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순 개인전] 인간의 정서 순화하는 내면의 울림 화폭에 옮겨… 청각적인 회화

1, 2-소리
3-노재순

프랑스의 개성적인 음악가 드뷔시(1862~1918)의 대표작 ‘바다(La Mer)’를 듣고 있노라면 바다의 잔잔하고 고요한 새벽에서부터 해가 떠오르고 점점 격렬하게 변해가는 바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또한 작은 물결에서부터 큰 파도를 비롯해 광풍이 몰아치는 바다까지 마치 전시회에서 여러 편의 바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반대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소리’가 심금을 울리며 들려오는 경우가 있다. 눈으로 음악을 보고, 귀로 미술을 듣는 셈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창작물인 미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노재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회화를 통해 소리의 세계에 다가가는 화가다. 그는 자연의 소리를 주제로 서정적 리얼리즘을 전한다. 그 중 바다는 그가 소리를 찾는 주요 매개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과 하얀 포말, 수면의 작은 물결, 청명한 하늘과 구름,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낀 바다. 그는 바다에서 자연의 소리를 찾는다. 그에게 바다는 ‘보는 풍경’이 아니라 ‘듣는 풍경’이다.

그가 소리를 찾아 바다로 가는 이유는 무얼까? 그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아름답고 고요한 바다에 가면 순수한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되고 그러한 상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바다는 지구의 모든 소리의 집결지라고 한다. 그 안에는 자연의 소리, 인간의 소리가 있을 게고 다양한 색깔과 감정의 농담도 묻혀 있을 것이다. 노재순 화가가 건저내 화폭에 옮긴 소리는 아늑하고 소녀의 꿈같이 순박하고 로맨틱하다. 옅은 청회색톤 컬러와 희고 푸른 포말과 하늘, 여기에 파스텔풍으로 처리한 화면은 그러한 소리와 다르지 않다.

그가 전하는 소리는 심연의 청음(淸音)처럼 보는 이들을 정화시켜 준다. 바위에 부딪는 거센 파도 역시 인간의 감정을 바다에 쓸어내는 후련함을 전한다.

그러고 보면 그가 찾는 바다는, 그리고 거기서 건져낸 소리는 그림에 옮겨져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하는 자연의 소리인 셈이다. 또한 그 소리는 사람들을 두드리며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한다. 물질에 얽매이고 자제력을 잃은 감정에 떠밀리고 각박한 삶에 허우적대는 자화상을. 그런 점에서 그가(그림이) 전하는 ‘소리’는 인간을 향한 내면의 울림이기도 하다.

바다가 그리워지는 7월, 노재순 화가가 모처럼 전시를 연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7월 8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지는 개인전이다. 서성록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성에 대해 “노재순은 내면에서 시시각각 뿜어내는 인간의 감정을 풍경에 흘려 내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때 풍경은 작가의 ‘대역’을 맡게 되고 풍경에 내장된 소리가 바로 그의 감정의 실체가 되는 셈이다”고 평한다.

노재순 화가의 이번 전시는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답답함과 복잡한 세상사를 털어내고 평안한 휴식을 가져다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02)734-045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