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넘어 세상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 작품에 담아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여동생 안나 마리아를 두 장의 초상화로 남겼다. 그 중 한 작품에는 방 안에서 창 밖 바다를 바라보는 안나가 담겨 있다.

회색의 방안 풍경과 코발트 빛의 바다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창 밖을 바라보는 소녀의 뒷모습에선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동경과 기대가 읽힌다. '창가의 소녀'라 이름 붙여진 이 작품은 '달리 스타일'의 초현실주의적 표현이 태동하기 불과 일년 전에 그려졌다.

창과 문을 화폭에 담아낸 김용현 화백은 어떠한 변화를 꿈꾸고 있는 걸까. 그는 현재 자리한 곳과 창틀과 문이라는 경계를 넘어선 저 편의 풍경을 유화로 그려내고 있다.

저 편에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숨쉬고 있다. 때때로 벽처럼 그려진 닫힌 문은 답답한 현실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김 화백의 그림에 대해 "열리고 닫힌 문 혹은 창을 통해 보여지는 일상에는 예쁜 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거나 아름다운 꽃과 사물로 장식되어 있다"면서 "이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고독을 위로하고 꿈과 동경을 그리는 것"이라는 해석을 붙이기도 했다.

김 화백의 이력엔 화가보다 사업가로서의 이력이 많다. 중앙대 예술대 졸업 이후, 기아자동차 선전부장과 디자인 실장을 거쳐 디자인그룹 Multi&Max 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디자인과 프로모션을 전문으로 하는 SP&C(주)와 메타디자인(주)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가 다시 그림을 시작한 것은 3년 전. 사업가이긴 하지만 디자인 관련 사업으로 늘 미술과 가까운 곳에 있었던 그는 다시금 붓을 드는 상상을 하곤 했다. 미술강좌로 자극을 받고 현장 답사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아왔다. 근무 시간을 제외한 여유시간에는 그림 그리는 일이 많아졌다.

이후, 토루소라는 그룹 전에 3년간 참여해오면서 지난해 12월에는 경인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 동안 그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풍경이라던가, 낯익은 공간에서 전해지는 정감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이번 개인전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일상'을 담아낸 그의 작품 속에선 창 너머 세상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 그림에 대한 김 화백의 열정까지도 전해진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잠재력을 발견하고 기본에 충실한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회화의 가능성을 최대한 확장해 가려고 한다"며 지난 활동에 대한 자평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사업가에서 화가로 돌아온 김용현 화백의 개인전은 3월 11일부터 17일까지 종로 인사아트센터 4층에서 열린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