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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다 못한 이야기 들려줄게
[미술인의 운문과 산문 전] 작가들과 미술사가들 삶의 면면 써내려간 저서 한 자리에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1-김용준 '자화상', 동경예대 1930
2-고유섭 '전별의 병(餞別의 甁)', 서울통문관, 1958
3-장욱진'강(江)가의 아틀리에', 서울민음사, 1975
4-근원수필 간행물 모음집


철학과 사유를 캔버스 위에 담아내는 이우환 화백. 화가이기보다 철학자가 되고자 했던 그의 그림 속엔 채움보다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을 채우는 것은 문명 속에서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 그의 깊이 있는 사유일거다.

최근 퐁피두센터의 소장품을 모은 책자에 ‘with wind'시리즈가 표지로 쓰일 정도로 그는 이미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있다. 그렇다면 이 화백이 그림이 아닌 글자로 직조해낸 예술세계는 어떨까? 2004년 현대문학에서 발간한 ‘멈춰 서서’는 그가 써낸 첫 시집이다. 그림의 빈 공간을 메우는 사유를 녹여낸 시집은 두 권의 에세이집에 이은 세 번째 저서이기도 하다.

이 책이 놓인 곳은 특이하게도 서점이 아닌,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다. ‘걸어 다니는 미술사전’이라 불리는 김달진 관장이 그동안 모아온 미술인들의 운문과 산문을 한 자리에 모아 ‘미술인의 운문과 산문 展’을 열고 있다. 작가들과 미술사가들이 그간 캔버스와 학술지에 채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 곧 삶의 면면을 써내려간 저서를 선보이는 전시이다.

전시는 시대를 관통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신위(1769~1847)의 ‘경수당전고’와 문인이자 화가였던 강세황의 ‘표암유고’, 김정희( 1786~1856)의 ‘완당전집’ 등 18~19세기 조선시대를 뜨겁게 살다간 화가와 문인들의 멋스러움은 한자가 아닌 한글로 번역되어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20세기 전반 수필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월북화가 김용준(1904~1967)의 ‘근원수필’과 불꽃처럼 살다간 여류화가 나혜석(1896-1948)의 가슴 절절한 에세이 외에도 김환기, 장욱진, 천경자가 적어낸 문체는 진솔하기 그지없다.

지독한 가난으로 일본으로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중섭(1916-1956)이 아내와 두 아들에게 써 보낸 편지를 묶은 ‘그대에게 가는 길’과 조각가인 정관모 성신여대 명예교수가 유학 중이던 딸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사랑하는 진아에게’, 이응노-박인경 화백, 박래현-김기창 화백 등 유명 미술인 부부의 글에서는 가족 사랑과 예술가 이면의 모습이 가슴 따스하게 전해진다.

고유섭(1905-1944)을 위시한 김재원, 최순우, 진홍섭, 황수영, 김원룡 등의 미술사가들의 유려한 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인 오광수의 시집 ‘지중해의 돌’도 학자가 아닌 에세이스트이자 시인으로서의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미술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번 전시는 8월 31일까지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에서 전시된다. T. 02-730-6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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