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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을 그리고 연주하다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 (9) 들라크루아와 베를리오즈
낭만주의 대표 예술가 무한 상상력·독창적 표현 새 작품세계 선보여





노엘라 /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칼럼니스트 violinoella@hotmail.com





1-들라크루아
2-베를리오즈
3-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4-오필리아의 죽음 CD
5-오필리아의 죽음
6-들라크르와의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19세기 로맨티시즘, 즉 낭만주의는 이성이 아닌 감성에, 눈에 보이는 형식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면에 그 중심이 있었다. 이 시기에는 영원과 자연에 대한 동경, 그리고 시대의 혼란과 더불어 존재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 등이 공존했으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고정관념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정신적 움직임은 예술 작품들을 통해 표현 됐는데 프랑스의 화가 와젠 들라크르와와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낭만주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예술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독창성의 대가들

들라크르와와 베를리오즈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점은 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이를 표현하는 독창성에 있다. 이들은 그 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작풍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들라크르와의 대표적인 작품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바이런의 희곡에서 영감을 받아 사르다나팔루스왕의 분신장면을 그린 그림인데 이 작품에서 그는 그의 독창적인 묘사로 로맨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르다나팔루스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왕으로 적들에게 성을 함락당하게 되자 자신의 소유물을 모두 죽이라 명하고 자신도 분신자살을 한다. 이 장면을 묘사한 들라크르와의 그림에는 나체의 관능적인 여인들이 살해를 당하고 있고 사르다나팔루스왕은 이를 관조적인 자세로 지켜보고 있다.

들라크르와는 사르다나팔루스왕이 누렸던 쾌락과 사치, 욕망과 타락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신이 사랑했던 애첩들을 죽이고 자신이 누렸던 모든 보석과 보물들을 모두 불태워 버리는 처절하고 비극적인 멸망의 순간을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붓 놀림을 통해 묘사했다.

살해장면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관능적이기에 충격적인 이 그림은 환상적임을 넘어 에로틱하기까지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사랑과 죽음, 비극이라는 테마로 사디즘마저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혼란과 격동의 시대인 낭만주의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들라크르와는 그의 이러한 광적인 상상력을 표현하는데 있어 선으로 그린 형태 위에 색을 칠하는 전통적인 기법이 아닌 색채 자체가 서로 맞닿아 형태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사용하며 후세 인상파 화가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베를리오즈 역시 음악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작곡가로 뽑히는데 그는 그의 음악에서 문학이나 그림과 같이 주제를 가지고 상황을 묘사해나가는 표제음악이라는 장르를 확고히 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환상교향곡’에서 베를리오즈는 평생 사랑했던 여인 헤리어트 스미드슨에 대한 감정을 스토리를 통해 담고 있는데 그가 얼마나 스미드슨에게 집착했는지를 보여주는 곡이다.

그는 이 곡에서 전통적인 3악장 형식이 아닌 5악장이라는 장편소설을 쓴다. 이렇게 길고 드라마틱한 곡을 통해 베를리오즈는 구애에 거절당한 그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심리적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 곡은 실연에 빠진 예술가가 아편을 먹고 자살을 택했으나 이에 실패하고 환각을 보게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여인은 그의 환각 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데 베를리오즈는 이를 고정악상 (idee fixe)이라는 음악적 모티브를 사용하여 같은 멜로디가 곡 전체에 반복적으로 나타남으로써 표현한다.

‘어느 예술가의 생애’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예술가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꿈과 환상을 오가다 결국 그녀를 살해하고 사형을 당하게 되는데 그가 사랑했던 그녀는 5악장에 이르러 마녀로 표현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심리적 판타지를 표현하기 위해 베를리오즈는 상식을 뛰어넘는 관현악법과 방대한 악기편성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두 예술가

베를리오즈가 이렇게 음악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묘사 한 것처럼 들라크르와는 그의 그림에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해냈다. 들라크르와가 그린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초상화는 이를 대변하고 있는데 당시 신고전주의 화가였던 앵그르의 지극히 평범한 초상화와는 달리 들라크르와는 파가니니를 광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파가니니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 것이며 파가니니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들라크르와는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렸던 서정적이고 로맨틱함을 대표하는 작곡가 쇼팽을 남성적이고 거칠게 표현하여 충격을 주었는데 이는 쇼팽과 두터운 친분을 가졌던 들라크르와의 시각에서 본 쇼팽 내면의 남성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내적 감정의 묘사에 중심을 두었던 이 두 예술가는 세익스피어를 비롯, 괴테와 바이런 등의 작품 에서 영감을 받아 문학작가들의 공상을 통한 인간의 심리적 표현을 그림과 음악으로 재탄생 시켰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파우스트’, ‘클레오파트라’, ‘사르다나팔루스’ 등이 그 예이다. 이들이 표현한 같은 주제의 작품을 함께 보고 들으며 감상을 한다면 그들의 공통된 로맨티시즘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이 둘 모두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점 그리고 후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며 후기 미술사와 음악사에 영향을 준 점은 그들의 또 다른 닮은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방대한 예술작품은 그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시도로 탄생되었다. 이들의 광적인 상상력과 내면에 대한 탐구, 그리고 멈추지 않는 열정과 넘치는 표현력, 바로 이들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만들어낸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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