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爾)'의 작가 김태웅의 신작. 돌고 도는 세상, 수많은 요소들의 반복과 순환이 집적된 실존의 문제를 다뤘다. 삶의 지난한 순환 고리를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풀어낸 작품. 작품 속 연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장면 1에 등장한 남자가 여자를 차버린 방식 그대로, 장면 2에서는 같은 여자가 새로 만난 연인을 차버린다. 첫 장면과 똑같은 대사와 몸짓이 여자에 의해 반복된다.

같은 장면이 반복됨으로써 그 느낌은 두 배, 세 배의 울림으로 관객을 파고든다. 장면 1,2의 반복은 다시 장면 3,4로 이어지며 변주된다. 극 중 인물들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쇄 고리를 더듬어 올라가다 그 끝에서 또 다른 '너'가 아닌, '나'자신과 조우하게 된다.

연애의 순환구조를 표면에 드러냈지만, 결국 이 작품은 돌고 또 다시 도는, 우리네 인생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시간도, 사물도, 공간도, 삶과 죽음도, 만남과 이별도 순환하는 가운데 연결돼 있음을 발견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송준호 기자 조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