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스님 그림 전람회11년 만에 직접 쓴 시와 선화·전각 등 80여 작품 선보여

화계사 숭산스님(1927~2004)의 제자인 미국인 현각 스님이 쓴 ‘만행’은 2002년의 베스트셀러였다. 하버드 대학원생에서 출가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책장 속에는 숭산스님이 강조한 선(禪)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숭산스님은 ‘선이란 따로 움직이는 마음과 몸을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먹고 자고 걸을 때 가만히 몸에 마음을 모으는 순간이 바로 깨달음의 순간이자, 평화를 경험하는 순간이라는 말이다.

올해로 일흔 살의 수안스님에겐 바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때일 것이다. 온 정신을 붓끝에 쏟아 단숨에 그려내는 수묵화는 그에겐 참선수행의 과정이자 결실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화가인 그가 11년 만에 국내에서 그림전을 연다. 지난 1998년 서울 경인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처음으로, 직접 쓴 시와 선화, 전각 등 8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1940년 통영에서 태어나 17살에 출가한 수안스님은 통도사, 송광사, 백련사, 묘관음사에서 참선 정진해왔다. 처음 선화를 선보인 것은 1979년 이리역 폭발사고로 많은 이들이 슬픔에 잠겨있을 때, 부산에서 이리이재민돕기 선묵전에 출품하면서부터다. 이후 1981년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통해 본격적인 선화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혀 힘들이지 않은 듯한 순간적인 붓터치와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 선승의 해학적인 표정, 그리고 선사상의 무(無)와 공(空)을 표현한 여백은 한국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세련미를 동시에 품어낸다.

1985년에는 모나코 몬테카를로 현대미술전에 출품해 입상하기도 했으며 1990년에 두번째열린 프랑스 한국문화원 초대전과 2년간 프랑스의 도시에서 순회 전람회를 열면서 유럽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다섯 권의 시집을 발표한 시인이기도 한 수안스님의 그림 전람회는 오는 5월 26일까지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02-734-755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