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Galleries Art Fair]전국 80개화랑 500여작가 3000여작품 출품, 지역 미술 활성화 기대

1-주대희의 '엄마 ~누나 오줌쌌어~!' 2008
2-줄리안 오피의 'Suzanne walking in stay ups'2007
3-안윤모의 'Coffeeholic' 2008

'경제가 어려울 땐, 무겁지 않은 작품이 뜬다?' 부산 벡스코에서 미술의 만찬이 펼쳐졌다. 지난 3월 19일부터 23까지 5일간 열린 제 27회 화랑미술제에서 전국 80개 화랑이 500여 작가의 30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화랑미술제는 (사)한국화랑협회 주최로 1979년에 시작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이다. 참가 화랑이 발굴하고 지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 거래하는 미술박람회이다. 부산에서 열린지는 올해가 두 번째.

김덕기, 박미나, 신선미, 정연두, 홍경택 등 젊은 작가부터 김창렬, 백남준, 이우환, 전광영, 이왈종 등 국내 유명작가, 그리고 엔디워홀, 데미안 허스트, 야요이 쿠사마, 줄리안 오피 등 해외 유명 작가에 이르기까지 현대를 호흡하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러나 대작 위주의 지난해 전시와 달리 올해에는 젊은 작가들의 경쾌하고 밝은 작품이 다수 선보였다. 노재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지역 미술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면에서 부산에서의 화랑미술제에 긍정적"이라면서 "젊은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놀라워, 한국미술 수준의 향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마산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화랑미술제를 찾았다는 관람객 진미정 씨는 "미술계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세계로 나가도 손색없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올해 화랑미술제의 관람 소감을 밝혔다.

세계적인 국내 미술계 대가들과 중견작가들의 작품은 관람객의 발을 묶었고, 발상의 전환과 나이에 비해 밀도 높은 묘사력을 가진 젊은 작가들은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행기 설계도와 같은 작품으로 이목을 끈 송현주, 고운 한복을 입은 여인의 그림에 유머를 더해낸 신선미, 철사 이미지를 캔버스에 담은 김영목, 수묵화로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그린 주대희, 만화 캐릭터의 등장으로 유명한 찰스 장 등 20~30대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이번 전시에서 젊은 작가들이 대거 출현한 것은 경기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가급적 천 만 원이 넘지 않는 작품과 세계에서 호평을 받은 젊은 작가들의 역량을 기반으로 작품을 전시한 화랑이 많았다. 이 덕에 미술애호가들의 문의나 구매도 꾸준히 이어졌다.

올해로 화랑미술제 참가 십 년 차인 UM갤러리의 정수진 큐레이터는 "지난달 열린 '아트 대구'에서는 대작 위주의 거래를 제외한 일체의 거래가 없었던 것과는 달리 화랑미술제에서는 작품과 작가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꾸준히 있다"며 전시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임만혁, 조종성, 강강훈, 김성호 등의 젊은 전속작가의 작품을 준비한 박여숙 화랑은 정식 오픈 첫 날에 전시 작품의 절반 이상에 붉은색 스티커를 붙이며 판매에 호조를 띄었다. "가격이 높은 작품은 판매보다는 전시에 목적을 두고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젊은 작가의 역량에 판매에 역점을 뒀다"는 것이 주민영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한편, 작가들도 직접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얇게 도금한 '가면 연작'으로 잘 알려진 이철희 조각가는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마릴린 먼로 등 대중적인 인물들의 가면 연작을 작업 중"이라는 근황을 전했다.

스틸을 소재로 베트맨, 찰리 채플린, 마이클 젝슨 등 영웅시리즈를 제작 중인 고근호 작가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영웅 시리즈로,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 아인슈타인 등을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의 컬러가 황금과 경쾌함을 연상시키는 '옐로우'라고 들었다. 불황의 여파로 아무래도 무겁지 않고 밝은 작품들이 어필하는 것 같다"며 젊은 작가 대거 출현의 이유를 촌평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향에 대해 모두가 반긴 것만은 아니다.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화랑미술제가 지방에서 열리는 것은 현대미술의 영역이 확대되는 느낌"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작품이 많아 경쾌하고 친밀감이 돌지만 무게감 있는 작가의 작품이 적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표미선 한국화랑협회 대표
2-기차에서 듣는 미술강좌/18일 오전 9시40분서울발 부산행 KTX열차 1 량이'아트트레인'으로 꾸며져 승객 들이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의'그림 사랑하기'강좌를 듣고 있다. 이 예술 열차는한국화랑협회가19~23일부 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 27회 화랑 미술제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사진= 조상인기자
3-한국화랑협회가 국내외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의 미술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화랑미술제'를 19일부 터 23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 3전시장에서 개최한다. 개막행사에 앞서 초청인사들이 미술품을 구 경하고 있다.이번 전시회에는 한국화랑협회 소속 144개 화랑 가운데 80개 화랑이 참가해 500여 작가 의 작품 3천여 점을 전시한다. 부대행사로 열리는 '아트 인 부산' 특별전에는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 60여 명이 90여 편의 작품을 출품하며 저렴한 가격에 판매도 할 예정이다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대표
"즐거움 주는 미술제로 경제 침체 분위기 쇄신"


올해의 화랑미술제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었는가.

경제영향 때문인지, 나라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듯하다. 올해 화랑미술제는 이런 분위기를 쇄신하는 전시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화랑미술제가 즐거움을 주면서도 최대한 알차게 꾸미려고 노력했다.

이주헌 평론가를 어렵게 섭외해 '아트 트레인'을 운행한 것과 프랑스에서 오신 김창렬 선생님을 비롯해 박서보, 김구림 선생님 등 대가 분들과 예술가 후원자로 유명하신 일신방직의 김영호 회장을 모신 것도 그 일환이다. 미술계 활성화를 위해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드린다.

부산에서 2년째 화랑미술제를 열고 있는데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 부산에서는 한 해쯤 더 했으면 바라시고 또 국내 여러 지방을 돌면서 해보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아트페어의 성과는 관람객 수와 더불어 작품 매출에 달려 있다. 평가를 해보고 다음해 개최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한국화랑협회 계획이 있다면

9월에 열리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준비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국제적인 행사이다 보니 다양하고 알차게 준비하려고 한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많은 화랑들이 참여해서 희망을 얻어갈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바란다.

또 한국이 '미술의 국가'로 알려질 수 있도록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외에도 양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발족했는데,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통해 개선해갈 예정이다.

KTX 한 량 '아트 트레인' 운행

"이 그림이 토끼로 보이시나요? 오리로 보이시나요?" '그림 읽어주는 남자' 이주헌 씨(미술 평론가)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게슈탈트의 전환' 그림을 보여주며 물었다. 3월 18일 오전 9시 40분,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의 한 량이 '아트 트레인'으로 운행되었다.

미술관계자와 애호가 40여 명이 동승한 차량에서 이주헌 씨는 '인간의 한계를 이용하고, 그 모자람을 넘어서는 것이 바로 미술'이라면서 2시간여 동안 '그림 사랑하기, 그림 구입하기'에 대한 특강을 펼쳤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이벤트로 미술관계자들과 애호가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 '자랑스러운 회원상'

부산시립미술관에 300여 점의 미술작품을 기증해 화제를 모았던 공간화랑 신옥진 대표가 한국화랑협회로부터 '자랑스러운 회원상'을 받았다.

3월 19일 오전 10시, 부산시립미술관 로비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그는 '뜻밖의 상이라는 점'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주는 상이란 점에서 자랑스럽고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30여 년 간 미술과 함께 해온 세월의 소회를 전한 그는 "화랑미술제가 부산에서 기적을 일으켰으면 한다"며 말을 줄였다.

루이스 부르주아 작품 13억 최고가

올해 화랑미술제에 출품된 가장 비싼 작품은 무엇일까? 프랑스 태생의 독자적인 작가 루이스 브루주아(Louis Bourgeois)의 '스파이더 홈(Spider Home)'으로 국제갤러리에서 13억 원에 출품되었다.

반면, 35세 이하의 젊은 작가 5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전에서는 200만원 이하의 작품 100여 점을 미술애호가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신진작가들의 작품으로, 40만원부터 시작됐다.





부산=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