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테지 페스티벌인형극·뮤지컬 등 다양한 형식의 국내외 10편의 작품 선보여

1-'종이창문'
2-'서프라이즈'
3-'놋쇠병정'
4-'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어린이날보다 많은 때는 방학시즌이다. 그 때문에 볼 공연보다 볼 만한 공연을 찾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의 방학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어린이 공연이 막을 올리느라 분주하다.

알록달록한 의상에 동요 같은 노래로 구색 맞추기 식이나 천편일률적이던 어린이 공연은 최근 몇 년 사이 주제도, 형식도 다채로워졌다. TV에서 보던 만화 캐릭터가 등장해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는가 하면, 영어 동화책이 생생하게 무대 위에 펼쳐져 아이들의 두뇌와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무대 위, 캔버스처럼 하얀 스크린 앞에 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 뒤로 화가의 손끝에서 그림자 공이 그려지자 사람은 공을 발로 차고 손으로 드리블한다. 사람의 동작에 따라 그림자 공은 진짜 공인 양 위 아래로 통통 튀어 다닌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궁금증도 잠시 비가 내리고 스크린에 우산이 그려지자 사람은 우산을 쥐고 걸음을 재촉한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사람, 이 신기하고 유쾌한 공연은 미디어 영상 드로잉 체험 퍼포먼스라고 불리는 <종이창문>이다. 연극과 회화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위에 위트가 얹어지면서 유니크한 색채를 갖게 되었다. 지난해 루마니아 국제아동공연예술축제의 공식초청작이기도 했던 <종이창문>은 올해 ‘아시테지 페스티벌’에 공식초청을 받았다.

17년째 여름마다 어린이 공연을 한아름 안고 찾아오는 아시테지 페스티벌(전 서울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이 올해는 <종이창문>을 비롯한 웰 메이드 공연 10편을 선보인다. 아시테지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는 ‘어린이에게 어린이를 돌려주자 Jump! Run! Laugh!’를 올해의 테마로 잡았다. 세상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속도의 시대 속에서 숨 돌릴 틈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쉼표를 찍어주기 위함일 것이다.

페스티벌에는 국내 작품 4편과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일본, 크로아티아, 호주 등에서 온 해외 작품 6편이 올려진다. 공연은 그림자극부터 인형극, 뮤지컬, 체험 퍼포먼스까지 여러 장르를 아우른다. 다양한 색채의 공연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유쾌하면서도 따스하다.

독일 마이닝엔 인형극단의 <놋쇠병정>은 세상의 다양한 존재들과 그들간의 차이, 그 차이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섬세한 연출로 북라인 베스트팔렌 지역의‘꿈 연극 2000’ 축제에서 독일 수상 상을 수여 받기도 한 수작이다. 놋쇠 수저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병정은 24개. 그래서 25번째 병정은 다리를 하나밖에 갖지 못했다.

결국 병정사회에서 쫓겨난 25번째 병정은 한쪽 다리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험난한 세상을 그녀와 함께 헤쳐나간다는 줄거리로 안데르센의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동화는 멀티 미디어 그림자극으로 변신해 한층 생기 있게 표현된다.

가정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이 가감 없이 담긴 창작 시 112편으로 뮤지컬을 제작한 <아버지 월급 콩알만하네>, 신비하고 아름다운 나무 인형 뚱그렁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짱아저씨>, 실험적 인형극 <달래이야기>와 앞서 소개한 <종이창문>은 모두 국내 창작 공연이다. 이들 네 작품은 모두 예심을 통과한 공연으로, 페스티벌 중에 열리는 18회 서울어린이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우수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등을 가리게 된다. 서울어린이연극상은 국내의 유일한 아동연극 시상제도이기도 하다.

바이올린의 흥겨운 선율과 두 댄서의 움직임이 인상 깊은 <서프라이즈>(오스트리아), 집 없는 가족들의 평범치 않은 일상에 사회와 환경문제까지 녹여낸 무언극 <수트케이스>(호주), 친구들과의 우정과 논쟁, 판타지까지 담긴 <카펫 아래서>(영국), 현대무용과 시각예술을 가미해 다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데 넌 누구니?>(크로아티아), 이솝 우화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한 뮤지컬 <이솝 나라의 동물들>(일본) 등은 각기 다른 즐거움과 의미를 담아 무대를 채운다.

공연 외에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은 페스티벌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줄 예정이다. 생각을 몸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주는 연극놀이, 손으로 실컷 놀다 보면 과학의 원리를 깨우치게 되는 과학놀이, 신비한 마술 세계 속을 들여다 보는 마술교실 등은 아이들에게 공연과는 또 다른 즐거운 체험으로 남을 듯하다.

아시테지 페스티벌은 오는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9일 동안 서울 정동 일대에서 펼쳐진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은 문화일보홀, 문화일보 갤러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미동초등학교, 서대문아트홀, 갤러리 품 등에서 펼쳐진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