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익숙해진 사람은 바리바리 짐을 싸기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짐을 내려놓으며 여행길을 간다.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긴 호흡을 한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신이 가는 길을 걸어갈 뿐. ‘여행길’같은 작가 전영근의 개인전이 청담동 청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순수회화가 제시할 수 있는 시각적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궁하며, 그 의미를 탐미하는 작가. ‘존재성과 타자성’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주요 개념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물건(정물)의 이미지들은 이러한 존재성과 타자성의 개념에 근거를 두고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

“나는 나를 그린다”고 고백하는 작가 장영근은, 물건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맺어진 인연에 기초한 타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확장시키는 형이상학적 욕망의 도구가 됨을 이야기한다. 최근의 ‘물건 시리즈’와 ‘여행 시리즈’ 작품들 속에서 ‘비현실적으로 구조화하고’, ‘비의태적으로 양식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청화랑에서 5월 21일부터 6월 6일까지. 02)543-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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