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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추리소설가 다시 읽기
김내성 탄생 100주년
대표작 '마인' 등 작품성·대중성으로 장르문학 열어
재조명 움직임 활발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김내성 한국의 첫 추리소설가
국내 추리문학의 효시는 1908년 이해조가 ‘국제신문’에 발표한 ‘쌍옥적’을 꼽는다. 그러나 장르문학이 발달한 미국, 일본 등과 달리 국내 문학계는 지난 100년간 순수문학을 중심으로 담론이 형성돼왔다.

문학 논쟁과 작품 분석은 언제나 본격문학에서 활동하는 문인만이 누리는 호사였다. 추리소설, 판타지 등 장르문학은 ‘변방’취급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 추리소설가인 김내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과 국내 장르문학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장르문학의 문을 연 김내성은 누구인가?

김내성을 아십니까

1909년 태어난 김내성은 1930년대 한국문단에 추리소설을 전파하며 이름을 떨친 독보적인 추리소설가다. 유럽소설을 번안, 소개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1935년 일본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 추리소설 잡지 ‘프로필’에 단편 ‘타원형의 거울’이, 대중잡지 ‘모던일본’에 ‘연문기담’이 각각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당시 일본 추리문학의 거두로 추앙받던 에도가와 란포 등 현지 추리소설 작가들에게도 높게 평가받았다. 김내성은 이때 ‘아르센 뤼팽’을 탄생시킨 거장 모리스 르블랑의 이름을 따 ‘유불란’이란 필명을 사용했다. 1936년 귀국한 김내성은 국내에서 추리소설가로 활동한다.

이듬해 일본어 쓴 추리소설인 ‘탐정소설가의 살인’을 우리말로 고친 ‘가상범인’을 조선일보에 연재했고, 같은 해 한국어로 쓴 첫 추리소설 ‘광상시인’을 잡지 ‘조광’에 발표했다. 1939년 장편 추리소설 ‘마인’을 조선일보에 연재했고, 큰 성공을 거둔다. 이 작품은 김내성의 대표작이자 한국 추리소설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된다.

1942년 장편 ‘태풍’을 쓰며 추리소설 전문작가로 독보적인 위상을 다진다. 명탐정 ‘유불란’을 내세운 작품 ‘태풍’은 김내성의 대표작 ‘마인’의 후일담 형식으로 전개되는 첩보소설이다. 이듬해 첩보 소설 ‘매국노’를 연재한다.

근대문학 전문가인 박진영(연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씨는 “(김내성이 일제시대) 체제협력적인 내용의 추리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일제 말기까지 줄곧 한국어로 소설을 창작 했고 창씨개명에도 끝내 응하지 않았다”고 그를 설명했다.

광복 후에는 라디오 방속극으로 인기를 모으는 한편 대중소설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 ‘여섯 개의 나폴레옹 흉상’을 번안해 라디오 극본을 집필했다. 일제 말기 청춘남녀의 애정과 독립투쟁 등을 다룬 ‘청춘 극장’ 5부작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김내성은 1957년 2월19일 ‘실낙원의 별’ 집필 중 뇌일혈로 쓰러져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그는 1970년대, 또 하나의 걸출한 추리작가인 김성종이 등장할 때까지 한국문단에서 독보적인 추리작가였다.

김창식 국문학 박사는 논문 ‘추리소설 형성기의 실상과 김내성의 마인’에서 “추리문학의 불모지에서 김내성은 과감하게 전문 추리작가로 나서서 추리작가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김창식 박사는 “창작과 이론을 병행해 둘의 일치와 조화를 노렸다.

이 점은 1930년대 창작계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창작계 위기를 타개하고 소설 창작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한 뜻도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1947년에 발표된 김내성의 장편소설 '진주탑'


김내성에 주목하는 문학계

김내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학계는 다시 그의 작품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장르문학 전문지 계간 ‘판타스틱’은 봄호에 김내성 100주년 특집을 실었다. 김내성이 일본유학 시절인 1935년 발표한 추리소설 ‘탐정소설가의 살인’, ‘타원형의 거울’을 비롯해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라디오 극본 ‘히틀러의 비밀’(1947), 대중소설 ‘연문기담’(1955) 등 그의 작품세계의 변모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4편을 실었다.

김내성의 셋째 아들인 김세헌(59) 카이스트(KAIST) 산업시스템 공학부 교수의 회고담 ‘그리운 아버지’도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선친께선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사고에 기초한 치밀한 작품을 쓰시는 가운데에서도 지극히 감성적이며 논리를 벗어나는 기인이셨다”고 회고했다.

김내성의 대표작 ‘마인’의 배경이 됐던 1930년대 경성의 풍경을 분석한 비평 ‘마인 속 경성과 경성문화’와 그의 젊은 시절 행적을 소개한 글‘데뷔시절의 김내성’도 실었다.

한편 대중서사학회(회장 이정옥)는 김내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1일 서강대에서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김내성 소설의 추리, 연애, 모험, 그리고 이상의 세계’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대중문학의 초창기를 대표하는 작가인 김내성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전반적으로 조명하게 된다.

‘김내성의 작품세계’(이영미ㆍ성공회대), ‘이론과 창작의 조응, 탐정소설과 김내성의 갈등’(최애순ㆍ고려대), ‘김내성 탐정소설에서 탐정의 상징성 연구’(최승연ㆍ고려대), ‘김내성 후기 소설의 문학사적 의미’(김현주ㆍ연세대) 등 총 일곱 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대중서사학회는 “대중소설에 대한 연구가 부실한 우리 학계의 풍토에서 김내성에 대한 집중적인 학술적 조명은 한국 대중소설과 문학,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적 지평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는 5월 7일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공동 개최하는 ‘탄생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에서도 김내성을 다룬다. 탄생 100주년 맞은 시인 신석초, 소설가 박태원, 평론가 김환태 등과 함께 김내성을 집중 조명한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프레스센터에서 학술회의 형식의 토론이 진행되고, 저녁 7시부터 8시 30분에는 문학의 집 서울에서 ‘문학의 밤’을 연다.

김내성 작가를 비롯한 문인들의 작품을 음악, 연극 등 새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한 예술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김내성은) 소설에서 통속성은 배척될 것이지만, 대중성은 소설적인 문학성으로서 중시하고 크게 살려가지 않으면 현대문학은 우리 문단의 소위 순수소설이라는 편협한 사감 소설로서 편화하고 독자 대중과 고립되어 가서 고갈해 버릴 것이라고 통론을 하였다.”

백철의 한국 작가론(1957년 ‘새벽’에 발표)에 실린 회고담의 일부다.

한국 장르문학계의 큰 별 김내성은 추리문학의 불모지에서 대중성과 문학성을 성취한 문인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의 장르문학이 부활할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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