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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변절논란, 문단은 왜 조용할까?
김지하·복거일 관련 인터뷰와 작가회의 산하 단체 성명 발표가 전부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지난 달 13일 황석영 작가의 발언으로 문단은 때 아닌 ‘변절’논란에 휩싸였다. 황석영 작가가 이명박 대통령과 중앙아시아 2개국을 방문하면서 했던 발언들 때문이다.

여기서 황 작가는 몽골+남북한의 ‘알타이 연합’ 구상을 밝히면서 “진보 측에 욕 먹을 각오가 돼 있고, 큰 틀에서 현정부를 돕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4일, 카자흐스탄 비행기에서 그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 작가는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관행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당겼다. 그의 말에 국내 진보 진영은 술렁였다. 파장이 커지자 18일 황석영 작가는 네이버 블로그에 기고를 남겼다.

“작가는 언제나 사회의 금기를 깨는 자다. 행동 자체가 논의의 출발이라 생각했으나 엉뚱한 해석과 성급한 판단이 속출했다. 내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

그러나, 정작 황 작가의 필드인 문단은 조용하다. 김지하 시인과 복거일 작가가 각각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견해를 밝힌 것과 한국작가회의 산하 ‘자유실천위원회’와 ‘젊은작가포럼’이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왜 문단은 자기 식구 일에 이토록 조용한 것일까? 그 많던 작가는 어디 간 걸까?

패밀리 의식? 작가 심정이 복합적인 이유

지난 주 주간지 ‘한겨레 21’의 특집은 <황석영 변절 맞습니까?>였다. 작가회의 소속 문인 18인에게 실시한 설문조사를 결과로 내놓은 분석기사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은 2천 명에 달한다. 그런데 왜 18인만을 대상으로 했을까?

이 기사를 담당했던 ‘한겨레 21’ 임인택 기자는 “애초 작가회의 소속 문인 중 사회적 발언을 많이 했던 30인을 대상으로 했으나, 응답을 회피하는 문인이 있어 최종 18인을 대상으로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30명 중 12명이 응답을 회피한 셈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18명 중 황석영 작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노코멘트’로 답변한 문인이 7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과반 이상이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설문 대상인 이들 문인은 대부분 진보적 발언을 해 온 ‘소장’ 작가들이었다.

학계를 비롯한 지식인 단체가 황석영 작가의 발언을 ‘변절’이라 말하며, 미디어와 대중이 확대재생산하는 양상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작가들은 언론의 반복된 요구에도 ‘침묵함으로써’ 논쟁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만드는 것이다. 작가들은 왜 이런 반응을 보는 걸까?

이에 대해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황석영 작가에 대한 작가들의 태도는 보다 다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한 ‘패밀리 의식’으로 말문을 닫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우선, 작가들은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는 것 자체가 문인다운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황석영에 대한 작가들의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점이 있다. 황석영 작가가 이룬 문학적 업적과 문단에서의 역할을 미루어 볼 때, 이번 발언으로 동료나 후배작가들이 그를 ‘변절자’로 단정지어 비판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한 문인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입장은 있지만, 황석영 작가에 대한 입장은 정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재웅 사무처장은 “작가들은 복잡한 감정에 있다. 탁월한 작가이고 진보진영을 대표했던 분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이번 발언은 큰 실수다’라고 말하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미 학계나 보수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고,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문인이다보니 오히려 ‘역이용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해 말문을 닫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강민 문학평론가는 한국문단의 보신주의, 출판자본의 압력으로 분석한다. 그는 “개별 작가가 황석영을 비판하는 것은 한국 문학판에서 사실상 힘들다”라고 말한다.

황석영 작가가 작품을 주로 발표했던 출판사는 창비와 문학동네다. 2000년대 이후 이 두 매체는 가장 강력한 ‘출판자본’으로 통한다. (최강민 평론가는 그의 평론집 ‘문학제국’에서 한국문학을 이끌고 있는 주류세력을 ‘2강 5중 3약’의 문예지로 구분했다. 2강은 ‘창비’와 ‘문학동네’, 5중은 ‘문예중앙’, ‘현대문학’, ‘문학과사회’, ‘실천문학’, ‘문학사상’ , 3약은 ‘세계의 문학’, ‘작가세계’, ‘문학수첩’이다)

황석영 작가는 창비와 함께 성장했으며, 최근 문학동네에서 ‘개밥바라기별’을 출간하며 젊은 세대까지 독자 영역을 넓혔다. 이런 황석영 작가를 비판하는 것은 황 작가가 활동하는 해당출판사, 곧 창비와 문학동네에 글 쓰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주류에 속하는 작가와 비평가들이 황석영 작가를 실명 비판하는 것은 힘들다. 황 작가가 활동하는 해당 출판사에서 반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비판적인 글은 실리지도 않거니와 앞으로 글 청탁이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차마, 우리는 말 못한다

한편 한 문인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또 하나,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작가들이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지요….”

바로 ‘노벨문학상을 타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문단 밖의 의구심이다. 한양대 임지현 교수는 지난 15일 “오르한 파묵이나 오에 겐자부로 등의 발언에 비춰 한국 작가 중에는 황석영씨가 가장 노벨상에 접근한 것 같다”며 “노벨상을 받으려면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황 씨의 행동은 노벨상을 노린 하나의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최근 그의 행동을 보면 컨텍스트(문맥)에 따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반응에 대해 황석영 작가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저는 서구의 잣대로 이루어지는 평가에 대하여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습니다. 노벨상을 염원하던 분들이 어서 받으셨으면 하지요. 저는 그런 논란에 끼어들기 싫어서 스웨덴에서 책이 나왔을 때에도 가지 않았고 그 어떤 문학행사도 스웨덴에서 벌인 적이 없습니다.’ (황석영 블로그 5월 18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중에서)

이에 대해 한 문인은 “노벨문학상은 욕망의 상징이다. 황석영 작가가 진짜 노벨상을 원하든, 원치 않든 ‘욕망하고 있다’고 보이고, 그것은 한국문학의 욕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문학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 노벨문학상이라고 생각하는 발상이 우리 문학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모습이죠. 그 얘기를 못하는 작가들의 소심함과 세계문학을 노벨문학상으로 바라보는 후진적 관점, 노벨상을 바라는 욕망 등 여러 감정이 겹쳐있어요. 하지만 이건 일종의 금기이기 때문에 문단에서는 절대로 얘기 안 합니다. 노벨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욕망이니까요.”

소장 문학평론가인 조영일 씨는 다음 카페 ‘비평고원’에 이같은 내용의 칼럼을 발표한 바 있다.

‘나는 황석영이 노벨문학상을 받기를 진정으로 기원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왜냐하면 그가 상을 받게 되면 자기 모순적인 한국문단문학의 영역확장(문단문학의 통속문학화)이 일단락될 것이고, 또 우리가 그토록 선망하는 노벨문학상(이 상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한국문단문학이 가정하는 최종확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이 비굴하기까지 한 정치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이것들은 궁극적으로 한국문학시스템을 자기지양에 대한 압박에 전면적으로 노출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5월 20일, 칼럼 ‘한국문학의 상처’ 중에서)

정리하면, 황석영 작가 발언에 대한 작가들의 태도에는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문인의 태도, 황석영 작가에 대한 복합적인 입장, 문단의 보신주의와 출판 자본의 압력, 노벨상에 대한 복합적인 입장 등 다양한 배경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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