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수익모델 갖고 소외층 문화향유권 확대·예술인 고용창출 기여노동부 인증받은 218개 기업 중 예술 관련은 9개 불과…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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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목표로 활동하는 예술 단체의 결성이 잦아지고 있다. 이미 활동중인 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도 소수지만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은 비정부기구(NGO)와 달리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다. 국가가 다 맡을 수 없는 문화향유권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젊은 예술인들에게도 일자리 창출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노동부의 인증제도가 오히려 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제약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공익에 기여하는 예술 사회적 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공공사업권 수주에 있어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기업’이란 공공에 기여하는 공익적 기업활동을 펼치면서도 나름의 수익창출 구조를 갖춰 지속가능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사회적 기업 꿈꾸는 예술단체 활동 활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예술단체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는 1일 ‘이야기꾼의 책공연’, ‘뮤시스’ 팀 등의 예술 관련 예비 사회적 기업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야기꾼의 책공연’팀은 동화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 공연으로 소외층 어린이 등에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길거리 공연인 ‘이야기 배달꾼 프로젝트’ 등을 통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극단이다. ‘뮤시스’는 홍대 인디 음악가들의 모임으로 청소년, 직장인 밴드 교육, 악기연주 지도 등을 통해 생활음악으로 공적기여를 하면서도 소정의 수강료를 받아 수익모델을 갖추려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미술의 문턱을 낮춰 사회공헌을 하면서도 나름의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도 있다. ‘봄봄’은 싸이월드의 온라인 카페에 미술작품을 전시하며 정기 전시회를 열어 복합영상 형식으로 미술품을 소개한다. 또, 오프라인 창작제품 판매, 싸이월드 스킨(배경그림) 판매, 예술공간 컨설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고마시’는 미술사 등을 주제로 한 온라인 만화연재, 만화 및 팝아트 전시로 예술품 향유 기회를 대중에 넓히고 있으며 오프라인 전시회, 작품 판매로 수익을 창출한다. ‘고마시’는 당초 대학 미술 동아리로 출발했다.
이 밖에도 리사이클링 상품 판매를 하는 ‘리블랭크’, 공연으로 문화향유권을 확대하며 수익창출까지 하는 ‘성미산 마을’ 등이 예술 관련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분류된다.
예술관련 사회적 기업 미비 vs. 부정수급 기업도
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으로 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곳은 전체 인증 사회적 기업 가운데 소수에 그쳐 아쉬움을 사고 있다. 노동부는 6일 현재까지 인증 받은 사회적 기업은 총 218개로 예술관련 기업은 이 가운데 9개라고 밝혔다. 전체 사회적 기업의 4.12%에 그치는 미미한 수치다.
노동부는 지난 2007년 제정, 발효된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근거해 1년에 5회에 걸쳐 사회적 기업을 인증 신청을 받는다. 인증 사회적 기업은 지자체의 평가를 통해 사후관리를 받는다.
현재까지 인증받은 예술 부문 사회적 기업은 ‘노리단’, ‘티팟’, ‘전통문화진흥회’, ‘문화우리’, ‘공공미술 프리즘’, ‘한옥문화원’, ‘문화마을 들소리’, ‘전통문화사랑모임’, ‘사회적 예술기업’ 등 9개다. 2007년 최초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노리단’은 문화소외층 등을 대상으로 재활용품을 활용한 음악 연주, 퍼포먼스 공연을 펼친다. ‘티팟’은 디자이너들이 모여 문화소외지역을 순회하며 예술교육을 한다.
한편, 노동부가 부정수급으로 인증취소를 검토중인 예술관련 인증 사회적 기업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예술기업’의 지원금 부정수급 혐의를 포착하고 인증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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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사회적 기업 실질적 지원 아쉬워
‘기업’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역할이 충분치 않아 비난 받아온 영리기업의 약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발전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신적 빈곤과 소외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사회에서 수익을 얻고 활동하는 기업의 책임도 있다.
‘일자리 창출’의 효과 역시 기대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예술대학 때문에 예술 창작자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만성의 문제로 지적돼왔다.
특히, 예술 부문 사회적 기업은 ‘소외층’의 문화 향유권 확대에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국가사회 자본주의가 다 메울 수 없는 공공예술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수익모델이 없는 비영리단체(NGO)의 한계를 극복하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공공예술로서 기능한다.
문화콘텐츠로서 예술의 질을 높이는데도 사회적 기업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난타’나 ‘점프’와 같은 대형공연은 몇 개 팀이 똑 같은 공연을 수년간 반복한다. 연기자의 창작과 개입의 여지가 넓은 예술 사회적 기업 공연은 다르다. 다양성과 융합의 원천인 사회적 기업에서 더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시(市) ‘빌 스트릭트 랜드(Bill Strict Land)’는 유색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를 고용해 도예, 음악 등 예술 장르의 장인으로 키워냈다. 이 곳 출신의 한 60대의 흑인 재즈연주자가 그레미상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수익을 창출할 뿐 아니라 소외층을 찾아다니며 공공예술 활동을 한다.
예술 사회적 기업이 좋은 뜻을 제대로 펼치게 하고 공익적 역할을 감당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익창출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은 법률상(사회적 기업 육성법 12조) 공공 사업시 우선 구매 대상이 되지만 제대로 실천되는 경우는 드물다.
‘롯데관광’과 같은 사적 예술 서비스 기업과 예술 사회적 기업이 국가 행사나 공공예술 공연 수주를 놓고 경쟁할 경우, 법적 보장이 적용되기 보다는 ‘규모의 경제’에서 앞서는 사기업이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종휘 하자센터 부센터장은 “영국 런던에는 5500여 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어 이들이 런던 GDP의 5-10%를 담당할 정도”라며 “2012년 런던올림픽 행사와 서비스 공급의 막대한 부분을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이 담당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센터장은 이어 “예술 사기업과 사회적 기업은 각각 그 역할과 목적이 다르다”며 “이들이 황금분할을 통해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면에서 시너지를 내게 하려면 예술 사회적 기업에 자생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힘을 믿습니다"
"보따리 장수처럼 공동체가 무너진 곳에 가서 이야기를 풀어놓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어요" |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