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의 인터넷 세상 읽기] 미 육군 '아메리카 아미' 군 환상 심기에 아랍 기업 '언더 시지'로 맞불

아메리카 아미

2001년 3월 5일, 게임에 빠져있던 14살 중학생이 10살 짜리 동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게임 속 아이템인 도끼를 구해 날을 세운 뒤에 살해한 사건으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물론, 그전에도 온라인 게임 상의 싸움이 번져 아이템을 뺏긴 사용자가 상대방을 찾아가 폭행한 사건 등 많은 폭력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생 살인 사건은 ‘사이버 스페이스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모방충동의 욕구’에 의해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사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또한 이런 사건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종종 일어나는 사건이다.

이런 사건 외에도 자살 사이트를 통한 청부살인, 청소년의 연쇄 자살, 폭탄 제조 사이트를 통해 익힌 폭탄의 실제 적용 등, 최근 들어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경계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방충동 욕구가 현실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과연 일부 극단적인 일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최근의 몇 가지 사건은 이것이 일부의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의 사망자는 개전 3년 동안에만 2000명이 넘고, 2009년 3월까지 4260명이나 됐다. 이처럼 전쟁 중이고 사망자가 는다면 미군 입대 지원자가 줄어야 정상일 것이다. 군대에 지원하는 순간 이라크전에 차출되어 언제 사망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 입대자는 오히려 늘었다. 그 이유는 ‘(America’s Army)’라는 게임 덕분이다.

‘’는 600만 내려받기를 기록한 인기 게임이다. 이 게임은 미육군이 개발한 게임으로 미국 육군의 훈련과 실전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담아낸 게임이다. 개발팀은 ‘’ 개발을 위해 일정기간마다 실제 군부대에 가서 육군의 화기를 체험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이렇게 체험한 무기의 특성과 훈련 내용을 게임에 반영함으로써 ‘’는 가장 현실적인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FPS가 훈련과정 없이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게임 안에서 죽자마자 다시 살아나 게임을 진행하는 것과 다르다. ‘’는 실제와 같이 높은 강도의 훈련을 받아야 하고, 한 번 죽으면 오랜 시간 동안 게임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게임에 몰입도가 강하고 게임을 실전처럼 느끼며 진행하게 된다.

‘’는 미국 젊은이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군지원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미국 육군이 군대 지원을 홍보하려 사용한 어떤 방법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이다. 젊은이들은 ‘’를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으며 육군생활도 게임 속 생활처럼 멋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아랍에서도 ‘아메리칸 아미’에 대응하여 ‘언더 시지’와 같은 게임을 내놓았다.
아랍에서도 '아메리칸 아미'에 대응하여 '언더 시지'와 같은 게임을 내놓았다.

게임은 강력한 홍보수단인 동시에 선전수단

‘’는 너무 현실적이라는 점이 인기 요인이지만 그 현실감이 또한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가져오기도 했다. ‘’는 실제 미군이 투입되고 있는 분쟁지역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는 결국 아랍인으로 설정될 수밖에 없다. 게임 속에서 아랍인들은 악당으로 죽어나간다.

문제는 아랍인들조차 이런 FPS를 통해 자기 종족을 죽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세계 유명 FPS에 한국인이 테러리스트로 등장하는데, 한국 게이머들이 이 게임에서 미군으로 등장해 한국인을 쏴죽이는 게임을 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FPS에서 시리아인을 비롯한 아랍인은 테러리스트이자 죽여야 할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게임을 통해 아랍인은 테러리스트라는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심어지게 되고, 외국에 유학을 간 우수한 인재조차 테러리스트로 의심받기 일쑤다. 아랍인들은 해외 나가면 자신감이 없고 나쁜 짓을 저지른 것 같은 위축감에 시달린다.

결국 아랍기업에 의해 정반대의 게임이 등장했다. 아랍인이 아랍인을 죽이는 FPS를 즐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아랍인을 위한 FPS를 개발한 것이다. ‘언더 시지(Under siege)’게임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잔인한 테러리스트로 등장한다. 사원에서 예배를 보는 아랍인을 테러하는 장면을 통해 아랍인의 분노를 일깨우고 있다. 아랍국가의 젊은이들은 ‘언더 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감을 키우게 된다.

이처럼 게임은 강력한 홍보수단인 동시에 정치적인 선전수단이 됐다. 그 까닭은 몰입도가 높기 때문이다. 몰입도가 높은 게임의 특성 상 하이퍼 세대는 게임 속 내용을 반복하면서 현실세계의 아트만(실제의 나)이 지닌 의식 속에도 게임 내용대로 편견을 가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콜럼바인 사건처럼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 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때 오바마 진영에서 자동차 게임 속에 오바마 후보 광고판을 설치한 이유도 게임이 주는 홍보의 유용함을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이다.

게임은 이제 하이퍼 세대에게는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가상공간인 게임 속 공간이 현실과 일체화되면서 게임 속 아바타(가상캐릭터)는 현실 속 아트만과 점차 일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바타에 대한 모욕은 아트만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속 전쟁이 현실의 전쟁에 겹쳐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게임이 더욱 정교해지는 미래에는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게임하듯이 전쟁을 하는 일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게임 속 전쟁은 더 이상 가상공간만의 전쟁이 아니다. 이미 현실의 전쟁이 돼가고 있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