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의 인터넷 세상 읽기] 허핑턴포스트기존 신문+오마이뉴스+블로그 장점 결합한 뉴 미디어 성공가도

미국의 고급 정치드라마인 '웨스트윙'은 미국정치를 현실적으로 잘 묘사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드라마를 보면 민주당의 한 대선 후보가 중국과 러시사의 군사상황에 대한 CIA의 브리핑을 받으려고 할 때 수석보좌관이 한 블로거와 라이브 채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속의 보좌관은 대통령을 2명이나 만든 유명한 킹메이커다.

그가 블로거와 채팅을 하라고 하니 후보는 "그 사람 때문에 CIA 요원을 기다리게 해?"라고 반문한다. 그러자 보좌관은 "온라인으로 삼십만 명을 모을 수 있어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잡지만큼 독자층이 많아요."라고 대답한다. 결국 블로거와 인터뷰가 이루어지고 블로거는 실시간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인터뷰를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속 장면은 실제로 2008년 미국 대선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기독교계열 방송사 기자인 데이비드 브로디(42)는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들을 위한 대선 관련 뉴스를 블로거에 올렸는데, 기독교 신자의 지지를 놓고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경쟁하면서 그의 블로그인 '브로디 파일'은 정치권 인사의 필독서가 된다. 보수적 기독교 신자의 지지를 얻으려면 그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는 공화당 선두주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방송국에 출연시켜 인터뷰하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도 인터뷰한다. 그가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의 낙태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자 톰슨 지지자들은 그에게 바로 톰슨의 낙태 관련 연설 비디오를 보내줬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브로디 파일'이 가장 유명하거나 영향력 있는 정치 블로그 사이트라는 소리는 아니다. 혼자 운영하는 정치 블로그 사이트의 하나일 뿐이다. 제대로 된 정치 블로그 사이트는 더욱 강력한 영향력으로 미국 정치계를 흔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허핑턴포스트다.

1)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 2) '허핑턴포스트' 정치 뉴스 사이트. 3)정치 전문 인터넷신문 '폴리티코'. 4) 캐나다 작은 언론사 '티이'
1)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
2) '허핑턴포스트' 정치 뉴스 사이트.
3)정치 전문 인터넷신문 '폴리티코'.
4) 캐나다 작은 언론사 '티이'


●정치블로그 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의 성장

허핑턴포스트(www.huffingtonpost.com)는 블로그를 이용한 정치 뉴스 사이트로, 기자들을 영입해 기존 신문과 블로그의 장점을 섞어 성공한 미디어다. 허핑턴포스트는 미국 10대 블로그에 들며, 미디어 블로그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블로그다.

미국의 여류 작가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2005년 만든 허핑턴포스트는 처음부터 기존의 전통 언론사를 벤치마킹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블로그라는 미디어의 자유로움과 신속성에 기자 시스템을 결합하여 새로운 뉴미디어의 전형을 만든 것이다. 블로그의 취약점 중 하나인 신뢰를 전통미디어 벤치마킹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미디어로 각광받으면서 소프트뱅크로부터 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허핑턴포스트는 블로그가 지닌 빠른 속도를 통해 다른 사이트보다 앞서고, 외부 사이트와의 연결(link)을 통해 지배력을 확장했으며, 기자 외에도 시민이라면 누구나 기고가 가능한 시민기자 제도를 운영해 블로그의 장점과 기존 언론의 장점을 결합했다. '기존 신문+오마이뉴스+블로그'의 장점만 결합했다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던 허핑턴포스트는 2008년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를 통해 더욱 급격하게 성장한다. 50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허핑턴포스트는 대선 기간에만 한 달에 810만여 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로 성장함으로써 2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훌쩍 성장한다. 전년 동기 대비 448% 상승한 수치다.

이에 따라 시사주간지인 <타임>이나 영국의 <옵서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그'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여론 형성을 주도할 미국 내 가장 유력한 미디어 인사 25명'을 보면, 1위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 2위는 '허핑턴포스트'의 창업자이자 여성 칼럼니스트인 아리아나 허핑턴이다. 그 뒤를 이어 워싱턴포스트의 논설 편집장인 프레드 히아트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등이 선정되었다.

아리아나 허핑턴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인사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선정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허핑턴포스트는 새로운 매체로 성공을 거뒀으며, 진보적 정치 블로그인 허핑턴포스트는 이제 정치 1번지 워싱턴 정가에서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매체로 떠오른 것이다.

●몸집 키우는 정치 블로그와 축소되는 기존 신문의 교훈

아직은 연륜이 짧아 기존 신문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허핑턴포스트가 보여준 것처럼 블로그라는 매체는 미디어로서 큰 영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허핑턴포스트 외에도 크룩스 앤 라이어스(Crooks and Liars)와 앤드루 설리번이 창설한 '더 데일리 디쉬(The Daily Dish)' 등이 유명한 정치 블로그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7년 1월 시작한 정치 전문 인터넷신문인 폴리티코(politico.com)도 한 달에 200만 명이 넘는 사이트로 성장했으며, 드러지리포트와 리얼크린폴리틱스도 100만 명이 넘는 방문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종이신문이 날마다 파산을 신청하는 요즘 허핑턴포스트는 더욱 잘 나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정치 풍자 사이트인 '23/6'을 인수하면서 점차 몸집을 키우고 있다. 콘텐트를 확장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함으로써 트래픽과 광고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기존 신문사가 경영난으로 줄이고 있는 탐사보도에도 나서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블로그 영역에서 벗어나있던 탐사보도 펀드를 조성해 좀더 심층적인 탐사보도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175만 달러를 펀드에 출자했다.

한편, 캐나다의 작은 언론사인 티이(Tyee)는 독자에게 선거 취재 비용을 도와달라는 글을 올려서 선거취재비용을 마련하기도 했다. 애초 목표액은 5000달러였지만 목표의 네 배인 2만 달러가 모금됐다. 4백 명이 넘는 사람이 평균 46달러를 기부했다.

티이의 기부 사례는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매체가 계속 출현할 것이라는 작은 증거에 불과하다. 인터넷을 통해 세상은 바뀌고 있으며, 언론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나 폴리티코 같은 미국의 정치 블로그는 미국 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을 활용한 매체 전략이 얼마나 강력한 신매체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미국이 아닌 한국이나 기타 국가에서도 블로그와 결합된 정치 전문 인터넷매체의 등장을 기대하는 이유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