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강하고 낙관적이나 속으로는 불안하고 회의적인 기운이 감도는 이중성', 그것은 과거 김성복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대표적 특성이었다.

1990년대 말에 제작한 '불확실한 위안' 연작과 2000년경부터 제작한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연작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최근 그는 그 불안함을 해학으로 넘어섰다. 신화적 동물인 해태나 용의 형상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그의 작품이 그렇다. 신화 속 캐릭터는 그를 수호해주는 일종의 대리자아 같은 것.

작가는 삶이 그에게 던지는 있는 그대로의 진지함을 피하는 대신, 가벼움의 미학을 취했다. 고된 삶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경쾌한 유머를 택한 것.

'금 나와라 뚝딱' 하고 두드리면 주르르 금을 쏟아지게 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가공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장난스럽기도 한 모티프이다.

그의 작품 속 신화와 일상의 만남은, 무거운 현실을 가벼움으로 버틸 수 있게 된 작가 스스로의 모습, 나아가서 역경을 익살로 넘겨왔던 능글맞은 한국인의 자태가 스며있어 더 의미 깊게 전달된다. 청작화랑에서 3월 17일부터 29일까지. 02)549-311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