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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자아를 바라보다
금호영 아티스트
이영민·홍남기·김민정·정윤석 4人의 사진작가 독자적 시각표현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좌) 홍남기 작가의 'digital animation_duration', (우) 정윤석 작가의 'newsdesk,please.'


벌거벗은 세 명의 남자가 기다란 빨간 고무줄로 힘을 겨룬다. 줄에 머리와 팔을 포박당해 ‘이집트의 십자가’ 형상이 된 중앙의 남자는 이제 다른 두 명에게 항복해야만 할 것 같다.

누드 남성에게 나무젓가락으로 주리를 틀거나 성냥불로 머리를 그을거나, 교수형에 처하는 가학적인 주제로 드로잉을 해오는 이영민 작가. 그는 스스로 또 다른 자아인 ‘L박사’가 되어 자신의 창조물에 죽음을 드리운다. ‘회화는 죽었다’라는 세상의 부고에 아예 회화를 죽여보기로 한 것.

사뭇 폭력적인 동시에 묘한 역동성과 해학성마저 배어난다. “자신의 드로잉을 죽이는 행위, 마치 자살하는 것처럼 보이는 ‘미필적 고의 드로잉’ 시리즈는 창조자로서의 나와 파괴자로서의 내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영민 작가의 말이다. 올해 처음으로 프로작가 세계에 발을 디딘 그의 작품이 금호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금호미술관의 ‘금호영아티스트’ 전시로, 그와 함께 세 명의 작가가 선정되어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각 층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독자적인 시각으로 현대사회와 자아를 바라보는 네 명의 신진작가들. 지하 1층에서 이영민 작가가 ‘L박사의 밀실’을 폭로 중이라면, 1층에선 홍남기 작가가 3D애니메이션 아바타로 당신의 일상 속 허구에 확대경을 들이댄다.



(위) 이영민 작가의 'line maker', (아래) 김민정 작가의 '숨 쉬는 벽'


사각의 프레임 속에서 아바타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프레임을 벗어난 관람객에게 그 모습은 ‘무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주관적인 ‘각별함’과 객관적인 ‘거리감’, 그 간극을 홍 작가는 주목한다.

2층에는 거대한 벽과 흐물흐물한 정물, 곧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이 자리한다. 혹자에게는 백색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만 김민정 작가에게는 상상력의 발로가 되는 전시장의 거대한 벽. 작가는 그 위에 ‘어색하면서도 재미있는’ 관계 맺음과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을 통해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하는 고민을 담아낸다.

9시 뉴스데스크와 정치인 허경영 씨의 편집된 이미지와 영상은 정윤석 작가의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되새김질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울먹이던 8살의 소년. 자본주의의 냉혹한 칼날의 부림을 당하는 88만원 세대로 자라,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2009년을 지그시 반추한다. ‘과거를 해석하는 열쇠가 미래 속에 있다’는 역사학자 E.H.Carr의 말을 되새기면서.

2005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화단의 주목받는 40여 명의 작가를 배출한 ‘금호영아티스트’ 전시는 사간동에 있는 금호미술관에서 4월 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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