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황제의 패션

별이 졌지만 왜 졌는지, 질 때 얼마나 세차게 떨어져 박혔는지, 떨어진 모습이 어땠는지 같은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그 별이 얼마나 기묘하게 빛났는지에만 주목해도 충분하다.

그는 확실히 패션 리더는 아니었다. 스타일 아이콘도 아니었다. 그가 여타의 패션 리더들만큼만 세상과 친했어도 그의 운명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어떤 사조의 시초가 되기를 거부했다. 그의 한 부분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 블랙 & 화이트만 줄창 입는다든지, 어깨에 힘을 준 반짝이 재킷을 입는 식으로 - 그런 모습으로는 일반적인 사회 생활을 영위하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마이클 잭슨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의 성대 모사를 하는 사람은 있어도 그의 창법을 잇는 계승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서는 어떤 스타나 화려하고 약간은 과장된 법이다. 때문에 유명인의 패션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호감을 얻는 계기는 보통 그의 일상복 패션에서 기인한다. 마이클의 특이한 점은 그가 무대 위에서만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무대 밖의 마이클은 없다. 루머와 조롱으로 이루어진 쓰레기통을 피해 그는 한 발짝도 나오지 않다가 무대에 설 때는 황제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황제가 되고 싶었던 남자

패션학 또는 이미지 메이킹 학에서 마이클 잭슨은 섹시함이나 모던함 등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를 정의하는 단어는 ‘크리에이티브’다. 역사 상 가장 창의적인 아티스트를 이야기할 때 여자는 마돈나, 남자는 마이클 잭슨을 꼽는다. 잘 입었다, 못 입었다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때론 감당할 수 없는 주파수를 쏘기도 했다. 금빛 찬란한 팬티를 검은색 바지 위에 입을 때, 일반 착장에서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검은 팬츠 아래 흰 양말이라든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름답다고 인정하기 어려웠던 뾰족한 코에 대한 끈질긴 집착 등등.

아름다움에 대한 그만의 기준은 대중에게 혁신으로 받아들여졌을 때부터 후반부에 놀림감으로 바뀔 때까지 괴벽스러울 정도로 꾸준하게 유지됐다. 그를 치장했던 모든 오브제들의 의의를 굳이 찾아서 정의한다면, 잭슨의 노래와 춤을 황제의 그것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였을 것이다.

Black & White

그의 노래 제목에도 있는 블랙 & 화이트는 마이클의 영원한 시그니처 컬러다. 검정과 흰색에 대한 그의 끔찍한 사랑은 종종 ‘무채색 뒤에 숨어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싶어하는 증거’라고 해석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통한 주목 효과가 더 정확한 듯 하다.

모든 조명이 꺼진 무대에서 가느다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선 그는 천리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블랙 & 화이트는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퍼포먼스로 보이도록 만들어 주었다.

Gold

금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인간에 바쳐지는 색이다. 조선 시대의 임금들 중 황금의 옷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형님 나라였던 중국 황제가 버티고 있는 한은 빨간 색이나 파란 색 옷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이클 잭슨은 그의 검은색 의상에 반짝이는 포인트를 주는 것을 좋아했다.

크리스털을 이용한 반짝거림은 페도라에 쓰이기도 하고 장갑이나 양말, 때로는 재킷 전체에 쓰여 독보적인 화려함을 뽐냈다. 활동 후반부 앨범으로 세계를 투어할 때는 위 아래가 전부 골드로 이루어진 의상을 입고 군대의 수장 같은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Red

마이클 잭슨에게 무채색 외에 색을 고르라고 했다면 아마 빨간색을 골랐을 것이다. 붉은 색은 골드와는 또 다른 의미의 존귀함과 위엄을 나타내는 색이다. 그는 앨범 시절부터 빨간색을 즐겨 입었는데 종종 무대 밖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 – 자기 집 창문에서 살짝 비치는 모습이라도 – 그의 붉은 색에 대한 애착이 표현되곤 했다.

어중간한 레드는 사절. 항상 강렬한 비비드 색조의 레드를 고집했으며 광택 있는 패브릭과 조화돼 화려함을 극대화시켰다.

마이클 잭슨의 타오르는 끼와 재능이 만들어낸 그의 패션 세계는 변덕스러운 대중들에 의해 괴팍스러운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세계에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마지막이 그렇게 끝난 것은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닐 테니까.

도움말: 퍼스널 이미지 연구소 강진주 소장, 스에나가메소드 색채심리연구소 백낙선 소장

사진출처: http://www.fabsugar.co.uk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