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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몽실이'는 누구일까
'씬짜오, 몽실'
어려운 현실, 희망 갖고 사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아닐까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한국의 단일민족 신화가 깨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 안에 편입되어 사는 이방인들에 대한 시선은 편안하지 못하다.

<미녀들의 수다>가 온갖 잡음에도 꾸준한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것은 그들을 철저하게 타자화하고 있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본격적으로 다문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그들’을 배려하는 프로그램들도 계속 늘어가는 추세지만, 역으로 이런 현상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 살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다문화 가정의 인식 개선을 위한 시도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 연극 무대에서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씬짜오, 몽실>은 본격적으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 연극은 사회적 편견의 어려운 현실에서도 꿋꿋이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이야기를 풋풋하고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몸이 아픈 친정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3남매의 첫째 몽실. 외할아버지를 걱정하며 우는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몽실은 씩씩하게 웃어주지만, 엄마 역할을 하는 첫날부터 몽실이의 수난은 시작된다. 동생 영실이 친구에게 ‘베트남 짬뽕’이라고 놀림을 당하자 친구의 오락게임기를 부숴버려 3일치 밥값이 한 번에 사라져버린다.

이런저런 소동 끝에 전기도 끊겨버리고 동생들은 배가 고프다고 훌쩍거린다. 철없는 동생들을 다독이는 어른스러운 몽실이의 모습에선 ‘다문화 가정’의 맏이가 아니라 어려운 시절을 꿋꿋하게 넘겼던 우리의 ‘몽실언니’가 발견된다.

이번 연극을 준비한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대표도 바로 ‘몽실언니’를 염두에 뒀다고 말한다.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몽실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아이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늘날의 ‘몽실이’는 누구일까를 생각하다가, 그 옛날의 보릿고개처럼 어려운 이 시기를 밝게 웃으며 헤쳐가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몽실언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 대표는 인간이란 다문화의 소산이고 문명도 문화의 이합집산으로 이룩되어온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다문화가 굳이 낯선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씬짜오, 몽실>에는 이런 그의 작지만 큰 생각이 오롯이 담겼다. 거대한 정치적 입장의 다문화가 아니라 실제로 한 가정에서 다문화가 어떻게 이해되고 용해되어 새로운 희망의 창조 주체가 되는지를 몽실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

그래서 김 대표는 “다문화가 곧 희망문화가 되는 긍정의 메세지를 이 작품을 통해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개인적인 바람을 피력한다.

제목의 ‘씬짜오’는 베트남어로 ‘안녕하세요’란 뜻. 문화 소외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예술제 등을 꾸준히 개최해온 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매회 한 팀의 다문화 가정 아동들을 무료로 초대하며 ‘씬짜오’ 하고 손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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