장식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활동 중인 신예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자 모마에서 2005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진행하고 있는 <데스티네이션: 디자인(Destination: Design)>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감각이 담긴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 작품을 소개하며 동시에 해당 국가와 도시만이 가진 정체성과 개성을 표출하는 것이 데스티네이션 프로젝트의 모토다. 지금까지 핀란드와 덴마크,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독일의 베르린, 일본 도쿄의 디자인이 모마를 거쳐갔다. 여섯번째 데스티네이션 프로젝트 주제로 서울의 디자인이 주목 받으면서 국내 내로라 하는 디자이너들이 모마 입성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1-데스티네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뉴욕 모마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왼쪽부터 디자이너 그룹 에코파티메아리의 송기호, ZNP 크리에이티브의 박진우, 뜨쥬의 김주, 세라블루의 윤상종 디자이너)
2-박진우 디자이너
3-김주 디자이너
<데스티네이션: 서울>전시 출품작들은 모마 디자인 스토어 큐레이터들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정경원 교수, 국제디자인 트렌드센터(IDTC) 나건 교수 등 국내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디자인위원회의 발굴과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국제디자인 트렌드센터(IDTC) 나건 교수는 이와 관련해 "모마가 추구하는 디자인이 흔히 생각하는 '감상용 디자인'이나 '전시용 디자인'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디자인과 그 디자인 이면에 담겨있는 '스토리'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를 작품 선정의 제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한국 전통의 미적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작품과 환경 보호와 같은 동시대의 글로벌 트렌드를 개성 있게 구현해낸 작품들이 전통과 현대의 가치가 공존하는 서울을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숟가락'도 한국인들의 생활 속에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디자인 상품으로 변신했다. 술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병따개가 없을 때 숟가락으로 대신하는 생활 속 문화와 스토리를 담은 '숟가락 모양의 병따개'(디자인 그룹 '세컨드 호텔' 작)가 바로 그 대표 작품으로 뉴요커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전통 문양인 십장생을 밑그림으로 제작한 김제희 디자이너의 '십장생 우산'이나 주미중 디자이너의 색동 무늬를 주제로 한 '구름형 메모 패드', 한국 고유의 색감과 뜨개질 방식을 활용한 핸드백 등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는 데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밖에도 디자이너 그룹 '에코파티메아리'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된 헌 옷 등을 이용해 만든 '재활용 고릴라 인형'은 실용성 속에 디자인 철학을 담아 환경 보호까지 생각하는 섬세함으로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모마 디자인 상품의 전시·판매를 총괄하고 있는 보니 매케이 창작·마케팅국장은 "그 동안 한국은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로만 유명한 줄 알고 있었는데 훌륭한 디자인을 갖춘 톡톡 튀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소개돼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번 데스티네이션 프로젝트 출품작들은 국내를 비롯한 미국, 일본의 온·오프라인 모마 디자인 스토어를 통해 전시·판매된다. 이들 작품은 적게는 100개, 많게는 1,000개까지 제작돼 7달러에서 100달러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이 매겨졌다. 계속해서 반응이 좋은 디자인 작품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지속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모마와 함께 글로벌 파트너로서 <데스티네이션: 서울>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과 같은 디자인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디자인이 각종 재화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한국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우리의 전통 문화를 담은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작품들을 뉴욕에 소개하는 것은 디자인 도시 서울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설명했다.

1-김제희 디자이너가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을 밑그림으로 해 디자인한(십장생 우산)
2-디자이너 그룹 에코파티메아리 작품(Recycled Gorilla Doll)
3-디자이너 그룹 에코파티메아리 작품(Recycled Gorilla Doll)
4-박진우 디자이너 작품(5미닛캔들(5 Min Candles))
5-색동무늬를 주제로 제작한 주미중 디자이너의(구름형 메모패드)
6-디자이너 그룹 에코파티메아리 작품(Recycled Denim Tote)
7-김주 디자이너 작품(Thin Color Stripes Shoulder Bag)
8-김주 디자이너 작품(Thick Color Stripes Small Bag)

ZNP 크리에이티브의 디렉터 박진우 디자이너
'5미닛캔들' 기프트 아이템 큰인기

성냥갑처럼 생겼지만 열어보면 양초가 들어있는 기프트 아이템. 박진우 디자이너가 2002년 영국왕립예술학교 재학시절 일회용품 만들기 과제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실제로 양초가 타는 시간은 5분 정도밖에 안 되는 굉장히 작은 크기의 디자인이다.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로 <5 미닛 캔들 (5 Min Candles)>은 이번 전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의 의미를 넘어서 마음 한구석에 따뜻하게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5 미닛 캔들은 이번 전시에서 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3만개가 넘게 팔렸어요. 자꾸만 까먹는 기념일이 걱정이라면 항상 이 미니 캔들을 휴대하고 다니면 좋지 않을까요."

박진우 디자이너는 ZNP 크리에이티브의 디렉터겸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국내 디자인계 유망주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젊은 디자이너들이 함께 모여 만든 F.A.S.T(fantastic Artist Seoul Team)의 팀원이기도 하다. <데스티네이션: 서울>전시에서 5 미닛 캔들과 원색적인 컬러와 유머러스한 프린팅이 돋보이는 토드백을 선보였다.

"솔직히 제 아이디어가 거창하거나 눈에 띠게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비록 작은 아이디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품 컨셉트와 경쾌한 컬러감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디자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짓게 하는 '즐거운 디자인' 일색이다. 작품 창작에 있어서 항상 글로벌 마인드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다는 그는 인터내셔널 코드를 디자인에 적용시키고 있다. 이 같은 요인이 국제 무대에서 작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모마는 뉴욕에서 아트와 디자인을 감상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죠. 이번 전시가 지속적으로 뉴욕과의 문화 공유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진우 디자이너는 앞으로 서울을 기반으로 한 팝컬처들을 여러 브랜드와 함께 아트적으로 풀어낼 계획이라며, 한국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획득해 발전을 거듭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샵 뜨쥬(tu-joues) 대표 김주 디자이너
한복 응용한 가방·핸드메이드 니트 주력


"지극히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기 보다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고전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제 작품의 컨셉트입니다. 예술을 생활 깊숙이 투영시키며 현대적 감각의 예술을 소개하고 있는 모마의 컨셉트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죠."

디자이너 김주는 한복을 응용한 동양적 느낌의 가방과 핸드 메이드 니트를 주력으로 디자인 활동을 펼친다. 사실 그는 정식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 본래 기계설계전공자로 설계사무소에서 일을 했지만 뛰어난 감각과 창조성으로 실용디자인 작품 세계에 뛰어든 케이스다.

"서점에서 우연히 니트 관련 책을 보고 뜨개질의 매력에 빠졌죠. 지인들에게 하나 둘 선물을 해주다가 전문 샵까지 내게 된 거예요. 지금은 각종 바느질 제품들과 니트 가방, 옷, 패션 소품들을 디자인해 전시회를 하며, 수강생들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과 디자인에 주력한 라인은 물론 실용적인 라인까지 동시에 선보임으로써 각 상품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이번 데스티네이션 프로젝트에서 그는 우리의 전통문양 색동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토트백과 전통 색감에 예부터 행운을 가져온다는 무늬를 활용한 숄더백을 선보였다.

"뉴요커들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한복을 입으라고 한다면 평상복처럼 입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복의 색채나 특징적인 디자인은 현대적 의류에 적용시킨다면 좀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번 출품작도 그렇고 제 작업은 결국 한국의 상징적 이미지를 현대화해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 시키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담긴 대중적이면서도 한국 고유의 독특한 이미지가 해외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한 단계 끌어올려 디자인하는 작업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려움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자신만의 디자인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고, 보다 자유로운 토대가 형성돼 있는 글로벌 마켓으로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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