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ESCALA여성 콰르텟… 앨범 나오자 마자 UK차트 2위 센세이션

영국의 인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출연자들은 놀라운 재능을 선보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숨은 진주를 적극 발굴하고자 열려있는, 그래서 더욱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이 오디션 무대에는 신인 아닌 신인들이 적잖이 등장한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파이널 무대에 등장한 네 명의 미녀들, 에스칼라가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일 것이다.

톤 다운된 실버로 실루엣을 살린 일렉트릭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첼로를 든 네 명의 늘씬한 여성연주자. 2008년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등장한 그들은 칼 젠킨스의 ‘팔라디오(Palladio)’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에너제틱한 연주와 치밀하게 계산된 듯한 세련된 동작, 화려한 외모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아마추어의 가면을 쓴 프로페셔널이라고 해야 할까.

바이올린의 이지 존스턴과 빅토리아 라이언, 비올라의 샨탈 리버튼, 첼로의 타샤 호지스로 구성된 에스칼라는 영국 유수의 음악학교에서 클래식을 공부한 재원들이다. 이들 중 이지와 샨탈은 과거 크로스오버 퀸텟 와일드의 멤버로 프로 무대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와일드는 바네사 메이와 막심 므라비차를 키워낸 프로듀서 멜 부시가 만든 EMI의 기대주였다. 어쨌든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와일드는 소리없이 자취를 감추었고 이지와 샨탈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금 화려하게 나타난 것이다.

‘웨스트라이프’와 ‘일 디보’를 키워낸 음반 프로듀서이자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독설가 심사위원인 사이먼 코웰은 그들의 무대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 “일 디보 이상의 성공 가능성을 보았다”던 그는 곧바로 에스칼라를 캐스팅해 소니뮤직과 음반계약을 체결했다. 그 첫 번째 앨범이 국내에도 발매됐다.

그동안 침체되었던 일렉트릭 클래식(크로스오버) 장르에 단비를 뿌려줄 여성 콰르텟으로 주목 받는 에스칼라. 앨범이 나오자마자 UK앨범 차트에서 2위로 등극하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싱글 차트에는 ‘팔라디오(Palladio)’와 ‘카슈미르(Kashmir)’등 데뷔 앨범의 두 곡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총 11곡이 수록된 앨범에서는 영화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의 트레일러 음악으로 알려진 ‘레퀴엠 포 어 타워(Requiem for a Tower)’가 차분하게 시작을 알린다. 이어지는 곡은 그들을 단번에 스타덤에 올려준 ‘팔라디오’. 드라마틱한 선율과 범상치 않은 연주는 곧 하드록의 제왕 레드 제플린의 ‘카슈미르’에서 파워풀하게 이어진다.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그들의 매혹적인 선율에는 ‘아찔하게 달린다’가 더 알맞은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몽환적인 테크노 댄스음악, 로버트 마일즈의 ‘칠드런(Children)’과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키 마이(chi mai)’등의 인상적인 곡들이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게 한다.

막심을 제외하고 여성 4인조 일렉트릭 클래식 밴드인 ‘본드(Bond)’ 이후 사실상 이렇다 할 스타가 없는 일렉트릭 클래식 장르. 에스칼라는 과연 대중에게 얼마나 어필하는 뮤지션으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