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일상의 헝크러짐 속에서 자신의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허구를 접하게 된다. 급변하고 다양해져가는 인간 본연의 감성은 이제 어디에서고 순수함을 찾기 어렵다.”

조각가 한성수의 ‘작가노트’ 중 한 구절이다. 작가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허구’를 주목한다. 더 정확히는 ‘허구’ 이면의 본질, 욕망과 성취를 앞세우고 존재 자체를 거부하며 고멸되어 가는 현대인의 초상에 천착한다. 그의 조각은 인체를 제재로 한다. 그러나 그 형상은 아름답지 않다.

패이고 일그러지며 떨어져나가 어느 한 군데도 온전치 않은 괴기스런 모습이다. 이 ‘허구’를 통해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게 작가의 작업 방식이다. 작품의 대다수가 얼굴형상에 집중되고 잇는 것도 인간의 내면을 투영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은 얼굴표정을 통해 보다 섬세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디지털로 모든게 대표되는 테크놀러지 시대 허구로 조작된 영웅들이 우상의 모습으로 있는 것에 대해 청동조각 작품을 통해 영웅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한다. 김영재 미술평론가는 작품 '우상의 침묵'에 대해 영웅이 부재하는 시대의 조작된 영웅, 즉 허구로서의 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한다.

“하나의 덩어리 속에 웅크리고 있는 저 묵직한 형태는 혼돈과 착각 속에 우리 스스로 용인하고마는 의사영웅주의의 허망함을 반영한다.”

허구의 신화들에 대한 풍자를 엿볼 수 있는 한성수의 조각들을 이달 27일까지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02)730-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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