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탄생100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적인 부조리작가, 외젠 이오네스코를 기념하는 부조리극 시리즈 두 번째 작품. 그의 초기 작품들에 비해 주제가 뚜렷해 이해와 공감이 쉬운 작품에 속한다. 당시, 전 유럽을 휩쓸던 나치즘의 집단 본능에 대한 맹렬한 풍자가 담겨 있는 작품.

한 평화로운 마을에 코뿔소가 등장하면서 주민들이 속속 코뿔소로 변신하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 엇갈리는 경이와 공포가 코믹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유행병처럼 번지는 변신에 저항하는 한 소시민 베랑제의 투쟁은 소영웅적이면서도 희비극적이다. 원작 텍스트에 대한 철저한 해석과 각색과정을 거쳐 부조리극의 묘미를 제공한다.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말이 많아 언어의 소동을 일으키며, 사람의 이름을 다른 의미를 가진 언어로 부를 때 느껴지는 괴리감이 그의 호칭의 모순을 통해 드러난다. 원작의 빠삐용을 '표영신'으로, 보타르와 뒤다르는 '보따리'와 '뒷다리'로 혼동해 부르며, 베랑제는 '베테랑'으로, 데이지는 '돼지'로 부른다.

또 인물들의 말이 동시에 튀어나오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로 진행돼 그 말들이 이뤄내는 독특한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무대 위에 구현되는 다양한 연극적 상상력을 만나볼 수 있다.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게릴라극장. 02)763-1268



송준호 기자 조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