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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소리'와 '그림'을 위한 파격
[보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 (7) 존 케이지와 잭슨 폴락
'음표 없는 악보', '액션 페인팅' 등 획기적 시도로 새 예술세계 열어





노엘라 /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칼럼니스트 violinoella@hotmail.com





1-존 케이지
2-잭슨 폴락
3-Autumn rhythm no 30
4-4분 33초 악보
5-moonwoman


잭슨 폴락과 존 케이지는 그들의 영역에서 획기적인 시도를 한 예술가들이다. 그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또한 그들은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음악의 의미를 다시 쓰다

존 케이지의 악보에는 음악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음표가 없다. 그의 대표작인 ‘4분 33초’는 ‘음’대신 4분 33초 동안 우연히 일어나는 ‘소리’를 듣도록 작곡된 곡이다. 그는 “세상에 빈 공간이나 빈 소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엔 언제나 볼 것이 있고 들을 것이 있다. 아무리 고요함을 만들려고 노력해보아도 고요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4분 33초’라는 곡은 4분 33초 동안 연주자가 무대에 등장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곡이다. 그 동안에 관객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기도 하며 이런저런 ‘소리’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소리’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우연의 ‘소리’들은 바로 ‘4분 33초’라는 음악이 된다.

일반적으로 작곡가들은 곡의 조성과 화음, 멜로디, 템포, 그리고 악기의 구성 등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음악에 담아낸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성 요소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어떻게 해석 해야 하나? ‘4분 33초’에는 단지 고요함 속에서 만들어지는 소음만이 있을 뿐이다.

존 케이지는 “나는 소위 말하는 ‘음악’을 들을 때면 마치 누군가가 그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 나에게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길거리의 소음을 들으면 소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리의 움직임을 사랑한다. 나에게 얘깃거리를 들려주는 음악은 필요하지 않다” 라고 말한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음악은 언제나 같은 스토리를 얘기하지만 소리는 언제나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는 소리가 특정한 감정이나 스토리를 얘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듣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똑같은 4분 33초의 고요함을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과 방금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 듣는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곡은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어떤 이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소리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소음일 수도 있으며, 어떤 이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락은 존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관객의 주관적인 해석을 의도하며 그림에 제목대신 숫자를 부여했다.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의 제목에 따른 선입견을 갖지 않기를 원했다. 따라서 그는 ‘액션 페인팅’기법을 사용한 후기 작품에 무의미한 숫자를 부여하면서 그림에 대한 평가를 관객의 주관적인 견해에 맡기기 시작했다.

존 케이지가 그의 음악이 순수한 ‘소리’로 들려지기를 원했던 것처럼, 잭슨 폴락 역시 그의 작품이 순수한 그림으로만 보여지길 원했던 것이다. 그의 의도를 담고 있는 ‘액션 페인팅’은 어느 날 폴락이 물감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우연한 실수로부터 시작됐다.

액션페인팅이란 페인트를 캔버스에 떨어뜨리거나 뿌리거나 문지르는 등 즉흥적인 행위들을 통해 얻어지는 그림이란 뜻이다. 액션페인팅은 작품을 제작하는 행위에 깊은 비중을 둔 작품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법은 우연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존 케이지의 ‘우연성 음악’과 닮아있지만 잭슨 폴락은 그의 그림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전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그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끄집어 내기 위해 그림과 자신의 내면을 연결시킨다고 한다. 그 연결이 조화롭게 이루어졌을 때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 완성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 그 그림은 실패한다고 말한다.

마치 존 케이지가 아무 의미 없는 소리들을 의미 있는 음악으로 끌어내듯이 잭슨 폴락은 우연적으로 떨어지는 물감들을 무의식의 세계를 통해 하나의 생명력을 지닌 예술작품으로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고정관념을 파괴한 예술인

존케이지와 잭슨 폴락의 또 다른 공통점은 예술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의 파괴에 있다.

존 케이지는 ‘준비된 피아노를 위한 곡’을 작곡하기도 했는데 준비된 피아노란 기존의 피아노 건반에서 내는 음정이 아닌 다른 소리가 나도록 피아노에 못, 고무, 지우개, 종이 등을 넣어 소리를 변형시킨 피아노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피아노로 연주를 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피아노의 음정이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나사못, 종이, 고무 등이 피아노 현에 부딪혀 타악기에서 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기존의 피아노의 음정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낸다.

존 케이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만들어 지는 소리들을 조합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일상생활에 쓰이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악기처럼 사용했는데 라디오, 꽃병, 물, 목욕통, 냄비 등이 그 예이다.

잭슨 폴락 역시 기존의 그림 도구와는 차별화 된 도구를 사용했다. 폴락은 붓대신 삽, 막대기, 칼, 끈 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물감 역시 기존 회화용 물감이 아닌 상업용 에나멜 페인트를 사용하여 그의 그림의 표현력을 높였다.

이 뿐만이 아니라 폴락은 캔버스 자체를 이젤에서 바닥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는 마치 춤을 추듯 그 위에서 그림을 리드미컬 하게 그려나갔다.





이렇게 그려진 작품에는 화가의 내면이 녹아있다. 그는 “진정한 화가란 그의 내면을 그의 그림에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림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잭슨 폴락은 “화가는 시간과 공간을 사용하여 그의 내면의 힘과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동갑내기 미국 출신의 이 두 예술가는 예술세계에 획기적인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고 예술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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