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잘스·처칠등 20세기 역사적 인물 찍은 70여작품 선보여

1-Pablo Casals, 1954
2-Pablo Picasso, 1954
3-Winston Churchill, 1957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초상 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초상은 대체로 그림이나 사진에 나타난 사람의 얼굴이며, 얼굴은 얼의 꼴이다. 그래서 초상화나 초상사진의 주제는 영혼이다. 영혼은 사람에게서 '풍기는' 특정한 상태이며, 그것은 그가 타고난 기질과 살아온 역사로부터 우러난다. 그래서 영혼이 담긴, 좋은 초상화와 초상사진 앞에서 우리는 그 기운에 둘러싸인다. 단지 선과 색으로 짜인 평면에서 영혼을 본다.

여기, 한 사람의 뒷모습 사진이 있다. 빈 방의 의자에 앉아 첼로를 안은 채다. 이 사진이 보스턴 박물관에 전시되었을 때 매일 찾아오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사진 앞에 오래 머물다 돌아가곤 했다.

어느날 큐레이터가 물었다. "왜 늘 이 사진 앞에 서 계시는 건가요?" 남자는 나무라듯 대답했다. "조용히 하시게,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가!"

유서프 카시(Yousuf Karsh, 1908~2002)가 찍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사진에 얽힌 일화다. 이 사진을 찍은 1954년, 카잘스는 조국인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프라드의 한 수도원에 있었다.

프랑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 카시는 돌아 앉아 첼로를 연주하는 카잘스의 모습에서 위대하고 외로운 결단을 내리고, 경건하고 쓸쓸하게 살고 있는 예술가의 영혼을 보았다. 카시는 순간 그 구도가 '맞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그의 유일무이한 뒷모습 초상 사진이 탄생했다.

1-Audrey Hepburn, 1957
2- Albert Einstein, 1957
3- Mother Teresa, 1957

이 일화가 유서프 카시가 초상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 때문에 윈스턴 처칠, 알버트 아인슈타인에서 파블로 피카소, 오드리 햅번,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더 테레사에 이르는 숱한, 제각각의 인물들이 카쉬의 카메라에 영혼을 내어 맡겼다. 많은 일화들이 증언하는 카시의 거장다운 면모는 전방위적인 교감 능력이었다.

그는 아인슈타인에게서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오드리 햅번에게서 '상처 받기 쉬운 연약함'을 끌어낸 골똘한 시선, 헤밍웨이가 혀를 내두를 만큼 치밀하게 사전조사를 하는 성실함, 사진 찍기를 꺼린 마더 테레사를 설득해낸 열정, 처칠이 "당신은 으르렁거리는 사자도 가만히 사진을 찍게 할 수 있군요"라고 감탄하게 만든 '외교술', 기록할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는 직관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다.

그는 상대를 가장 그 사람답게 결정(結晶)해내는 사진가였다. 그리고 많은 평자들이 그 바탕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읽어냈다.

카시가 찍은 20세기 역사적 인물들의 초상 사진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5월8일까지 전시된다. 작년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열린 카쉬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옮겨온 것으로 카시가 1930~1990년대에 찍은 7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