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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적정가는 얼마일까
국내 사진시장 형성 초기단계…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 어려워
작가 지명도·작품성·복제가능성등 고려 '투자와 후원' 접점 찾아야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1. 사진 컬렉터인 김영상 씨는 얼마 전 사진작가 김아타의 작품을 구입하려다가 포기했다. 6000만~7000만 원에 이르는 가격 때문이었다. 김씨는 “그 정도면 세계 사진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2.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관에서 ‘서울포토 2009’가 열렸다. 국내 최초의 사진 전문 아트 페어로 사진 시장의 기반을 다지려는 시도다. 사진 작품을 다루는 9개 갤러리와 80여 명의 기성 사진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사진 전문 월간지 포토넷은 “한자리에서 많은 사진의 가격을 비교하며 구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그 의도를 밝혔다.

한국 사진 가격, 어떻게 만들어졌나

사진의 적정가는 얼마일까. 국내에 전문적인 사진 시장이 정립되지 않았던 지금까지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의한 가격 결정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 와중에 해외 시장에서 거래된 몇몇 작가의 작품 가격은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했다. 배병우와 김아타가 대표적인 예.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이들 작가의 작품은 현재 한국 사진 중 가장 비싸게 거래된다.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 중 하나는 작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약 9000만 원에 낙찰되었고, 김아타의 ‘온에어 프로젝트’ 중 한 작품은 6000만 원 선에서 호가되었다.

이런 사례들은 국내외 미술 시장에서 한국 사진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공근혜갤러리의 공근혜 대표는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같은 네임 밸류를 가진 해외 사진작가들의 그것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거래 가격이 곧 그 작품의 가치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다 보니 가격대가 분화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갤러리룩스의 심혜인 대표는 “해외에는 네임 밸류가 있으면서 작품 가격이 낮은 작가도 있다. 작가층도, 가격대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진의 가격이 국내 시장을 토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익대학교 사진디자인과 김대수 교수는 사진이 다른 미술 장르에 비해 거래의 역사가 짧다는 점을 지적했다. 본격적으로 판매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시장 논리가 작동하기 어려웠다는 것. 김 교수는 “앞으로 시장의 조정을 통해 자연적으로 적정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가격 책정, 왜 어렵나

서울포토 2009에는 몇십만 원대부터 몇천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사진이 선보였다. 갤러리나우의 부스에는 이준의 작가의 200만 원짜리 작품과 중국 작가 미아오 샤오 춘의 3000만 원짜리 작품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이순심 대표는 “신진 작가와 유명 작가 작품을 동시에 소개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작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차린 부스의 작품 가격들도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와중에 사진의 적정 가격을 판단해내기 위해서는 먼저 사진 장르의 특성을 이해해 한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요인은 복제 가능성이다. 몇 번이나 복제되었나, 즉 몇 개의 에디션이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작품의 크기도 영향을 미친다. 클수록 에디션이 적어지고 가격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가격의 편차가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대형 프린트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작품의 제작비뿐 아니라 액자의 가격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사진을 아크릴과 알루미늄판넬 사이에 넣고 압축, 코팅하는 ‘디아섹’이 많이 이용되는데 이 방식의 비용은 유리 액자 구입비보다 50% 가량 비싸다. 가로, 세로 1m 기준에 40~60만 원선.

작가의 지명도나 작품성만으로는 사진의 적정 가격을 산출해내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 포토 2009


제도적 유통 구조의 필요성

국내 사진 시장의 취약성과 사진의 특성은 유통 구조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포토넷의 최재균 대표는 “사진 가격이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정보가 개방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갤러리에 소속되어 활동하면서 서울포토 2009에 작가 부스를 열어 참여한 노순택 작가는 “작품의 가격을 인정과정 없이 높게 책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갤러리와 아트 페어 등의 공신력 있는 유통망은 시장을 활성화하는 기초다. 이들은 컬렉터들이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김영상 씨도 갤러리의 효용을 강조했다. 전시를 보며 컬렉팅 안목을 높이는 동시에 큐레이터 등 전문가의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갤러리 중 일부가 임의적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인터알리아 김인선 디렉터는 “작품이 팔릴 것 같다 싶으면 갤러리에서 미리 가격을 올려 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갤러리가 이런 문제점에 공감한다. 높은 가격이 작가에게 언제나 득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공근혜 대표는 “가격이 높아야 유명하거나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달성 대표는 “작품 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작가의 작업을 뒷받침하는 저변을 넓히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상 씨는 “컬렉터 입장에서는 1000만 원 이상의 작품은 구매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김대수 교수는 작가 입장에서도 ‘총체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여러 장의 에디션을 만들 수 있으므로 가격을 낮출 여지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의 가격은 컬렉터에게도 작가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최재균 대표는 서울포토 2009의 취지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진을 보급”하는 동시에 “40대가 되면 가장의 역할을 하기 어려워 카메라를 놓고 마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순택 작가는 작가로서 “투자와 후원을 동시에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이 판매되어 다음 작업의 기반이 마련되는 것을 바라는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진심으로 아끼는 컬렉터를 만나고 싶다는 의미였다. 사진의 적정가는 그 “투자와 후원”의 접점에서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초보 사진 컬렉터, 이렇게 구입하라
전문가에게 듣는 사진 작품 구매 시 팁


컬렉팅을 시작할 때는 2~3백만 원 선의 소품에서부터 시작할 것. 유명한 작품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먼저 선택하고,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이 좋다.(공근혜갤러리 공근혜 대표)

에디션을 너무 많이 낸 작품은 피할 것. 5~7 정도가 적당하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15 이하에서 선택할 것. 30 이상 되는 작품은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금산갤러리 황달성 대표)

사진은 다른 미술 작품과는 달리 시리즈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작품 하나를 사더라도 그 맥락 속에서 보는 것이 좋다.(포토넷 최재균 대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나. 사진 구매하기 전에 공부할 것.사진집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노순택 작가)

투자가치까지 고려한다면 초기 에디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싸게 사면서 앞으로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인터알리아 김인선 디렉터)

컬렉터가 헛갈리지 않고 작품을 보려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전시 많이 보고 큐레이터와 대화할 것. 블로그를 통해 좋아하는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컬렉터로서의 안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컬렉터 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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