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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괴물'의 다양한 모습들
['추'의 재발견] '동해' '더블액트'등 전시 '미추'의 획일적 구분과 폭력적 시선에 반기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1-이상원의 '동해'
2-<괴물시대>전 중 신학철의 '한국근대사'
3-<더블 액트>전 중 서정국, 김미인의 '신종생물' 시리즈
4-<더블 액트>전 중 서정국, 김미인의 '신종생물' 시리즈


지난달 삼척시의 한 해수욕장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출현했다.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정체불명의 괴생물체에 네티즌들의 관심은 집중됐고, 이내 뉴스에도 소개가 됐다. 거머리와 흡사한 모습의 이 생물을 두고 동해수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처음 보는 생물로, 편형동물의 하나로 추정된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구는 것은 영웅도 아니고 스타도 아니다. '괴물'이다. 삼척 괴물을 비롯해 '몬탁 괴물', '초소형 인간', '하수구 괴물' 등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사진과 관련 기사들은 네티즌의 관심 속에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언뜻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형상의 이 생물들에 사람들이 이처럼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그 원인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같은 관심은 UFO나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 하나는 공포심리다. 이것은 그 괴물들이 문명이 만들어낸 변종이라는 결과를 도출한데서 비롯된다.

원인이 무엇이든 사람들의 '괴물'에 대한 인식은 시나브로 변해가고 있다. 어느 시대건 '추(醜)는 그 자체로 악이었다. 또는 그 반대였다. 악한 자, 우리의 적, 또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잠재 대상들은 악으로 치부되어 괴물로 표현되며 배척당한 것이 추의 역사다. 그래서 추한 대상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다양하게 조명하는 최근의 시도들은, 미추의 획일적 구분과 그에 따른 폭력적 시선들에 반대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추한 것'에 대한 다른 시선들

물고기의 형상을 한 괴물 두 마리가 물 속을 헤엄치고 있다. 다시 보니 물고기가 맞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 이 괴물은 '물고기'보다는 '괴물'로 보는 이에게 먼저 다가온다.

만지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않은 흉칙한 모습의 이 주인공들은 동해 물고기 '삼식이'다. 정식 이름은 '쏨뱅이'지만 아무러면 어떠랴. 비늘과 지느러미, 꼬리 부분이 없었다면 물고기라는 사실마저 인정하고 싶지 않을 형상이다. '미술'을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편협하게 정의한다면 이 그림은 그 정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래서 관람객은 궁금하다. 작가는 왜 이런 불쾌한 그림을 그렸을까. 왜 좀 더 추하지 않게 그리지 않았을까.

갤러리 상에서 <동해 東海>라는 제목을 걸고 이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는 이상원 화백은 오히려 '너무나 못생겼기 때문에' 이 물고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가 삼식이를 그리기로 한 것은 시장에서 사람들이 삼식이의 추한 형상을 천대하던 장면에서 시작됐다.

'자기들은 얼마나 아름답기에' 삼식이를 비웃느냐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래서 작업실로 옮겨진 몇 마리의 삼식이들은 극사실화를 그려온 이 화백의 정밀한 붓에서 새로운 생명과 의미로 재탄생했다. 삼식이의 기이한 모습은 화폭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재미있는 조형적 요소가 되는 장점도 발견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혜영 큐레이터는 "겉모습은 보잘 것 없지만 그 안에 진실성과 강직함을 가지고 있는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 이 화백이 의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삼식이로 대표되는 '못났지만 생명력으로 충만한 존재'에서 우리 삶의 보편적인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7팀의 협업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는 사비나미술관의 <더블 액트(Double Act)> 전시에서도 괴물은 발견된다. 7팀 중 <신종생물>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서정국, 김미인 팀의 작업들이 그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물체들은 추하다기보다는 기괴하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 옆에는 원숭이의 머리에 양의 몸을 가진 괴물이 있다.

타조의 몸에 얼룩말의 머리를 가진 괴생물의 작품에는 신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릴라의 머리가 파리에 달려 있는 괴물도 있다. 확대된 버전에서 느껴지는 것은 기괴함과 낯섦이지만 두 사람은 이 생물에 ‘몽플라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이밖에도 공룡 트리케라톱스의 머리에 개의 몸을 붙이기도 하고 새의 몸에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를 연결하기도 한다.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몸 위에 피어난 노란 꽃은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스 신화의 키메라를 연상시키는 이 이종교배에서는 키메라가 가진 괴물의 공포 대신 고정관념을 깨는 상상력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5-<괴물시대>전 중 박불똥의 '사령관 각하의 부스럼'
6-오치균의 '인체'
7-<괴물시대>전 중 안창홍의 '불사조'


괴물이 인간과 사회를 반영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8월 30일까지 여는 전시는 제목부터 <괴물시대 Dissonant Visions>다. 영문 제목에서 나타나있듯 이 전시는 현대사회와 그에 불화하는 시선들의 불협화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디스토피아의 묵시록' 섹션에서 괴물은 현대사회의 재앙적 현실에 대한 시대의 우울을 표출화한 것이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신학철의 <한국근대사> 시리즈, 안창홍의 <불사조>, 박불똥의 <사령관 각하의 부스럼> 등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군부독재의 실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입과 총과 짐승의 이빨이 뭉쳐진 상체가 짓눌려진 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하체와 기이하게 결합된 <한국근대사>의 한 단편은 그대로 군부독재 사회를 반추하게 한다.

'금단의 땅' 섹션에서는 기존 사회의 전통적 가치나 편견에 대한 거부와 금기를 위반한 존재로서의 괴물이 표현된다. 한효석은 <감추어 있어야만 했는데 드러나고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에서 피부가 벗겨진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그려냈다. 배가 갈린 돼지의 몸에 사람의 머리를 붙여놓은 <불평등의 균형>도 그의 작품이다.

장지아의 설치작품 의 재료는 철골, 유리볼, 고무호스, 씨앗 그리고 '오줌'이다. 투명 유리 볼에 담긴 오줌이 고무호스를 통해 씨앗으로 연결돼 싹을 틔우고 있다. 생명의 탄생과 유지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오줌의 사회적 인식을 재고케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내 안의 괴물' 섹션에서 괴물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과 광기 그 자체다. 현재 한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오치균은 자신이 유학시절에 겪었던 소통불능과 재정적 궁핍의 경험을 담은 <인체>를 내놨다. 이승애는 <미이라> 시리즈에 미이라의 얼굴에 박쥐의 날개와 바짝 마른 잎사귀를 접붙여 수분 상태 제로의 기이한 형상을 그려냈다.

양혜숙 큐레이터는 "작가들의 상상력 속에서 탄생된 새로운 창조물이자 기괴한 생명체인 '괴물'을 통해 우리 시대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괴물시대> 전의 의미를 설명한다.

왜 지금 '괴물'인가

괴물이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말은 결국 괴물은 시대가 만들어낸 선 또는 미의 이면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현대예술에서 미추의 대립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졌지만 고대부터 이어진 미추의 기준과 그에 따른 사회적 대립의 역사는 길다. 중세인들에게 '추'는 대개 반 기독교적인 것들이었다. 가령 당시 예수의 모습은 훤칠한 키의 미남이었고 그를 박해하는 자들의 모습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천박하게 그려졌다.

데이비드 흄은 <취미 기준론>에서 "미는 사물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다. 미는 오로지 사물을 응시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추에도 똑같이 적용해보면 미추는 그것을 미추라고 판단하는 인간에서 비롯된다. 결국 미추의 기준이란 시대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말이다.

파리의 상징이자 유럽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은 19세기 프랑스의 문인들에겐 '나사못으로 죈 혐오스러운 주석 깡통'에 불과했다.

움베르트 에코는 자신의 저서 <추의 역사>에서 미의 기준은 수학적 비례나 조화와 같은 도출이 가능하지만, 추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띠고 발전해온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이 추로 치부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대부분의 인간사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겠냐는 말이다. 때문에 추의 세계는 흥미롭고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

그래서 추와 괴물은 현대문화에서 오히려 매력적인 존재로 부각된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지킬과 하이드, 킹콩 등은 매력적인 괴물들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환경오염과 미 제국주의 침략이라는 중의적 메타포를 활용해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제 역할을 못하는 최고 권력자는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에게 우스꽝스러운 형상으로 패러디되고 조롱거리가 된다. 21세기 초반 '엽기'라는 단어가 연예계에서 '강한 개성'의 다른 표현으로 치환되어 긍정적인 의미를 획득하게 된 것처럼, 이제 추와 괴물의 사회적 의미도 인간 사회의 이면과 다양한 군상을 표현해주는 것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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