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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의 한예종 감사 문제 없나
황지우 총장 사퇴… 행정부의 지나친 간섭 대학교육 자율성·교권 침해 우려




김청환기자 chk@hk.co.kr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이른바 ‘노선 행정’이 연일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9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황지우 총장의 사퇴는 그 ‘방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화부의 감사결과에 의혹이 일고 있다. ‘코드인사’논란, 학제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대학교육의 자율성ㆍ교권 침해 우려 등이 가장 큰 이유다. 예술대학을 보유한 타 대학의 한예종 견제심리도 논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예술대 교수는 “현대 대학의 효시인 1811년 독일 베를린 대학 이래로 자유주의 국가에서 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편성권 침해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300여명의 국내외 콩쿠르 입상을 비롯한 한예종의 성과에 대한 타 대학의 질시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6개원 해체를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에 한예종을 단과대학으로 편입시키려 한다는 ‘한예종 괴담’까지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8월 뉴라이트 계열인 전국예술대학교육연합과 문화미래포럼이 공동 주관한 주제발표회에서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한예종은 지난 정부의 실패작이며,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서우석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는 “해체를 우리가 직접 주장할 필요 없이 정부가 진행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된다”고 발언했다.

한예종은 오른쪽 날개로만 날아야?

일부언론은 ‘일부 좌파 문화이론가들이 자기 전공분야가 아닌 곳에 교수로 부임해 한예종을 좌파의 온상 만들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문화부가 한예종 감사에서 심광현 영상원 이론과 교수, 이동연 전통예술원 교수 등이 전공과 상이한 과에 교수로 채용됐다며 주의 및 개선을 명령한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이들의 채용과정을 역추적해보면 부정의 소지가 있었거나, 한예종을 ‘좌파의 온상’으로 만드는 일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심광현 교수는 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현재의 영상원 이론과가 아닌 영상디자인과 교수로 1996년 채용됐다 1998년 한예종이 전통예술원 등을 만들며 전체 조직개편을 할 때 영상원 이론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설립된 영상원은 영상제작, 연출, 디자인, 미술, 시나리오, 컴퓨터 등을 결합한 통합적 커리큘럼으로 미술비평ㆍ미학 전공자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심 교수가 임용된 시점은 참여정부가 아닌 김영삼 정부 시절로 이강숙 초대총장 재임 시기다.

문화부는 감사에서 이동연 교수 역시 영문학을 전공해 한국예술학과 교수로 채용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채용시점인 2005년 당시 한예종은 문화이론분야로 채용공고를 내 교수를 채용했다. 이 교수의 박사학위 세부전공은 문화이론 비평이다. 한예종 전통예술원은 일반대학 국악과와 달리 현대 문화 이론과 정책도 연구하며 국악의 현대적 수용을 지향한다.

이번 감사에서 문제삼은 교수들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사상 검증’ 논란마저 일고 있다. 문화부가 겸직허가 위배로 지적한 인사들은 주로 문화연대, 언론인권센터 등의 진보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해당 교수들은 대학의 거의 모든 교수들이 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단체에 임원으로 있는데 진보단체에 참가한 인사들만 문제 삼는 것은 ‘색깔론’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우파 교수’는 왜 지적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영상원 A교수는 뉴라이트 계열 단체에 공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용원 B교수 역시 ‘친 문화부’인사로 유명하며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교수협의회 등의 반발 움직임에 동참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등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섭(統攝)’은 필요 없다?

작년 3월 25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한예종에 “통섭은 안된다”고 지시했다. 한예종은 실기 위주 예술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통섭’ 교육은 설립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감사에서 한예종이 ‘통섭’ 교육 사업을 중단하라는 장관 지시를 어겼으며, 투입예산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며 사업 중단과 관련자 중징계를 명령했다.

한예종 측은 사업성과가 부실했다는 문화부 지적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섭’ 사업을 집행한 미래교육단은 7명의 해외 저명 미디어 아티스트와 2000명이 넘게 참여한 국제심포지엄, 38건의 보고서와 자료집, 포항공대와의 교류, MIT-스탠포드와의 미디어 퍼포먼스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등 높은 성과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또, 현대예술은 이론과 장르간의 자연스러운 융합인 ‘크로스 오버’를 통해 만들어지는 데 ‘통섭’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은 현대 예술 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반박한다.

문화부는 한예종 ‘통섭’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카이스트(KAIST) 시티대학원과 사업이 중복된다는 점을 제시한다. 2005년 만들어진 카이스트 시티대학원은 공학기반의 컬처테크놀로지를 지향하지만 2007년 ‘신타지아’ 이라는 원격화상 퍼포먼스를 열었다가 완성도 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바 있다. 시티대학원은 40억여 원의 예산을 쓰고도 국제행사를 단 한번도 열지 못했다.

문화부는 이론학과 확대 운영과 서사창작학과 설치도 실기 위주의 교육이라는 한예종 설립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각각 축소, 폐과하라고 명령했다.

김채현 한예종 교수협의회 회장은 “예술은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의미의 창출인데, 예술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 의미수준도 높아지게 마련”이라며 “현대예술에서 해석을 다루는 이론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사창작학과는 통섭 교육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을 찬찬히 뜯어보면 문화부의 지시는 단편적인 이해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 1조는 ‘예술실기 및 예술이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대학과정 상당’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론교육을 실기교육과 동일하게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3조는 ‘전문예술인의 양성’을 한예종의 목적으로 한다. 이론 없는 실기교육만으로는 ‘재주꾼’을 길러낼 수 있을 뿐 ‘전문예술인’ 양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한예종의 입장이다.

대학에 준하는 학교의 학제개편을 문화부 감사실이 좌지우지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설치령 3조에 의하면 한예종은 문화부에 설치 및 운영을 위탁하지만 교육부 관할로 하도록 돼있다. 교육부 고등교육법에 의하면 대학 이상의 교육과정의 편성권은 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치게 돼있지만 근본적으로 대학당국에 있다.

“이론학과와 통섭 학과ㆍ교육의 필요성은 예술적, 철학적, 교육적 고민과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행정부 감사실이 산하부처를 다루듯이 무리한 감사와 명령을 하고 있다”는 지적, “정작 감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예술교육에 일대혁신을 일으켜 온 한예종이 아니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화부”라는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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