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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 3] 클림트와 시마노프스키
관능과 환락속 인간 본질을 깨닫자
금장식·몽환적 그림표현, 환상적이고 신비로움 주는 작곡으로 메시지 전달





노엘라=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칼럼니스트 violinoella@hotmail.com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 음악가 시마노프스키(Karol Szymanowski, 1882~1937)의 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동시대를 산 오스트리아의 자랑 클림트(Klimt)의 그림과 시마노프스키의 텍스처(texture)가 너무나 닮아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예술가 모두 비잔틴과 그리스 문화, 그리고 동양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이는 클림트의 화려한 금 장식, 몽환적인 그림표현과 시마노프스키의 환상적이고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작곡 기법에서 나타난다. 또한 그들이 사회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가 주장하는 디오니소스적인 요소들과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무의식의 세계를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1-클림트
2-'벌거벗은 진리'
3-'유디트'
4-'키스'
5-시마노프스키
# 에로티시즘의 대가


19세기 말 구스타프 클림트는 특유의 작품세계로 온 유럽을 놀라게 했다. 당시의 유럽은 기독교적 윤리와 사회가 정해놓은 도덕성에 입각해 형성됐다. 이러한 사회 풍조에 파문을 일으킨 클림트의 작품은 팜므파탈적인 환락과 에로티시즘을 반영하며 여성의 자극적인 누드를 주제로 충격적인 포즈 등을 그려내며 인간의 숨겨있던 본능을 수면위로 끌어냈다.

시마노프스키 역시 교향곡 제 3번 '밤의 노래'를 비롯해 '오월의 밤' 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제 1번 등에서 기존 낭만파와는 다른, 에로스, 무아경, 황홀 감, 중독적인 요소들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클림트의 이러한 충격적인 그림들과 시마노프스키의 독특한 작품들에서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주관적인 견해 없이 사회가 정해놓은 도덕을 관습적으로 따르는 사회 풍토를 비난한 철학가이자 시인인 니체와 무의식의 세계를 논한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았다. 니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의 신인 아폴론은 도덕과 질서, 즉 종교적인 이념을 상징하는데 우리 사회에는 이런 요소 뿐만이 아니라 혼란과 탐욕, 쾌락과 즐거움을 상징하는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적인 요소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동시에 '어느 정도 깊이 괴로워 하느냐 하는 것이 인간의 위치를 결정한다' 라고 말해 고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니체는 인간의 평등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주장했으며 같은 맥락에서 여성에 대한 페미니스트적인 성향을 보였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무의식 중에도 성에 대한 욕구가 있다라고 주장했으며 니체와 마찬가지로 형이상학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처해진 상황을 거짓없이 직면한다면 강한 정신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니체와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라 클림트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부정하고 인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추악함, 나약함, 욕심, 성적 욕구 등을 그의 그림에서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거울을 들고 나체로 서있는 여인을 그린 <벌거벗은 진리>는 마치 그의 이러한 생각을 반영한 듯 거울을 통해 가식을 버리고 '인간의 내면의 모습을 진실되게 왜곡 없이 그대로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녀의 꾸미지 않은 나체는 '진실은 이러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비취고 있다.

또한 클림트는 <철학> <법학> <의학>이라는 작품 등을 통해 과학적 지식, 사회 질서를 조롱하며 고통 속에 헤매는 모습, 목적 없이 방황하는 모습, 불안에 떠는 모습 등 인간이 느끼고 있는 혼란과 불안, 무기력함, 나약함 등을 표현해 당시의 전문가들에게 큰 불쾌감과 모욕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음모를 들어낸 나체로 나타났고 그의 그림은 언제나 외설이냐 예술이냐의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며 보수적인 세력들은 클림트의 작품을 "외설적인 성 도착적 표현" 이라고 단정하고 이단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클림트는 자신을 혹평하는 비평가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물의 요정 나이아스가 관객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고 웃고 있는 <금붕어> (원제 '나의 평론가들에게') 라는 그림을 그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외 클림트는 1901년 <유디트I>과 1909년 <유디트II>를 완성하는데 이들 그림 역시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고국을 위해 적군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유혹하고 목을 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여성 유디트을 팜므파탈로 묘사했기 때문인데 이 그림이 살로메라는 그림으로 잘못 알려진 이유 역시 충격적인 클림트의 유디트을 도저히 팜므파탈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클림트는 이렇듯 억압된 사회에서 해방되려는 의지를 인간 본능의 성적 욕구로 해석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클림트의 유디트는 매혹적이고 도발적이며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풍긴다. 욕망과 향락, 쾌락과 흥분으로 표현되고 있는 그녀는 금색 바탕과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매혹적이며 에로틱한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한다.

# 클림트 에로티시즘을 음악으로 승화


시마노프스키의 음악은 클림트의 환상적이고 에로틱하며 매혹적인 색채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클림트와 마찬가지로 시마노프스키는 그의 오페라 <로저왕> 에서 니체의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적인 요소의 대립 그리고 프로이트의 성적 욕구를 주제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로저왕은 그의 도덕적 의지로 쾌락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추방하려 하지만 결국엔 디오니소스의 향락의 빠져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스토리는 클림트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시마노프스키의 곡은 클림트의 그림처럼 관능이고 유혹적인 느낌을 주는데 그의 작품 중 '녹턴과 타란텔라'(Nocturne and Tarantella)라는 바이올린 곡은 시마노프스키가 술에 취한 밤에 작곡한 곡으로 1악장인 녹턴에서는 어둠의 밤에 미스터리어스한 느낌이 감도는데 허스키하고 매혹적인 낮은 목소리로 시작된 바이올린 소리는 곧 가늘고 높은 음으로 신음하다가 유혹하듯 춤을 춘다. 때론 휘파람 소리로 때론 강렬한 목소리로 다가가다 2악장인 타란텔라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춤으로 다가온다. 역동적이고 정렬적인 타란텔라의 춤을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 음악은 격정적으로 고조되며 끝난다. 이 곡은 술에 취한 밤 치명적인 유혹의 손길을 뻣는 팜므파탈을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연관 짖지 않을 수 없다.

# 위선적인 사회에서 자유 갈구한 두 거장


이 밖에도 비잔틴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화려하고 매혹적인 그림과 음악을 만들어 낸 점, 그리고 당대의 다른 예술과들과 표현기법에서 유일하게 차별화 된다는 점에서 클림트와 시마노프스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들의 이런 작품들은 바로 위선과 환상으로 가리워진 사회에서 자유로움을 갈구하는 외침이었던 것 같다. 가려졌던 사회 어두운 부분을 끌어올려 직면해 진정한 자유를 맛보고, 관능과 환락의 세계 안에서 고뇌하면서 인간의 본질을 깨닫자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클림트의 가장 유명하고 사랑 받는 작품인 는 바로 이러한 아름다운 이상을 말하는 그림이다. 이 작품에서는 기존 클림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관능적이고 성적인 요소는 배제됐고 남녀간의 화합과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여성은 팜므파탈이 아닌 순종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클림트의 작품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남성이 여성과 동등한 위치로 등장한다. 또한 그 남성은 바로 클림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렇듯 행복해 보이는 라는 작품은 클림트가 인간의 본질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었을까.

시마노프스키 역시 그의 말기 작품에서는 밤의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쾌락을 주제로 했던 음악적 요소에서 멀어지며 종교적인 가사를 가진 침착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데 'Stabat Mater'는 시마노프스키가 처음으로 쓴 전례음악으로 이를 잘 반영하는 작품이다. 결국 클림트, 시마노프스키 이들이 공통적으로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인간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행복을 추구하자는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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