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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학을 꽃피운 사람들
김내성·김환태·모윤숙 등 1909년생 작가, 탄생 100주년 맞아 재조명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천변풍경
소설가 박태원, 평론가 김환태, 시인 모윤숙 등 걸출한 이들 문인의 공통점은 1909년 태생의 작가라는 점이다. 1930년대 문단에서 본격 활동한 이들은 근대문학의 황금기를 이뤘다.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양 계열의 날카로운 긴장 속에서 한층 성숙한 한국 문학을 꽃피운 이들이 1909년생 작가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1909년 생 작가에 누가 있을까. 이들의 문학을 조명한다.

전환기 근대문학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학인은 김내성, 김진수, 김환태, 모윤숙, 박승극, 박치우, 박태원, 신석초, 안회남, 윤규섭, 이원조, 이응수, 정인택, 조용만, 한극구, 현 덕 등 16명에 달한다. 생애 대부분을 식민지인으로 보낸 불우한 세대의 이 문인들은 근대문학의 문을 연 장본인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때는 1930년대. 문학평론가 최원식 교수(인하대 인문학부)는 “1930년대 문학을 말할 때 한쪽에서는 순수문학의 황금시대로 찬미되고, 또 한 쪽으로는 식민지 문학으로 전락하는 전형기로 애도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올해 1909년 생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정리해 보니,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사이 굉장히 격렬한 이념논쟁이 있었지만, 같은 시대를 앓으면서 동지적 대화를 나누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김환태와 이원조다.

‘예술의 순수성’, ‘나의 비평태도’ 등을 발표한 김환태 평론가는 예술파 시인들의 작품세계를 분석하고 순수문학의 정신을 옹호하는 평론활동을 활발히 진행했다. 김환태가 말한 ‘문학적 순수’의 핵심 지표는 인간성의 탐구와 작가의 창조적 표현이다.

그는 예술가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경화된 사상’이 아니라 “사상(事象)에 있어서 관념적 내용을 직관하고 구상화 하는 감각적 상상”이라고 말한다(김환태, ‘순수시비’ 중에서). 그는 이 관점으로 이태준, 김동리, 최명익의 작품에 새로운 문학적 가치를 부여했다.

이 대척점에 선 동년배 평론가가 이원조다. 시인 이육사의 동생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포즈론’을 내세우며 프로문학운동의 입장에서 평론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1935년 발표한 ‘신인론’에서 1930년대 신인 작가들에게 시대에 대한 고민과 현실에 대한 저항의식이 사라졌다고 꼬집고, 그 대안으로 포즈론을 제기한다.

포즈론은 문학이 정치편향적 시각을 지양하고 자신에 대한 자각, 즉 포즈와 모랄을 가짐으로써 1930년대 전환기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원조에게 문학적 순수는 계몽인 셈이다.

하정일 원광대 교수는 “(1930년대)순수문학 논쟁이 유진오와 김동리에 의해 주도됐고 김환태와 이원조는 거기에 끼어든 차원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 김환태와 이원조의 문학비평가로서의 정체성이 녹아있다”고 말한다.

그는 “순수의 구체적 의미에 대한 김환태와 이원조의 상반된 해석을 통해 순수문학 논쟁에 계몽의 문학과 자율성의 문학의 오랜 대결의 역사가 함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에서도 1909년 생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문학평론가 김종철 씨는 “해방이후 한국현대시는 1930년대가 활동한 기본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한 바 있다. 그만큼 1930년대 활동한 시인이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대표적인 예가 모윤숙과 신석초.

이광수의 든든한 후원을 받은 모윤숙은 시집 ‘빛나는 지역’(1933)과 산문집 ‘렌의 애가’(1937)를 출간하며 대표적인 여류시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작품은 여성 형상을 통해 고전미와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고 시대의 어둠을 극복할 모성의 생명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일제 말 친일 단체인 조선문인협회, 임전대책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며 친일적 내용의 글을 신문에 연재했다. 이런 엇갈린 행보 때문에 학계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광복 후 문단과 정계에서 폭 넓은 활동으로 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문학진흥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1-김내성 소설가
2-모윤숙 시인
3-김환태 문학평론가
4-이원조 문학평론가
5-박태원 소설가
6-신석초 시인
7-현덕 소설가, 아동문학가
8-안회남 소설가


신석초는 한때 사회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카프에 가담했으나 탈퇴하고, 1935년 이육사를 만나 ‘호접’, ‘비취단장’, ‘바라춤 서사’, ‘파초’ 등을 발표했다. 고전미의 시적 형상화에 관심을 기울인 그는 일제에 대한 소극적 저항의 형식을 취해 일제 말에는 고향에 묻혀 침묵했다. 해방 후 ‘석초시집’을 발간한다. 한국일보 논설위원으로 오래 근무했다.

이경수 중앙대 교수는 “신석초의 시가 단단한 보석이미지를 통해 시대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성을 추구한 데 비해, 모윤숙의 시는 시대의 어둠에 맞서는 조선의 딸로서 계몽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들 시의 특징은 고전주의 담론과 민족주의 담론의 형성에 기여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구보 씨

1909년생 문인 중 단연 돋보이는 작가는 ‘소설가 구보 씨’로 알려진 박태원이다.

1930년 ‘수염’으로 등단한 그는 1933년 구인회에 가담한 이후 반계몽, 반계급주의 문학의 입장에서 세태풍속을 착실하게 묘사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위치를 굳혔다.

그는 유례없이 새롭고 실험적인 서사기법의 모더니즘 작가로 출발해 식민지 말기에는 통속소설과 ‘친일소설’을 썼고, 중국 고대소설을 번역하는가 하면 해방 이후에는 월북하여 ‘갑오농민전쟁’등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품을 창작했다.

강상희 경기대 교수는 “박태원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미학과 정치학, 일상과 역사 그리고 남한과 북한을 가로지르면서 자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그는 리얼리즘 중심의 식민지 소설사에 모더니즘의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그 소설사의 일부를 다시 리얼리즘에로 견인해 간 작가이다”라고 평했다.

한국의 장르문학을 논하며 1909년생 김내성을 빼놓을 수 없다. ‘타원형의 거울’, ‘백가면’,‘마인’등 추리소설을 비롯해 라디오 연속극을 번안한 ‘진주탑’ 등으로 대중성을 획득한 그는 1930~40년대 장르문학의 독보적 존재였다.

조성면 인하대 강의교수는 “그는 한국문학사에서 미지의 영역이었던 탐정소설 등 장르문학을 발전시켰고, 이 과정에서 탁월한 대중성을 성취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어촌과 도시 빈민들의 참상에 관심을 보인 현 덕, 일상에서 목격하는 평범한 인물과 사건을 다룬 안회남은 1909년 태생의 뛰어난 문인이다. 강진호 성신여대 교수는 “이들은 신변의 일상사를 주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사회와 집단 대신 개인과 그 주변 일상을 문제 삼으면서 기존의 서사를 수필식으로 혹은 동화식으로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문인은 일제강점과 전쟁, 분단으로 불운한 생애를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이들의 문학은 작품 자체보다 사회와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되는 면이 있다.

최원식 교수는 “1909년생 문인들의 문학을 살펴보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 단순히 대립했다기보다 논쟁 형태의 대화가 꽤 흥미롭게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해방 이후 이 대화가 생산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친일, 월북, 월남 등으로 정치적 평가를 받게 됐다는 점이다. 이들 문학의 새로운 모색 지점을 되살리는 것이 오늘날 우리 문학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1909년생 문인 재조명 활발

이 문인들이 한국문학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들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2009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한다. 내달 7일에는 김내성, 김환태, 모윤숙, 박태원, 신석초, 안회남, 이원조, 현덕 등 8인의 문인을 중심으로 심포지엄을 연다.

최원식 교수는 김환태, 박태원, 이원조의 작품과 활동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총론 ‘전간기 문학의 기이한 진화’를 발표한다. 이어 개별 작가론으로 하정일 교수가 김환태·이원조론을, 이경수 교수가 신석초·모윤숙론을 발표한다.

오후에는 박태원에 관해 강상희,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가 각각 발표한다. 마지막으로 조성면 인하대 강의교수가 김내성론을, 현덕·안회남에 대해 강진호 성신여대 교수가 각각 발표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1909년생 작가들을 테마로 산림문학관에서 ‘문학의 밤’을 연다. 신석초 시인의 ‘멸하지 않는 것’과 현덕의 ‘남생이’를 테마로 한 노래, 춤, 판소리 무대가 선보인다. 김내성의 ‘마인’을 주제로 만든 이미지 극과 피아노 연주, 퍼포먼스도 기다리고 있다. 김내성 작가의 아들 김세헌 씨와 박태원 작가의 아들 박일영 씨 등 유가족들과의 대화 시간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모윤숙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와 박태원 문학 심포지엄이 7월에 열린다. 오는 10월에는 ‘소설가 박태원 탄생 100주년 문학 그림전’이 청계천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태원의 대표 작품 ‘천변풍경’을 테마로 민정기, 윤후명 등 11명의 화가가 작품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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