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읽기] 2009 대중음악 상반기 결산소녀시대·원더걸스·샤이니 등 음반·음원시장 절대적 영향력 행사

1-소녀시대
2-샤이니
3-장기하
4-황보령

대중음악 분야에서 2009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아직 절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확실히 이르긴 하다. 그러나 한 해의 절반이라면, 어찌 보면 뭔가 말해도 좋을 만큼의 시간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2009년 상반기의 대중음악계는 2008년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바꿔 말하면 ‘패러다임’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건 영미권 대중음악이나 한국 대중음악이나 마찬가지다. 잘 되던 것은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 부진했던 것은 여전히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 와중에도 몇몇 특별한 지점들은 있는 바, 그것들에 대해 간략히 짚어 보는 것으로 상반기 결산을 해 보려 한다.

해외: 거물들의 귀환

2009년 상반기 영미권 대중음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 거물들의 귀환이다. 뮤지션들이 보통 3~4년마다 한 번 정도 정규작을 발표한다는 걸 감안하면 올해 유난히 낯익은 이름들이 많이 보이는 건 지방선거와 총선이 겹치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일 것이다.

이미 이 지면에서 이야기한 바 있던 밥 딜런이 뜻밖의 신보 를 발표했고, 미국 록의 상징인 브루스 스프링스틴 또한 신보를 발표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역전의 노장들 또한 돌아왔다. 펫 샵 보이스는 신보 를 활력 넘치는 팝송 모음으로 만들어냈고, 또 다른 거물인 디페시 모드는 제목도 거창한 신작 를 만들었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전설 중 하나인 프로디지도 심기일전하여 신작을 내놓았으며, 더 이상 록 밴드의 카테고리에 넣기 어려운 U2 역시 열두 번째 정규음반을 발표했다.

여전히 사람들 얼을 쏙 빼놓는 입담을 과시하는 래퍼 에미넴도 신작을 들고 화려하게 귀환했다. 다만 이 음반들이 모두 훌륭한 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는 평작 수준에 머물렀으며, 몇몇 음반(U2, 프로디지, 에미넴 등)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복고풍 스타일의 댄스 음악과 춤추기 좋은 록 음악이 대세였고,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불러일으킨 21세기 스타일의 <블루-아이드-소울> 역시 여전히 시장성을 입증했다. 레이디 가가나 리커 리 같은 여성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흥미로운 음반들을 발표했고, 영국 팝계의 새로운 악동인 릴리 앨런은 신작 를 발표함으로써 영국 팝의 위대한 전통에 부끄럽지 않은 음반을 남기게 되었다.

미국의 인디 록계는 올 상반기에 주목할 만한 음반들을 계속해서 내놓았는데, 특히 애니멀 콜렉티브와 디셈버리스츠의 신작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의 음악적 성과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아이돌의 ‘지배’와 인디 음악의 약진

현재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은 둘 중 하나다. 아이돌과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 적어도 2009년 상반기만 놓고 보자면 이는 과장이라 할 수 없다. 1~2년 전부터 아이돌은 대중음악시장의 ‘주류’라기보다는 ‘지배자’가 되었다.

이른바 ‘3세대 아이돌’들이라 불리는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2PM, 샤이니 등은 음반/음원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 외 각종 부가산업에서도 엄청난 시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올 상반기에 가장 인상적인 노래들 중 몇몇 곡들은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며(소녀시대의 , 2NE1의 , 샤이니의 <줄리엣> 등), 이 음악들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잘 빠진 음악이다.

이는 한때 아이돌 음악을 ‘공장에서 찍어낸 개성 없는 음악’이라 비난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할 때(그리고 그 비난이 사실 대부분 맞는 말이었다는 걸 감안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5-펫샵 보이스
6-에이미 와인하우스
7-릴리앨런 앨범

아이돌 음악에 대해 종종 따라붙는 또 다른 비난인 가창력이라는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이돌의 능력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노래솜씨’에서 ‘노래와 춤과 의상의 종합적인 어울림’으로 옮아감으로써 그러한 비난은 점차 효력을 잃고 있다.

이러한 아이돌 집중현상은 자연스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이 ‘빈익빈 부익부’의 덫에 빠졌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1990년대 싱어 송 라이터’ 계열이라 할 수 있는 윤상, 유희열, 김동률 등의 활동은 여전히 눈에 띄었으나 그들에 대한 환대는 ‘새로움’보다는 ‘그리움’에 더 치우쳐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윤상의 경우 모텟이라는 그룹을 만들고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반을 발매함으로써 커다란 변신을 꾀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서태지의 ‘상대적인’ 부진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히려 ‘2000년대 싱어 송 라이터’라 할 수 있는 이들(디어 클라우드, 루시드 폴 등)과 함께 한 박지윤이야말로 그 신선함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 가장 뚜렷한 성과를 거둔 뮤지션 중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하 신드롬이 가라앉은 뒤의 인디 씬이 궁금한가? 그의 노래 제목을 빌자면 ‘별일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독특하고 개성적인 결과물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미 이 지면에서 언급한 바 있는 오지은은 가장 널리 알려진 경우겠지만, 미술가인 동시에 뮤지션인 황보령의 간만의 신작은 아마도 2009년 상반기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음반일 것이다.

거라지 메틀 밴드 국카스텐과 포스트 록 밴드 로로스의 신작도 인디 씬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나가는 데 모자람이 없다. 인디 씬의 음악들은 때로 병적일 정도로 울적하거나 도를 넘게 쿨한 척 하는 경우가 있곤 하지만, 바로 그 사이의 균형이 잡히는 순간 정말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신선하고 놀라운 음악들이 나온다. 2009년 하반기에는 우리를 더 놀래킬 수 있기를 바란다.



최민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