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시인의 시 중 ‘나의 싸움’이란 시가 있다. 그는 시 속에서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싸울 대상은 세상을 살며 느껴야 할 외로움, 괴로움, 실패, 우울, 쓸쓸함, 불안과 같은 것. 그렇다면, 우리 각자에게도 이 질문을 적용해볼 수 있다. ‘나의 삶을 망치는 것은, 혹은 나의 싸울 대상은 무엇인가?’

이재훈과 안경수 작가는 자신이 싸워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충실하게 작품에 쏟아냈다. 삶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신과 타자의 모습을 그들은 절제되고 섬세한 한국화 기법으로 화면 안에서 냉정하고 예리하게 펼쳐냈다.

이재훈 작가는 사회적 영역에서 합의화된 통념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기념비화된 인물로 표현했다. 또 안경수 작가는 장난감 피규어로 타자화된 놀이를 통해 포착된 우연적인 상황으로부터 작가 자신의 판타지를 만들어 내고 자신이 속한 내부세계의 연민을 담아냈다.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넘나들며 다채롭게 이행되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리나갤러리에서 5월 7일부터 5월 29일까지. 02)544-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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