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를 대상으로 즐겨 표현하는 조수선의 작품전. 작가는 질퍽한 흙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심하게 왜곡되거나 과감하게 절단된 인체를 표현해왔다.

극단적인 인체왜곡을 통해 인간의 원형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해부한다. 이전 작업이 인체왜곡에 집중했다면, 이번 전시는 인체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유연하고 유기적인 인체를 수직과 수평이라는 경직된 형태로 전환시켜 놓은 것이 특징. 어린아이, 새, 둥지 등 동심을 연상시키는 소재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가슴 속에 새 둥지를 품고 새를 바라보는 소녀의 표정, 새를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에서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초상들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초상이 슬프지 않은 건 힘겨움 뒤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기 때문일 거다. 다소 견고하고 경직돼 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그러나 그 형태 속에 인간들의 순수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은유돼있다. 고요한 호수에 물결이 일 듯, 잔잔한 마음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샘터갤러리에서 3월 13일까지. 02)3675-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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