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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작권료 싸움에 창작의지 꺾일라
음저협 일부 vs 일부 대중가요 작곡가 징수방법 놓고 첨예한 대립
수기정산·내부부패 양측 모두 인정… 음저협 개혁 요구 힘 얻어





김청환기자 chk@hk.co.kr







음악저작권협회의 저작권료 징수방법 개선을 둘러싸고 일부 중견 대중가요 작곡가들과 음악저작권협회가 새로 도입된 자동 징수방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과거 수기정산의 문제점이나 내부부패 문제는 양측이 모두 인정한다. 이번 사태를 기화로 음악저작권협회 개혁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해 일부 협회 직원들의 저작권 수수료 부당 취득이 적발되자 저작권분배제도개선위원회 임시이사회를 열어 개선안을 내놨다. 문화부가 지난해 9월 유흥ㆍ단란주점, 노래방 등 사용료 분배규정 개선안을 승인하면서 음악저작권 협회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노래방 사용횟수 표본을 근거로 저작권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중견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모임인 ‘분배악법 개선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정풍송, 임종수)’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시위에 나서 일부 표본조사에 의한 정수시스템이 원로 작곡가들에게 절대 불리하다며 ‘전수(全手)’조사 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3% 표본조사 결과 믿을 수 없다” vs.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

새로 도입된 저작권료 징수방법을 놓고 음악저작권협회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혀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는 새로 도입된 온라인 노래방 기기에 의한 표본 정산방식이 중견 작곡가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이용자가 고르는 곡 목록이 음악저작권협회로 자동 전송되는 표본조사 대상의 노래방 기기들이 대부분 젊은이들이 밀집해있는 시내 중심부에 설치돼있는데다가 유흥주점의 연주자 등이 연주하는 곡은 산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불리하다는 것이다. 음악저작권협회 저작권 정산시스템이 설치된 온라인 노래방 기기는 전체 노래방 기기의 3%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 등을 작곡한 정풍송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체 조사한 유흥ㆍ단란주점 인기곡 리스트를 근거로 “청소년들이 출입할 수 없는 장소의 인기곡이 ‘총 맞은 것처럼(백지영 노래)’ 등의 젊은 가수들의 곡인게 말이 되느냐”며 “비리를 저질러온 음악저작권협회 몇몇 임원진 때문에 작품활동에 전념해온 대다수의 작곡가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과거의 사용목록보고서가 직원들의 손을 타다 보니 일부 부정이 있었으며, 새로 도입된 표본조사 기기가 일부지역에 편중돼 있는 것도 인정한다”면서도 “새 사용료 징수 규정이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흔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차후 민관협동, 갤럽 합동조사 등을 통해 보완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양측이 유일하게 동의하는 것은 사용목록보고서에 의한 징수방식의 시스템 아래 있던 과거에 음악저작권협회 내부에서 저작권료 정산을 둘러싼 부정부패가 있었다는 사실 한가지다.

음악 저작권 제도개선 기회돼야

양측의 ‘갑론을박’에는 제 각각의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비대위의 구성원들인 중견작곡가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이 위협받기 전까지 음악저작권협회 내부문제를 들고 나선 적이 없다. 음악저작권협회도 내부고발자에 의해 비리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다. ‘오십보 백보’다. 음악종사자들이 이번 기회를 음악저작권협회 개혁의 기회로 삼아 신진 음악저작권 창작자들에게 좋은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징수방법 개선을 보다 정밀하게 해야 하는 것은 가장 절실한 문제다. 징수방법 개정 이전에는 음악저작권협회 각 지부의 협회직원들이 저작권료 사용횟수를 직접 써서 내는 ‘수기’방식으로 정산해왔다. 각 지부 직원들의 ‘간부 눈치보기’ 때문에 협회 이사진이나 지금은 폐지된 25명에 이르는 평의회원 저작권료가 과다 정산되는 등의 부작용이 비일비재했다. 전국 노래방의 3%에서 표본조사 방식으로 징수하는 개선안 역시 완벽하지 못하다.

지난해 6월 한 전직 음악저작권협회 지역지부 직원이 공개한 사용목록보고서에는 각 노래방과 유흥ㆍ단란주점에서 작성돼야 했을 내용이 모두 같은 필체로 작성돼있어 한 사람에 의해 작성됐음을 보여준 바 있다.

이 전직 직원은 사실확인서에서 음악저작권협회 지역 지부에서 작성해 두달에 한번씩 본사로 보내는 사용목록보고서가 관행적으로 이전자료를 통해 허위작성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내부고발했다.

징수방법 보완 외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음악저작권협회 임원인사시스템에 의한 불공정 경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 소속 최문순 민주당 의원실이 내놓은 ‘한국 음악저작권협회의 문제점과 개혁방향(2008.10)에 따르면 음악저작권협회는 정회원 8.3%로 운영돼 대표성이 결여돼 있다. 준회원으로서 일정 기간이 지나야 정회원이 될 수 있으며, 정회원만이 회장, 부회장, 감사 등의 이사진에 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 관련 정책결정이 일부세대 음악 저작권 창작자에만 유리하게 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좌) 서태지 7집 cd 자켓 사진 (우) 서태지컴퍼니의 공식 홈페이지


지금은 폐지된 평의원 제도는 그런 부작용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평의원회는 만 50세 이상 된 정회원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 기관으로서 이사진의 결정을 뒤엎을 수 있는 권리를 지녔었으며 1년에 6회 정도의 회의 참가시마다 ‘거마비’로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해왔다. 음악저작권협회는 2008년에만 5회의 평의원회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3660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과다한 징수비용과 회계관리의 불투명성 역시 문제다. 음악저작권협회의 저작권 관리수수료는 25%로 지나치게 높다. ‘수기’ 징수시스템은 노래방이나 유흥주점의 규모나 지리적 위치, 매출 등에 관계없이 평면적 기준을 적용해 ‘사용한 만큼의 사용료를 징수해야’하는 당연한 원칙도 무시해왔다. 많은 영세업체들이 저작권료 납부를 거부해 온 이유다. 음악저작권협회는 2007년 한해만 1억 8840만원을 소송비용으로 지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 책임 소홀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음악저작권협회의 문제점과 개혁방향’에 따르면 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2007년 신탁회계를 일반회계로 전용해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사용료를 협회 ‘배불리기’에 사용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문화부는 연 1회 협회에 대해 업무점검을 실시했을 뿐이다.

문화부는 그 결과에 따른 개선을 명령하지만 행정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왔다. 저작권법상 저작권신탁관리자에게는 6개월 이하의 업무정지나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저작권법 제 109조 제1항)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모호한 제한규정을 둬 협회가 이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퇴로를 열어두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부는 정부입법으로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은채 하나마나한 연례감사를 되풀이해온 것이다.

서태지가 음저협을 탈퇴한 이유

음악저작권협회의 산적한 내부문제와 저작권료 징수의 불합리성 때문에 서태지는 지난 2003년 법원으로부터 ‘음악저작권 신탁행위금지 가처분신청’ 승소판결을 받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탈퇴하기도 했다. ‘서태지컴퍼니’는 노래방 기계 회사와 직접 합의해 노래를 등록하고, 등록한 노래에 직접 사용료를 징수해야 한다.

그러나, 노래방, 유흥.단란주점 등의 저작권 수입을 포기할 수 없는 일반 음악가들이 이런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저작권협회에 대중가요의 96%가 등록돼있는 상황에서 노래방기계 사업자들이 굳이 음악저작권협회를 탈퇴한 일반회원을 일일이 끌어들이려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음악저작권협회를 복수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문방위 소속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7일 음악 등 저작권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저작권관리사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관리사업법’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 초안은 현재 국회사무처 심의를 받고 있다.

‘한국 음악저작권협회의 문제점과 개혁방향’ 편집자인 변정화 국회의원 최문순 정책비서관은 “폐단이 있기는 하지만, 작은 시장에서 한 개 단체가 가진 효율성이 있고 저작권관리사가 난립하면 오히려 이용자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자체적 정화의지를 더 신뢰할 수 없는만큼 끊임없는 외부자극과 감시를 통한 제도개선으로 힘 없는 다수 음악 저작권자들의 창작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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