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정교함 높인 심미적 '타투' 패션 아이템으로 대중화
‘타투’가 확산하면서 ‘자기표현’ 방식의 일환인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체의 ‘자기결정권’회복이라는 문신의 문화사회적 기능에 주목한다.
‘타투’, 이제는 ‘패션’이다
일반인 사이에 ‘타투’가 광범위하게 유행하고 있다. 요즘 ‘타투’를 하는 사람은 연예인뿐 아니라 대학생, 자영업자, 프리랜서, 직장인, 공무원 등 평범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조폭’, ‘병역기피자’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문신의 사회문화적 의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美)를 목적으로 ‘타투’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타투인협회는 8일 본지에 제공한 자료에서 최근 ‘타투’숍을 찾는 사람의 직업별 분포는 대학생 30%,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30%, 직장인 20%, 연예인 10%, 기타 10% 정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요즘 길거리에서는 예술적인 정교한 무늬가 들어간 ‘트라이벌’ 형태의 ‘타투’를 허리춤이나 발목, 팔뚝 등 몸에 새긴 젊은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에서 ‘타투’ 숍을 운영하는 이모(40ㆍ미키샤프)씨는 “연예인들이 노출했거나 친구가 한 타투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예전과 달리 특정 직업의 사람들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의 패션아이템으로 타투를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타투’를 패션 아이템으로 선도하는 계층은 여전히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를 비롯한 ‘스타’들이다. 10년여 전부터 이들의 문신이 방송 등에 노출되면서 ‘타투’는 대중화의 급물살을 탔다.
인기가요 그룹 ‘빅뱅’의 지 드래곤, ‘동방신기’의 영웅재중, 가수 이효리 등은 ‘타투’를 한 대표적인 ‘스타’급 연예인이다. 축구선수 안정환은 지난 2002년 월드컵 경기에서 아내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했다는 어깨에 새긴 문신을 살짝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타투’는 ‘예술’이다
정교한 표현이 가능해진 ‘타투’의 예술성은 대중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 요즘의 ‘타투’는 완성도, 심미성 면에서 과거의 문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이다. 미술작품과 같은 하나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유행하는 ‘타투’ 양식인 ‘트라이벌’에는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의 치장, 성인식 등에서 쓰였던 기하학적인 전통문양이 들어간다.
‘블랙 앤 그레이’는 미술로 치면 소묘와 같은 것이다. 검은색 잉크로 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며 명암을 표현한다. 입체적인 문양을 그릴 수 있어 마치 미술작품과 같은 예술성이 돋보인다.
‘파인 라인’은 입체감은 물론 사물의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는 정교한 ‘타투’다. 거의 실사에 가까운 표현이 가능해 타투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타투’ 양식인‘이레즈미’와 ‘뉴 스쿨’ㆍ ‘올드 스쿨’ 역시 해외에서는 인기다. ‘이레즈미’는 원래 문신을 의미하는 일본말(いれずみ,入黑)로 일본의 전통적인 양식과 소재의 문신을 가리킨다. 국내에서는 ‘조폭 문신’으로 알려져 여전한 거부감의 대상이다.
‘뉴 스쿨’ㆍ‘올드 스쿨’이란 영미의 전통 ‘타투’ 형식이다. 풍부한 색채와 대담한 디자인으로 해학적인 묘사가 그 특징이다. 표현 기교와 소재의 시대성 등으로 ‘뉴’, ‘올드’를 구분한다.
‘헤나’는 본격적인 문신은 아니지만 피부위에 형형색색의 문양을 그렸다가 지울 수 있어 여성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문신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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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기술의 발전은 정교하고 섬세한 표현을 가능하게 해 예술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현재의 ‘타투’는 바늘로 불규칙하게 상처를 내고 검증되지 않은 염료를 주입해 단순한 표현만 가능했을 뿐 아니라 위험성이 높았던 과거의 문신과는 사뭇 다르다. 전기 기구를 사용해 일정 깊이의 표피 아래층에 부작용이 적은 염료를 사용해 시술하고 있다.
문신 예술가(타투이스트) 중에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미술관련 종사자들도 늘고 있어 ‘타투’가 신체를 캔버스(?)로 하는 예술의 수단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번 하면 지우기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미학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타투’의 미술적 표현이 유사한 패턴의 반복이거나 이의 변주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가변성’이 높아진 것 역시 ‘타투’ 대중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정상적으로 시술된 요즘의 ‘타투’는 4~5회의 레이저 시술로 없앨 수 있다. 희미한 흉터 등 원 피부상태로의 완전한 복구는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타투’는 ‘문화’
‘타투’의 일반화는 다양한 문화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타투’가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가 상징하는 한국인의 유교적 신체관을 뒤흔드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특히 신체의 ‘자기결정권’ 회복이라는 ‘타투’의 문화사회적 기능에 주목한다.
조현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문신, 금기와 욕망의 경계’란 논문에서 원래의 문신은 종족표지의 기능으로서 원초적 인간의 신체관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래 문신은 고대 은(殷) 시대의 습속으로, 글월 문(文)이란 글자부터 ‘문신을 한 사람’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에서 출발했다.
원래의 우리 민족문화 역시 문신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채롭다. 조 교수는 은나라를 정복한 주나라가 이전의 습속을 부정하면서 문신이 금기의 대상이 돼왔다고 주장했다. 문신을 긍정한 은나라는 우리민족의 연원인 ‘동이족’과 관련이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유가적 신체관의 내면화를 거치면서 본래의 우리문화에 맞지 않는 문신에 대한 ‘터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김완 미디어스 북 에디터는 “문신은 근대화 과정에서 (독재정권 등)엘리트계층에 의해 부자연스럽게 배제, 소멸돼 부적절한 취향, 하위문화적 표현의 층위에만 머물렀지만, 원래는 주술, 종족표지, 심미, 서약, 통과의례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했다”며 “문신은 개인의 몸을 둘러싼 국가권력의 감시, 통제, 훈육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도전이자, 몸의 내면적 자기결정권(몸의 재현과 의미화를 둘러싼 권리의 확대)의 의미”라고 말했다.
김 에디터는 이어 “현재 타투에 대한 거부감은 과거 귀를 뚫거나 염색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별 차이가 없다”며 “자기 표현의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자 미를 과시하는 수단의 하나인 타투에 대한 인식은 문화의 성숙과 이에 따른 사회의 다양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행법상 현재 이뤄지는 대부분의 문신 시술은 불법에 해당돼 문신에 관한 사회적 인식개선에 걸맞은 법 개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