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 매핑展-의정부 이동경기 북부지역 작가 네트워킹 통해 레지던시로일산·파주로 전시 릴레이

1-철사로 사람을 만드는 Paul Lee의 작업
2-나얼의 드로잉 작업
3-'의정부이동' 전 과정 기록 작업
4-필승의 작업

때로 하나의 상징성에 갇혀 버리는 지명이 있다. 의정부도 그렇다. 부대찌개의 ‘본고장’으로서의 의정부는 미군부대의 도시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의정부 미술’은 어떤 모습일까. 의정부를 둘러싼 공고한 선입견의 자장 안에 있을까.

‘의정부이동’ 전은 이런 질문에 대한 의정부 젊은 작가들의 대답이다. 이 전시가 열리는 문화살롱 공의 박이창식 대표는 “지역의 상징성 때문에 작가들이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지역의 문화는 그곳의 삶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것이 마땅한데 의정부 문화는 종종 바깥의 인식으로 규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틀을 깨는 것이 의정부 작가들의 몫이라는 뜻이다.

지난 21일 ‘의정부이동’ 전이 열리는 문화살롱 공을 찾았다.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필승’은 안쪽 벽에 드로잉을 그리고, 바닥에 주저 앉은 ‘Paul Lee’는 철사를 구부려 ‘사람’을 만들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노골적으로 ‘의정부 미술’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렇기 ??문에 오히려, 의정부 미술의 본 모습이다. 참여 작가들은 굳이 지명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의 작업 방향성을 이어나간다. 이 지역 미술의 다양한 정체성을 전시한다.

Paul Lee의 작업이 대표적이다. 그에겐 전시장 벽을 ‘광장’ 삼아 다양한 철사 사람들을 붙여 작품을 꾸린다. 그들이 선 방향은 중력 방향과 직각을 이룬다. 작가는 이런 풍경을 통해 “사람들이 저마다의 지지기반을 갖고 공존하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라는 지역성은 전시의 내용보다 형식에서 느껴진다. ‘의정부이동’은 경기북부지역 젊은 작가들의 네트워킹을 도모하는 ‘아지트 매핑(Agit mapping)’ 프로젝트의 ‘과정을 위한 전시’다. 기획 의도에 초점을 맞추어 ‘현장성’을 살렸다. 작가들은 전시 기간 내내 전시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며 서로 논의하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 자체가 의정부 미술의 발생 과정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이렇다. ‘이동’은 중의적 표현이다. 문화살롱 공의 주소인 의정부‘2동’을 가리키는 동시에 ‘작가들은 늘 움직여야 한다’는 선언이다.

관객도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의정부시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작가 나얼은 관객이 ‘출근 도장’을 찍음으로써 만들어지는 작품 ‘의정부 행복 특별시’를 전시한다. Paul Lee의 철사 사람 만들기도 함께 할 수 있다. 완성된 사람들은 작품의 일부가 되거나, 판매된다. 모인 돈은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전시가 다가 아니다. 이 과정은 사진과 회화, 영상으로 남겨진다. 기록물은 전시 이후 진행되는 세미나에서 발제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작가 뿐 아니라 큐레이터, 미술 평론가, 인문학자 등 다양한 토론자가 참석해 지역 미술 담론을 만드는 자리다. 그 결과는 내년 아지트 매핑 프로젝트의 토양이 된다.

올해 아지트 매핑 프로젝트는 세 지역 작가들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의정부이동’이 5월1일까지 열린 후 5월4일부터 18일까지는 일산 작가들, 5월21일부터 6월4일까지는 파주 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진다.

박이창식 대표는 “문화소외지역인 경기북부작가들이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레지던시를 만드는 것이 아지트 매핑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작가 필승은 “이 기회에 지역 작가들의 작업 과정이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가 네트워킹은 지역 미술의 공공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작가 간 소통이 그들의 터전인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 연관 속에서 ‘자가발전’하는 문화가 공공적 가치를 내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밑으로부터의 움직임이다. 행정기관이나 큐레이터에 의해 기획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와는 성격이 다르다.

아지트 매핑은 지역 미술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프로젝트인 만큼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는 것보다 꾸준히 지속되는 것이 관건이다. 적어도 3년 이상, 전시와 토론회, 세미나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일정은 http://cafe.naver.com/spacegon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살롱 공 박이창식 대표
"작가 중심 프로젝트가 공공성의 기반"


원래 지역 미술에 관심이 있었나

의정부에서 오래 살았지만 의정부 문화에 각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작년 말 문화살롱 공을 만들면서 지역을 생각하게 되었다. 거점이 생기니 환경을 돌아 보게 되더라.

나는 설치 미술, 퍼포먼스를 주로 해 왔는데 그것들이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술의 공공성에 눈 뜨게 된 면도 있다. 이런 경험이 지역 문화의 가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계기인 것 같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공공미술의 경향 중에서도 특이한 프로젝트인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지만, 그런 것들은 정치성이 강해서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대안공간들도 외부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그보다는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순수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공공성의 기반이 생기지 않을까.

문화살롱 공은 작가 그룹 '스폰치'의 거점이다. 이번 프로젝트도 기존 스폰치의 작업들과 연관되나.

2003년부터 작년까지 8회에 걸쳐 진행한 '섬'전이 인프라가 된 것 같다. 작가들이 경기도 곳곳의 야외 공간에서 한 퍼포먼스였다. 나무에 노래를 불러 주거나 한탄강 얼음 위에 새모이를 전시하는 등 지역의 자연과 어울리는 작업들을 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도에서 현지 작가들과 함께 제주도의 자연과 역사를 담는 프로젝트를 한 경험도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