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환율 상승에 명품 백으로 재테크

샤넬의 스테디 셀러인 2.55 백의 가격이 400만원 대를 훌쩍 넘어섰다. 작년 이맘 때는 300만원 대, 그 전해에는 200만원 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두 가지 생각이 차례로 스쳐간다. ‘환율 내려가도 가격은 안 내릴 거면서 어떻게 이렇게 천정부지로 올릴 수가 있어’ 발끈했던 마음은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사둘 걸…’이라는 후회로 잦아든다.

‘백 테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 무섭게 날뛰는 환율이 만들어낸 신조어로, 럭셔리 브랜드의 백을 미리 사놓았다가 가격이 올랐을 때 되팔아 이익을 본다는 소위 명품 재테크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명품 백의 가격이 대폭 인상하자 ‘누구는 실컷 쓰다가 되팔아서 50만원을 벌었네, 100만원을 벌었네’ 등 근거를 알 수 없는 ‘썰’이 여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브랜드 샤넬의 이름을 따 ‘샤테크’라고도 불리는 이 신종 재테크로 이익을 보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요즘의 가격 인상 폭을 보면 아주 근거 없는 소리 같지는 않다. 200만원에 팔리던 백이 400만원으로 올랐다면 300만원 쯤에는 되팔 수 있지 않을까?

희소성 = 프리미엄, 공식 통할까?

“중고 백을 되팔아 돈을 버는 경우는 없습니다”

중고 명품 쇼핑몰 고이비토 윤승우 실장의 말이다. 아무리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그건 신제품의 이야기일뿐, 중고품의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200만원 짜리 가방이 지금 400만원이 되었다고 해도 중고 매입자에게 팔 때 200만원 이상 쳐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뜻이다.

일단 구매자가 200만원 이상을 지불할 마음이 없으니 매입자 입장에서도 그 아래로 가격을 매기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신주 단지 모시듯이 관리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고는 중고일뿐이다. 그럼 ‘샤테크’니, ‘샤넬 펀드’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첫째, 중고가 아닌 새 제품일 경우에는 실제로 이익을 보는 일이 가능하다. 지난 연말 69만원선이던 루이비통 스피디의 가격은 현재 94만~97만원까지 올랐다. 미리 사 두었다면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인데 개인이 아닌 업자의 경우로 한정된다. 개인은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웃돈 까지는 바랄 수 없지만 그래도 실컷 들고 다니다가 비교적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여기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서열이 드러나는데 명품 딱지가 붙었다고 해서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으로 유명하면서 희소성이 있는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가 대표적인 브랜드로 이들의 공통점은 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찌처럼 아울렛에서 30~4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라면 굳이 중고품을 찾아 헤맬 이유가 없다.

1-루이비통 네버풀
2-에르메스 벌킨백
3-루이비통 스피디
4-샤넬 2.55

셋째, 감정적 만족감이다. 되팔 의향은 없지만 어차피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망설이고 있다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백 가격을 보며 뒤 목을 부여 잡느니, 과감하게 사 버리고 가격이 오를 때마다 흐뭇한 마음으로 절약한 금액을 계수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개인 간의 거래다. 중고 시장에서야 웃돈을 주면서까지 매입하는 경우는 없다고 쳐도 개인 간의 거래라면 얼마든지 변수가 존재한다. 물론 이 경우 물불 안 가리고 제품을 구하고자 하는 구매자가 있어야 하고 그만큼 구하기 힘든 제품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에르메스 벌킨 백의 경우 한 달에서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간신히 받을 수 있는 ‘비싼 몸’이다. 1000만원을 주고 사서 고이 들고 다니는 동안 가방 가격이 1200만원으로 올랐다면 1100만원에 사겠다는 구매자가 나설 법도 하다.

그러면 간단히 1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샤넬도 마찬가지. 2.55 시리즈 가운데서도 특별히 인기가 좋은 블랙이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면 돈을 더 주고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 경우 되팔고 본인은 다른 색깔로 새 가방을 사면 그만이다.

쇼핑 호스트 유난희 씨는 ‘백 테크’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사용하던 명품 가방으로 돈 벌이를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만약 가방을 살 생각이 있다면 저는 샤넬이나 에르메스, 루이비통을 사라고 조언하겠습니다.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이 브랜드들은 되팔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투자 개념이거든요. 환율이 내리더라도 명품 가방의 가격은 절대로 내려가지 않아요. 그래서 펀드라는 개념이 생긴 거에요. 오히려 펀드보다 더 안정적이죠.”

도움말: 쇼핑 호스트 유난희, 명품 쇼핑몰 유아짱(www.uajjang.com)운영

중고 명품 쇼핑몰 고이비토(www.koibito.co.kr) 윤승우 실장

돈이 되는 '백 테크' 이렇게 하라


* 노 세일(no sale) 브랜드에 주목하라

세일을 한다는 것은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좋은 가격으로 되팔기는 글렀다는 뜻이다. 아울렛이나 인터넷 등 제 2의 유통이 없어야 하며 시즌 세일도 없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올린 가격은 환율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내리지 않는 브랜드라야 투자 가치가 높다.

* 기준은 가격이 아닌 소비자 선호도

한 소비자가 중고 시장에 두 개의 제품을 내놨다. 하나는 5년 전 150만원을 주고 산 샤넬 가방, 그리고 또 하나는 한달 전에 200만원을 주고 산 끌로에 가방이었다.

중고 명품 매입자가 부른 가격은 샤넬 백이 70만원, 끌로에 백이 50만원. 새 것과 다름 없는 끌로에 가방에 어떻게 이런 가격을 매기냐며 펄쩍 뛰자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찾는 브랜드냐 아니냐가 문제다"

사용 기간과 제품의 상태, 구입 가격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의 선호도다. 대중의 선망을 받고 있는 브랜드인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모델인지를 체크해야 한다. 끌로에를 알 정도의 소비자라면 중고 시장은 기웃거리지 않는다는 매입자의 말을 마음에 새길 것.

* 환율과 가격 인상 공지에 귀를 기울여라

환율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더라도 귀를 쫑긋 세우고 민첩하게 흐름을 타야 한다. 브랜드의 가격 정책도 중요한 변수인데, 몇몇 브랜드에서는 가격 인상 전에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샤넬은 지난해 11월 가격을 대폭 인상하기 전에 공지를 했고 샤넬 매장은 예상했던 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마케팅 전략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모두 돈을 벌었다는 사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