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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아티스트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다
[대중문화읽기] 이소라·오지은·박지윤 3人3色




최민우 대중문화평론가







주류와 인디 씬을 막론하고 2008년에 가장 두드러졌던, 그리고 2009년에도 여전히 눈에 띄는 현상을 고르라면 여성 아티스트의 두드러진 활약에 대한 언급을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여성 아티스트’라는 말을 다소 제한적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즉 아이돌 그룹의 여성멤버나 단순히(이 부사를 쓰는 이유는 곧 밝히겠다)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아 노래하는 여성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들을 가리키는 걸까. 편의상 자신의 작업 과정과 그 결과물(음반)을 전적으로, 혹은 상당한 정도로 통제하는 뮤지션들이라고 하자. 쉽게 말하면 자신의 작업에 ‘아티스트로서의 자의식’을 투영하는 데 성공한 이들을 가리킨다.

최근 이런 뮤지션들이 많이 등장하는 데는, 그리고 대개의 경우 그들이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고백적’인 형식으로 이루어진 포크 음악을 선택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에 대한 분석은 나중으로 미루자. 여기서는 단지 여성 아티스트가 자기 자신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모습 세 가지를 짚어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통제적 싱어 & 라이터 이소라의 ‘7’

이소라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녀는 솜씨 좋은 보컬리스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한영애 이래 나타난 적이 없던 종류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즉 직접 곡-멜로디를 쓰지 않음에도 자기 음악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여성 보컬리스트 말이다.

그녀는 전곡의 가사를 직접 쓰고 음반의 프로듀싱에 참여한다. 그것이 ‘단순히’ 곡을 받아 노래하는 많은 가수들과 그녀를 구분짓는 결정적인 지점이다. 그녀의 그런 장악력이 전면에 드러난 것이 2005년에 발표한 6집 ‘눈썹달’이다. 이소라는 당대의 스타 작곡가들을 거느리면서도 그들로 하여금 ‘스타 작곡가들의 노래’가 아니라 ‘이소라의 노래’를 만들게 하는 마법을 발휘했다.

이는 오랜 공백을 깨고 2008년 말에 발표한 일곱 번째 음반에서도 마찬가지다. 음반 제목과 수록곡 제목을 달지 않은 이 독특한 형식의 음반에서 이소라는 아티스트로서의 자의식을 마음껏 드러낸다(더불어 청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간결하고 절묘한 편곡으로 짜인 음반의 곡들은 어쿠스틱, 일렉트릭, 일렉트로닉으로 찍은 삼각형 사이에서 부드럽게 움직인다.

‘눈썹달’이 폐소공포증에 가까운 암울한 정서로 꽉 찬 음반이었다면 그녀의 최근작은 훨씬 밝고 부드러운 편에 속하며, 편안한 감상을 유도하는 음반이다. 그러나 폐부를 찌르는 낭만적인 정서는 여전하며, 곳곳에서 명(明)과 암(暗)이 우아하고 날카롭게 교차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

독립적 싱어 송 라이터 오지은의 ‘지은’

오지은은 이소라의 맞은편에 서 있는 아티스트다. 그녀의 인상적인 데뷔작 ‘지은’에 얽힌 이야기는 인터넷 용어로 말하자면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음악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데뷔작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선판매를 통한 제작비 지원이라는 대담한 방법을 택했는데, 그렇게 해서 모인 200만원 남짓한 돈을 갖고 거의 혼자만의 힘으로 음반을 녹음했다.

피아노와 기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데뷔작이 뿜어내는 솔직함과 강렬함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급기야 음반은 3천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재발매까지 되었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발표된 두 번째 음반 ‘지은’(데뷔작과 같은 제목을 달았다)에서, 오지은은 예의 그 거칠음과 솔직함으로 다시 한 번 중무장한 채 청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전작과는 달리 칼칼한 록 밴드 사운드의 비중이 두드러지는 이번 음반에서, 그녀는 20대 여성의 사랑과 욕망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특유의 어법으로 드러내고 있다(‘진공의 밤’의 ‘원할 때마다 자빠뜨리면 니가 버텨내질 못하고’나 ‘인생론’의 ‘자학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절약합시다’ 같은 가사들은 기시감과 신선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국내의 선배나 해외 뮤지션의 영향이 데뷔작에 이어 여전히 짙게 어른거리고 있다는 점은 지적할 수밖에 없지만(음악도 솔직하니 평가도 솔직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인상을 남기는 음반인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이 알려질 이유가 충분한 뮤지션이다.



(좌) 박지윤의 '꽃 다시 첫번째' (우) 이소라 '7'


절충적 싱어 송 라이터 박지윤의 ‘꽃, 다시 첫 번째’

박지윤은 이소라와 오지은의 중간 정도에 있는, 혹은 두 아티스트의 장(단)점을 절충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모두들 알다시피 그녀는 박진영과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해오면서 총 여섯 장의 음반을 발표했으며, 거기서 그녀는 꿈 많은 소녀(“아무것도 몰라요”)부터 섹시한 댄싱 퀸(‘성인식’)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그러나 본인은 자신의 그런 이미지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6년의 공백기를 보낸 뒤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인 소박한 어쿠스틱 음반을 발표했다.

일단 그 시도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관된 성격을 띠는 외부 작곡가(넬, 디어 클라우드, 루시드 폴 등 낭만적인 선율에 강한 작곡가들)들을 신중하게 골라 곡들의 통일성을 꾀했으며 본인도 수록곡 중 세 곡을 직접 쓰고 만들었다. 음반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편곡한 어쿠스틱 성향의 포크 음악으로 통일했으며, 보컬 또한 튀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는 선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적어도 ‘섹시 스타’로서의 이미지에서는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이것이 ‘아티스트로의 변신’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더 가깝다는 혐의는 여전히 남아 있는 바, 둘 중 어느 쪽인지는 다음 음반에서 명확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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