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날. 숲 안에는 무대처럼 연상되는 거실 전경이 보인다. 왼편으로 부엌이 있고 중앙으로 석고상과 또 하나의 무대가 커튼 안으로 보인다. 그 옆엔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작은 그림이 걸려있다.

다시 중앙으로 테이블과 의자 그 위로 예쁜 문양의 테이블보가 놓여 있다. 이것은 작가 권인숙의 작품 중 평면회화를 설명해 놓은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유년시절 놀이에 대한 기억과 낯선 여행지의 공간 체험에서 비롯된 작업은 화면 안에서 시간이 교차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신작에서 한층 더 대담해진 구도와 과감하게 오버랩 시킨 일상의 물건들로 분위기는 이어진다. 평면작품 '시큰둥한 쇼'에서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은밀한 장소를 상자 안에 담아 역으로 노출시켜 그곳은 새로운 무대가 돼버린다.

그 곳 안에는 카페가 들어있고 때론 작가의 작업실도 존재한다. 축소된 테이블, 의자, 물병 등 온갖 물건들이 놓여 있다. 어딘가 현실 세계와 닮아 있지만 그것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아 완성된 작품으로서만 존재한다.

작품 안의 일상의 재료들은 어떠한 개연성을 갖지 않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세계로 인도한다. 갤러리도올에서 4월 15일부터 5월 3일까지. 02)739-140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